스스로 깨어라 - 헤르만 헤세 청춘소설 3부작,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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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청춘 소설 3부작이라니.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트라> 세 편을 한 권에 묶어 놓았다니. 솔직히 <싯다트라>는 아직 읽지 못했고, 앞 선 두 편은 읽었지만 아직 내 것이 되지 못했다. 이 기회에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내 청춘을 돌아보며 후회와 그리움으로 몸부림쳐봐야겠다.

​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는다. 내가 쓰는 이야기는 결국 내가 읽은 이야기에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이야기를 더한 것이다.

지난 달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아왔던 '까칠한 재석이' 첫 편을 읽었다. 거기서 뜻밖에 <데미안>을 만나 반가웠다.

1급 장애를 갖고 태어난 덕분에 의사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작가 고정욱의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와 시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모자 관계라 할 수 있다. 물론 <데미안>에게도, 그 위로 올라갈수록 모체가 될만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세대와 세대를 건너며 제 나름의 변신을 하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물음을 남긴다.

​

인간이란 무엇인가?

​

​

​

1919년 <데미안>에는 싱클레어가 있었다. 2012년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에는 재석이가 있었다. 싱클레어에게는 프란츠 크로머와 에바 부인이, 재석에게는 병규와 보담이가 있었다.

​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재석이는 사회 봉사 명령을 받는다. 이를 위해 찾은 복지관에서 오른쪽 팔을 잃고 왼팔로 서예를 가르치는 노인과 그의 손녀 보담이를 만나게 된다. 보담이는 누가 봐도 재석과 다른 부류였다. 그녀는 <데미안>에 나오는 질서와 평화가 있어 밝은 제 1의 세계 사람이었다.

​

공부보다 주먹 쓰는 게 쉬웠던 재석은 되는 대로 살다 보니 폭력 서클의 일원이 돼 있었다. 한 때의 객기를 후회하며 암흑의 세계에서 빠져 나오려 하지만 비열한 족쇄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싱클레어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날 시간은 많고 할 일 없는 싱클레어 무리는 폐품더미에서 쓸 만한 것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가 더 나쁜 짓을 했는지 우쭐거리며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제 1세계의 일원이 되곤 하는 싱클레어는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한 가장 그럴 싸한 거짓말을 시작한다. 도둑질이었다. 물레방아 근처 과수원에서 가장 맛있는 레네테와 골든 파르메네종만 골라 훔쳤다고 했다.

​

​

​

이야기를 끝냈을 때 나는 박수라도 나올 줄 알았다. 거짓말을 하다 보니 나중엔 열이 올라, 그 도둑질 이야기에 나 자신이 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깨어라, 233쪽

​

​

프란츠 크로머는 재차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정말이야? 틀림없이 네가 그 사과를 훔쳤어? 하느님과 영원한 행복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크로머가 만족한 듯 웃을 때까지만 해도 싱클레어는 자신의 연기력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이 스스로를 옳아맬 족쇄가 되리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

크로머는 사과를 훔친 범인, 즉 싱클레어를 신고하고 포상금 2마르크를 받을 계획이었다. 싱클레어의 치밀한 거짓말이 자백이 된 셈이었다. 거짓말쟁이와 범죄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싱클레어는 엄마의 방에 몰래 들어가 저금통을 훔친다. 하지만 고작 65페니히뿐이었다. 크로머는 마치 빚쟁이라도 되듯 나머지 1마르크 35페니히를 받아내기 위해 싱클레어 주위를 맴돌며 목을 조여온다. 싱클레어는 그 순간 깨달았다. 악마가 내 손을 붙잡았다고. 어쩌면 평생 나를 괴롭힐 원수가 내 뒤를 바짝 쫓기 시작했다고.

​

​

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 알은 세계였다. 세계는 산산이 부서져야만 했다.

스스로 깨어라, 445쪽

​

재석은 이름처럼 예쁜 보담이와 제 1 세계에서 어울릴 꿈에 부푼다. 하지만 "너는 책 많이 읽니?"라는 그녀의 물음 앞에 백지가 되고 만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재석은 서점에 들렀다. 여러 종류의 데미안들 중에서 가장 싸고 얇은 것을 골라 샀다.

