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은 이름처럼 예쁜 보담이와 제 1 세계에서 어울릴 꿈에 부푼다. 하지만 "너는 책 많이 읽니?"라는 그녀의 물음 앞에 백지가 되고 만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재석은 서점에 들렀다. 여러 종류의 데미안들 중에서 가장 싸고 얇은 것을 골라 샀다.
담배를 끊고 <데미안>을 읽은 재석은 폭력 서클의 짱인 병규에게 탈퇴를 선언한다. 결자해지라 했다. 재석이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가기 위해 선택한 탈퇴 조건은 엉덩이 삼백 대 맞기였다.
싱클레어의 알 깨기를 도운 것은 전학생 데미안이었다. 숨길 수 없는 성숙함의 지닌 그는 작문 시간에 들은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해석해 싱클레어를 뒤흔든다. 그러더니 전 세계로 번질 대전쟁에 참전하면서 싱클레어에게 당부한다.
"잘 들어, 싱클레어. 난 곧 여길 떠나야 할 것 같아. 너는 언젠가 다시 나를 찾게 될 거야. 하지만 그때는 네가 부르다고 예전처럼 말이나 기차를 타고 너에게 갈 수 없어. 그때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이후 싱클레어는 열쇠를 찾아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 안으로 들어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터득했다. 내부 세계 깊숙한 곳의 마음의 거울에는 운명의 모습이 비치고, 그 어두운 거울 위로 허리를 굽히기만 하면 자신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닫는다. 거울 속 그 모습은, 친구이자 인도자였던 데미안을 닮았다는 것을.
<데미안>을 읽고 나면 싱클레어의 홀로서기도 궁금하지만 데미안의 훗날은 어땠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아쉬움을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로 달래봐야겠다. 그나저나 "사람이 무슨 알에서 깨어 나냐? 사람은 포유류인데."라고 했던 재석이 친구 민성이는 어떻게 지내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