담배를 끊고 <데미안>을 읽은 재석은 폭력 서클의 짱인 병규에게 탈퇴를 선언한다. 결자해지라 했다. 재석이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가기 위해 선택한 탈퇴 조건은 엉덩이 삼백 대 맞기였다.

​

싱클레어의 알 깨기를 도운 것은 전학생 데미안이었다. 숨길 수 없는 성숙함의 지닌 그는 작문 시간에 들은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해석해 싱클레어를 뒤흔든다. 그러더니 전 세계로 번질 대전쟁에 참전하면서 싱클레어에게 당부한다.

"잘 들어, 싱클레어. 난 곧 여길 떠나야 할 것 같아. 너는 언젠가 다시 나를 찾게 될 거야. 하지만 그때는 네가 부르다고 예전처럼 말이나 기차를 타고 너에게 갈 수 없어. 그때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

이후 싱클레어는 열쇠를 찾아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 안으로 들어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했다. 내부 세계 깊숙한 곳의 마음의 거울에는 운명의 모습이 비치고, 그 어두운 거울 위로 허리를 굽히기만 하면 자신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닫는다. 거울 속 그 모습은, 친구이자 인도자였던 데미안을 닮았다는 것을.

​

<데미안>을 읽고 나면 싱클레어의 홀로서기도 궁금하지만 데미안의 훗날은 어땠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아쉬움을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로 달래봐야겠다. 그나저나 "사람이 무슨 알에서 깨어 나냐? 사람은 포유류인데."라고 했던 재석이 친구 민성이는 어떻게 지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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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어라 - 헤르만 헤세 청춘소설 3부작,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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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청춘 소설 3부작이라니.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트라> 세 편을 한 권에 묶어 놓았다니. 솔직히 <싯다트라>는 아직 읽지 못했고, 앞 선 두 편은 읽었지만 아직 내 것이 되지 못했다. 이 기회에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내 청춘을 돌아보며 후회와 그리움으로 몸부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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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야기를 낳는다. 내가 쓰는 이야기는 결국 내가 읽은 이야기에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이야기를 더한 것이다.

지난 달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아왔던 '까칠한 재석이' 첫 편을 읽었다. 거기서 뜻밖에 <데미안>을 만나 반가웠다.

1급 장애를 갖고 태어난 덕분에 의사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작가 고정욱의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와 시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모자 관계라 할 수 있다. 물론 <데미안>에게도, 그 위로 올라갈수록 모체가 될만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세대와 세대를 건너며 제 나름의 변신을 하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물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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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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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데미안>에는 싱클레어가 있었다. 2012년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에는 재석이가 있었다. 싱클레어에게는 프란츠 크로머와 에바 부인이, 재석에게는 병규와 보담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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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재석이는 사회 봉사 명령을 받는다. 이를 위해 찾은 복지관에서 오른쪽 팔을 잃고 왼팔로 서예를 가르치는 노인과 그의 손녀 보담이를 만나게 된다. 보담이는 누가 봐도 재석과 다른 부류였다. 그녀는 <데미안>에 나오는 질서와 평화가 있어 밝은 제 1의 세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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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주먹 쓰는 게 쉬웠던 재석은 되는 대로 살다 보니 폭력 서클의 일원이 돼 있었다. 한 때의 객기를 후회하며 암흑의 세계에서 빠져 나오려 하지만 비열한 족쇄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싱클레어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날 시간은 많고 할 일 없는 싱클레어 무리는 폐품더미에서 쓸 만한 것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가 더 나쁜 짓을 했는지 우쭐거리며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제 1세계의 일원이 되곤 하는 싱클레어는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한 가장 그럴 싸한 거짓말을 시작한다. 도둑질이었다. 물레방아 근처 과수원에서 가장 맛있는 레네테와 골든 파르메네종만 골라 훔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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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끝냈을 때 나는 박수라도 나올 줄 알았다. 거짓말을 하다 보니 나중엔 열이 올라, 그 도둑질 이야기에 나 자신이 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깨어라,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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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크로머는 재차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정말이야? 틀림없이 네가 그 사과를 훔쳤어? 하느님과 영원한 행복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크로머가 만족한 듯 웃을 때까지만 해도 싱클레어는 자신의 연기력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이 스스로를 옳아맬 족쇄가 되리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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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머는 사과를 훔친 범인, 즉 싱클레어를 신고하고 포상금 2마르크를 받을 계획이었다. 싱클레어의 치밀한 거짓말이 자백이 된 셈이었다. 거짓말쟁이와 범죄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싱클레어는 엄마의 방에 몰래 들어가 저금통을 훔친다. 하지만 고작 65페니히뿐이었다. 크로머는 마치 빚쟁이라도 되듯 나머지 1마르크 35페니히를 받아내기 위해 싱클레어 주위를 맴돌며 목을 조여온다. 싱클레어는 그 순간 깨달았다. 악마가 내 손을 붙잡았다고. 어쩌면 평생 나를 괴롭힐 원수가 내 뒤를 바짝 쫓기 시작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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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새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 알은 세계였다. 세계는 산산이 부서져야만 했다.

스스로 깨어라, 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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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석은 이름처럼 예쁜 보담이와 제 1 세계에서 어울릴 꿈에 부푼다. 하지만 "너는 책 많이 읽니?"라는 그녀의 물음 앞에 백지가 되고 만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재석은 서점에 들렀다. 여러 종류의 데미안들 중에서 가장 싸고 얇은 것을 골라 샀다.

담배를 끊고 <데미안>을 읽은 재석은 폭력 서클의 짱인 병규에게 탈퇴를 선언한다. 결자해지라 했다. 재석이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가기 위해 선택한 탈퇴 조건은 엉덩이 삼백 대 맞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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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클레어의 알 깨기를 도운 것은 전학생 데미안이었다. 숨길 수 없는 성숙함의 지닌 그는 작문 시간에 들은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해석해 싱클레어를 뒤흔든다. 그러더니 전 세계로 번질 대전쟁에 참전하면서 싱클레어에게 당부한다.

"잘 들어, 싱클레어. 난 곧 여길 떠나야 할 것 같아. 너는 언젠가 다시 나를 찾게 될 거야. 하지만 그때는 네가 부르다고 예전처럼 말이나 기차를 타고 너에게 갈 수 없어. 그때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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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싱클레어는 열쇠를 찾아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 안으로 들어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했다. 내부 세계 깊숙한 곳의 마음의 거울에는 운명의 모습이 비치고, 그 어두운 거울 위로 허리를 굽히기만 하면 자신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닫는다. 거울 속 그 모습은, 친구이자 인도자였던 데미안을 닮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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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을 읽고 나면 싱클레어의 홀로서기도 궁금하지만 데미안의 훗날은 어땠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아쉬움을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로 달래봐야겠다. 그나저나 "사람이 무슨 알에서 깨어 나냐? 사람은 포유류인데."라고 했던 재석이 친구 민성이는 어떻게 지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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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주인은 언제나 나야 - 어린이를 위한 초등 심리학 교실
손원우 지음, 김서희 그림 / 페이지2(page2)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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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책을 보다 한 번씩 세게 얻어 맞을 때가 있다. 반백 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고, 아는 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니. 누가 날 좀 초등학교 교실로 데려가 줬으면 좋겠다. 다 밀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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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차 현직 초등 교사인 저자 손원우는 대단한 사람이다. 5년 6개월 동안 교사로 일하면서 왕복 3시간의 길을 오가며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와 교육 심리를 공부하다니. 그 동안 저자는 책에서, 현장에서, 강의실에서 배운 것들이 아이들의 실제 삶에 녹아들 수 있도록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다시 전달하려 노력했다. 선생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오늘처럼 비 오는 날,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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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은 어떤 특별한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바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말해요. 예를 들면, 친구한테 상처받았을 때, 용기를 내서 내 마음을 전하는 걸 선택할 수 있어요.

마음의 주인은 언제나 나야,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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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시작에 두 개의 편지를 준비해 두었다. 하나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또 하나는 부모님께. 양쪽 모두에 등장하는 말은 '마음의 힘'이다. 아이들에게는 그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알려주고, 부모님께는 아이들이 마음의 힘을 길러 자신을 위한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이 아이들에게는 단단한 뿌리가, 어른들에게는 깊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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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집'이라고 한다면 매일 누군가 그 문을 두드릴 거야. 기쁨, 슬픔, 짜증, 두려움 같은 손님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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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불쑥 찾아와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제멋대로 떠나기도 해.

마음의 주인은 언제나 나야,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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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후 머리카락을 말리다 이 부분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누군가를 초대하면서부터 걱정과 설렘이 시작된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망치지 않고 싶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반면 나는 아무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연락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손님은 부담스럽다. 그 일상의 상황을 우리의 감정과 연결시키다니.

하나 더 있다. 내가 버스 운전사라면 감정들은 타고 내리는 승객이라는 비유다. 승객은 자신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때가 되면 버스에 탔다 내릴 뿐, 운전은 하지 않는다. 가끔 과격한 감정의 손님이 운전 기사의 자리를 뺏으려 하는데 그럴수록 운전대를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 이 버스의 주인은 나니까.

이런 찰떡같은 비유라면 아이들도 나타나고, 사라지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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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고 짜증이 날 때 "그대로 멈춰라."

내 마음이 빨간 불 일때 "그대로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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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내 마음 초록불 됐네!

내 마음이 초록불 일 때 그 때 이야기하자.

내 마음의 주인은 나야,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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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도, 난동꾼도 어쩌다 한 번이면 얼마든지 손님처럼 대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잦아지면 누구나 화가 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생각해야 하는 일은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일은 다르다는 것이다.

몽골 제국의 칭기즈칸은 자신을 도우려는 줄도 모르고 화가 나 아끼던 매를 죽이고 나서 이렇게 결심했다.

"화가 났을 때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겠다."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인들은 화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그냥 걷는다. 화가 풀릴 때까지 걷다가 마음이 진정되면 화를 그 자리에 두고 온다는 의미로 막대기 하나를 눈 위에 툭 꽂아둔다. 그러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화가 났던 이유를 생각해 보는 거다. 나도 어쩌다 한 번씩 이런 이성적인 과정을 거치고는 한다. 걷고 나면 신기하게 화가 났던 이유가 전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그제야 조금만 참을 걸 뒤늦은 후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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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가져오는 일이기에

늘 조심스럽고 책임감이 무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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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그림은 선생님의 제자인 김서희 양이 맡았다. 선생님이라고 왜 힘들지 않겠나. 하지만 선생님의 마음 수업을 듣고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려준 제자가 있어서 더 먼 길을 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세상에 혼자 이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세상이 혼란스러운 만큼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 각자의 마음을 지키며 함께 성장하는 우리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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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의 인체 탐구 프로젝트 1 - 소화 기관 : 몸의 첫 번째 비밀 ㅣ 법의학자 유성호의 인체 탐구 프로젝트 1
류미정 지음, 김래현 그림, 유성호 기획 / 아울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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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혈기가 왕성할 때는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믿었다. 도대체 밤새 뭘 하고 놀았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친구들과 모여 있다 뿔뿔이 흩어져 출근했던 어느 날 아주 놀라운 경험을 했다. 반은 깨어 있고, 반은 자고 있는. 사람들이 말을 시키면 대답을 하긴 했으나 분명 그 때 나는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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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아는 일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아끼고 돌보는 첫걸음입니다. 왜 배가 아픈지, 왜 피곤하고 기분이 이상한지 이해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자신의 몸과 대화를 시작한 것입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인체 탐구 프로젝트 1, 기획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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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를 걱정해야 할 나이가 되고 보니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는다고 믿게 되었다. 아이들과 잠자리에 누워 오늘은 잘 사람들이 아닌 듯 떠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까무룩 잠드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알람 없이 저절로 눈이 떠지고, 양 어깨에 얹혀 있던 돌덩이가 사라진 것처럼 가벼운 아침을 맞이한다. 반대로 아이들이 잠든 후 책도 읽고 딴 짓도 하느라 잔 것 같지도 않은데 알람이 울리면 그야말로 몸이 천근만근이다. 굿모닝이 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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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의 인체 탐구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유성호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 및 전공의 과정을 거쳐 병리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27년간 법의학자의 길을 걸어오며 3000건 이상의 부검을 수행했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 및 범죄 관련한 부검과 자문을 담당한 그는 자신의 직업을 천직이자 운명이라 여긴다.

저자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들의 몸을 이해하고 건강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 몸을 아는 일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생명을 존중하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태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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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음식을 오래 먹지 않으면 핏속의 포도당이 부족해져 혈당이 떨어지고,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뇌는 연료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면 뇌는 위급한 상황을 판단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그 결과 평소보다 더 예민해질 수 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인체 탐구 프로젝트 1,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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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의 인체 탐구 첫 번째 프로젝트 주제는 소화다.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먹는 양이 점점 늘어난다. 밥 두 그릇에 국 한 대접, 과일 한 접시를 다 먹고도 아쉬운 눈치다. 흔히 말하는 '뱃 속에 거지가 들었나'의 시작인 것 같다.

'행그리(Hangry)'라는 말이 있다. '배고픈(Hungry)와 '화난(Angry)'을 합친 말로,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는 상태를 가리킨다. 실제로 음식을 오래 먹지 않으면 핏속의 포도당이 부족해져 혈당이 떨어지고,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뇌는 연료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면 뇌는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그 결과 평소보다 더 예민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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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먹은 것도 없는데 배가 고프지 않거나 이미 많이 먹었는데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때도 있다. 이는 스트레스, 수면 상태, 음식의 종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포만감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음식물이 없어도 위가 늘어나는 자극만으로도 포만감이 생기기도 한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물이나 공기를 넣어 위가 늘어나기만 해도 뇌는 즉시 '배가 부르다'고 느꼈다. 이 신호는 위와 뇌를 이어주는 신경을 통해 전달된다. 그러니까 영양분이 흡수되기 전이라도 위가 빵빵해지는 느낌만으로도 포만감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 옛날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운동장에서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슬픈 이야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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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은 입과 위를 거쳐 넘어온 음식물을 더 잘게 분해하고 흡수하는 곳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의 거의 대부분이 소장에서 흡수된다. 말 그대로 '영양분을 몸으로 옮기는 핵심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인체 탐구 프로젝트 1,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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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천재 의사 류한결의 몸이 갑자기 초등학생의 것으로 돌아갔다. 원인을 찾기 전에 일단 몸부터 숨겨야 했으므로 유성호 교수의 도움을 받아 아우리 마을로 향했다. 그 곳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류하늘'로 살아가며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간다.

한결 같이 밝고 오지랖이 넓은 마을 사람들 틈에서 하늘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간다. 그러던 중 새로운 변화를 알아챈다. 몸이 어려지면서 소화 능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살다시피 할 때는 적게 먹어도 자주 체하곤 했는데, 아우리 마을에서는 함께 사는 병원장님이 해 주는 집밥에 동네 사람들이 가져다 주는 옥수수와 고구마, 꽈배기 등을 먹어도 얼마 후면 허기가 졌다. 밥을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됐다.

어느 날 '하늘'의 담임 선생님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선생님은 며칠 동안 체기가 있었다며 괜찮아질 거라 했지만 천재 의사 '한결'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짧게 끊어 쉬는 숨, 몸을 옹송그린 자세,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 한결은 충수염을 의심했다.

소장에서 영양소를 흡수하고 난 찌꺼기는 대장으로 내려간다. 소장과 대장 사이에 막창자, 흔히 맹장이라 불리는 연결 부위가 있다. 그 끝에는 '충수'라는 작은 주머니가 달려 있는데 이 충수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바로 충수염이다.

예전에는 충수를 쓸모없는 기관이라 여겼지만, 충수가 장에 사는 좋은 균을 보관하고 면역을 돕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후로 충수염이 발생했어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충수를 잘라 내지 않고 약물로 치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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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이 아우리 마을의 일원이 되어가는 동안 갑자기 증발한 천재 의사 류한결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졌다. 몸이 갑자기 어려진 이유를 찾기 전에 언론이 들키기라도 하면 한결을 항노화 연구 대상으로 삼으려고 달려들 것이다. 여기저기 쫓겨 다니다 잡혀 실험실 침대에 묶여 있을 상상을 하니 등골이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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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잦은 말실수로 정체라 탄로날 위기를 겪었던 한결은 언행을 더욱 조심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던 중 환자를 돌보는 일보다 텃밭 가꾸기에 열심인 병원장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왕년에 지금의 나처럼 유명했다던데 왜 이 시골 구석에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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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의사의 추리력을 발휘해 병원 자료실까지 잠입하는 데 성공한 한결, 의학 논문, 환자 사례 기록, 과거 세미나 자료들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는 책장으로 손을 뻗으려는 순간 병원장이 들어온다.

"하늘아, 여긴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 중요한 기록이 많아서 우리 직원들도 허락받고 들어오는 곳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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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모든 비밀을 다 말해주면 재미없지. 과연 2권에서 병원장의 비밀과 한결이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밝혀질 지 궁금하다. 예상해 보건데 병원장이 한결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키를 쥐고 있을 것 같다. 유성호 선생님, 2권은 언제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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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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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쌍해서 좋은가요

아니면 좋아서 불쌍한가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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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봤던 어느 드라마의 대사다.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엔 불쌍해서 좋았고 지금은 좋아서 불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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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끝났고, 삶은 계속됐다. 여전히 그 연인의 대화가 한 번씩 나를 멍하게 하지만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처럼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연민에 관하여>를 통해 평생을 그 불쌍함과 함께 살아온 이를 만났다.

프랭크 카프리오라는 이름보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 얼굴. 언젠가 나도 우연히 그의 법정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짧은 영상이었지만 그가 세상을 구하는 또 한 명의 영웅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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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것이다. 연민을 배우기에 늦은 때는 없고, 연민을 실천하기에 늦은 때도 없다. 그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자신에게 이렇게 묻기만 하면 된다.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연민에 관하여,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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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베푸는 연민은 철저히 학습된 것이었다. 선생님은 그의 부모였다.

그의 아버지는 8학년을 마치고 학업 대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우유 배달을 하면서 고객들의 사정을 헤아리며 없는 살림에도 밀린 우유값을 대신 내주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아들의 레슬링 시합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찾아가 응원했다.

저자가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어느 날, 아버지는 저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언젠가 넌 변호사가 될 게다. 너는 말을 잘하니까. 너는 언젠가 변호사가 될 거야.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라. 우리같이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받지는 말거라. 네게 돈을 줄 부자들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그날 아버지의 말은 직접적이고 간단했으나 강력했다. 하지만 그날 저자가 자신의 미래를 확신한 결정적인 요인은 자신의 어깨에 얹어진 아버지의 손이었다. 나를 걱정해 주고, 잘 지내길 바라고, 인생의 바다에서 순조롭게 항해하도록 살짝 바람을 넣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저자를 이를 가리켜 다정한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특권'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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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어린 시절은 객관적으로 불행해야 마땅했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고, 먹을 것이 변변치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온 가족이 오븐 앞에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단다. 디즈니 만화에서 볼 법한 동화같은 이야기다.

저자의 어머니 또한 삶을 통해 연민을 가르쳤다. 그녀는 자기를 위해 옷 한 벌 산 적이 없고, 그렇게 좋아하는 복숭아 캔 하나 사지 않았다. 항상 식구들을 우선시했고, 불평하는 법이 없었다. 궁핍한 생활 속에서 매주 50센트, 1달러 씩 모아 2,000달러를 모았다. 20년이 걸렸다. 그렇게 모은 돈을 학비가 없어 로스쿨 진학을 미루려는 저자의 손에 쥐어줬다.

저자는 어머니의 고난과 맞바꾼 그 돈을 받을 수 없었다. 어머니도 울고, 저자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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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이 세상이 더 친절해지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연민에 관하여,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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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믿음을 거름 삼아 교사가 된 저자는 이후 변호사로서도, 판사로서도 성공했다. 판사 시절 그는 주로 교통 법규 위반을 다루었다. 그의 법정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범칙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았다. 주차 위반 범칙금 30달러를 내면 그날 먹거리를 살 돈이 없었다. 범칙금을 낼 때까지 그들의 차 바퀴에 잠금 장치를 채우면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어른들은 일을 할 수 없었다. 악순환이었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모인다고 했다. 저자의 인간 냄새 나는 판결이 영상을 통해 유명해지자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인디애나에 사는 앤지 체서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었다. 앤지는 어렵게 모은 돈 20달러를 저자에게 보내며 나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자는 고마움의 표시로 법정에서 앤지의 편지를 읽었고, 그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기부금을 보냈다. 훗날 저자 어머니의 이름을 따 필로메나 기금으로 불리게 된 이 소중한 마음은 어머니가 몸소 보여주었던 연민의 확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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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차갑다.

그래서 판단은 인간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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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불쌍한 걸까, 불쌍해서 좋은 걸까. 여전히 답을 모르겠다. 이게 먼저든 저게 먼저든 아무튼 좋다니까 좋은 거겠지. 서로를 향한 연민이 민들레 홀씨에 실려 온 세상 구석구석 노랗게 꽃 피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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