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심장, 물 -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신비로운 물의 여행 ㅣ 알아두면 똑똑해지는 어린이 지식그림책 1
올가 파데예바 지음, 추우진 옮김 / 뭉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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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 보면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질 때가 있다. 또 그림을 보다가 글이 나오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수많은 그림책을 함께 봤다. 그 중 오래 기억에 남는 것들을 떠올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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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주인공은 그림이다. 그래서 일부 그림책들은 글 한 줄 없이 오직 그림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지구의 심장, 물>같이 글과 그림이 퍼즐처럼 맞춰져 하나의 작품이 되는 그림책을 만나면 한동안 그림책을 꽉 껴안고 있게 된다. 무언가 내 안을 채우고 있다는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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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발 아래 깊은 땅 속에 커다란 물 저장고가 있다는 게 믿어지나요?

지구의 심장,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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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물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우리를 지켜주었고, 지금은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 지구에서 액체, 고체, 기체 세 가지 다른 모습으로 지구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물 뿐이다. 얼음과 눈도 물이고 수증기, 구름, 안개도 물이다. 물은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갑자기 안 보였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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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환의 시작은 태양이다. 태양이 바닷물을 따뜻하게 데우면, 물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안개와 이슬이 된다. 이후 찬 공기와 만나 식으면 작은 물방울이 되는데 이것이 모이면 구름이 된다. 구름 속 물방울들이 점점 무거워지면 땅으로 떨어진다. 이때 날씨에 따라 비가 되거나 눈, 또는 우박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액체 상태의 물이 줄어든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과정이 아주 오랫동안 반복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마시는 물의 일부는 그 옛날 아기 공룡이 물장구치고 놀았던 호수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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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원래 투명하고 아무런 색이 없는데 우리 눈에는 왜 바다가 파랗게 보일까요?

지구의 심장,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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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색깔은 물의 깊이, 투명도, 하늘의 색깔, 구름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또 바닷물이 햇빛을 어떻게 빨아들이고 흩뿌리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햇빛은 여러 색깔 빛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빨간색 긴 빛줄기는 물속에서 금방 사라져서 깊은 바닷속에서는 빨간색 물건도 회색처럼 보인다. 반대로 파란색 짧은 빛줄기는 물속 깊이, 가장 멀리 잘 퍼져 나간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바다'하면 파란색을 떠올리는 이유다.

바다의 색은 햇빛 뿐 아니라 그 속에 사는 미생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초록색 드물게는 붉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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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호수나 강물은 왜 바다처럼 파랗게 보이지 않을까? 먼저 강물은 바다보다 얕고 유속이 빨라서 바닥에 있는 모래나 진흙, 가라앉은 잎사귀 등을 뒤섞으며 흐른다. 그래서 강물은 갈색, 노란색, 회녹색 등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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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하나에 온 세상이 담겨 있어요.

흔히 물처럼 살라고 한다. 어느 곳에 머무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인 물이지만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에 적응하며 살아내는 삶. 하나 더, 늘 곁에 있다고 그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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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사면 과학 드립니다 ㅣ 과학 드립니다
정윤선 지음, 시미씨 그림 / 풀빛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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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과 가까이 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들의 사회 생활이 시작되니 어쩔 수가 없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는 법. 이렇게 된 거 먹을 것은 먹고 공부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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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주 속상해! 친구들이 나를 집어 들었다가 가격이 비싸다고 다시 내려놓는 일이 많아졌거든. 맞아, 내 가격이 자꾸 오르고 있어. 카카오빈을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래. 카카오빈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카카오나무가 잘 자라지도 않고 말이야.

라면 사면 과학 드립니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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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아이스크림, 초콜릿 과자, 초콜릿 빵. 초콜릿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만 해도 입 안이 달콤쌉싸름해지고 미소가 번지는 그 초콜릿. 그 맛있는 초콜릿을 못 먹게 될 수도 있다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범인은 지구 온난화. 온실 가스가 지구를 점점 뜨겁게 만들면서 한여름에 눈이 내리거나 겨울에 꽃이 피는 등 지구 곳곳의 기후가 이상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사람은 물론 식물도 큰 영향을 받는다.

초콜릿의 주 원료인 카카오빈은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카카오 나무의 씨앗이다. 길쭉하고 둥근 카카오 나무 열매를 자르면 카카오빈이 40개쯤 들어 있다. 가공 전 카카오빈은 쓰고 떫기만 하다.

우리가 아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카카오빈을 바나나잎으로 감싸 며칠 동안 발효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생물이 떫은 맛을 줄이고 좋은 향이 나게 해 준다. 발효가 끝나면 카카오빈을 햇볕에 잘 말린 뒤 뜨거운 불에 볶는다. 그러면 열로 인해 성분이 달라지면서 맛과 향이 더 진해진다. 잘 볶아진 카카오빈은 잘게 부수면 안에 있던 카카오버터가 녹아 나와 찐득한 액체가 된다. 이때 얇은 판 모양의 틀에 넣고 굳히면 딱딱 쪼개서 먹을 수 있는 판 초콜릿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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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더 심해지면 카카오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지역이 늘어날 것이다. 또 카카오빈의 가격이 점점 올라가면서 초콜릿도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한겨울,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하다 들어와 마시는 핫초콜릿은 행복이다. 그 행복이 사라질 수도 있다니 슬프고 허전해진다. 우리 모두 함께 지키자. 우리 지구! 우리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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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식물들은 왜 이런 성분을 갖게 되었을까? 바로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서야. 식물은 움직일 수 없어서, 동물이나 해충이 먹으려 할 때 피하기 어렵거든. 그렇다고 당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라면 사면 과학 드립니다, 37쪽

민트처럼 특유의 향을 내고 약 성분을 지닌 식물을 허브라고 한다. 옛날 우리 나라에서는 약초로 불렸던 이 식물들은 공기 중으로 쉽게 날아가는 향이 있다. 이들 중 우리에게 이로운 것이 있는데 예를 들면 민트다. 흔히 치약맛이라 하여 호불호가 확실한 민트의 멘톨 성분은 통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한다. 라벤더는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캐모마일은 몸을 편안하게 해서 잠이 잘 오게 한다. 이 덕분에 허브는 차나 식품 보조제로 쓰이며 몸을 편안하게 하거나 통증과 긴장을 줄이는 데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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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허브의 이러한 성분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뿌리내린 곳에서 스스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동물이나 해충이 꺼릴 만한 독특한 향을 만든 것이다.

사람의 경우 민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피부와 입안에 있는 감각 세포가 멘톨 성분을 감지한다. 그러면 실제로 체온이 낮아지지도 않았는데 차가운 자극이 온 것처럼 뇌에 신호를 보낸다. 이 멘톨 성분이 코와 목을 넘나들면 시원하게 느껴져 기분 전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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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사면 과학 드립니다>에는 총 26개의 먹거리들이 저마다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절지 동물인 새우로 만들어진 새우깡 부분을 읽으며 사람들은 어쩌다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게 되었을까 생각해 봤다. 다양한 종류의 과자를 줘 봤으나 갈매기들이 그 중 새우깡을 가장 좋아했던 건지, 그저 던져 주는 새우깡을 받아 먹다 보니 중독된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달콤 꿀버터칩에서는 단짠의 과학을, 정을 나누는 초코파이의 은박 포장에서는 식품 보관의 과학을 배웠다. 공부한 것 같지 않은데 공부가 됐다. 애들과 이 책을 보면서 먹는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그 뒤로도 기회만 되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토대로 지식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 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일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마요네즈 뚜껑은 돌려서 열고, 케첩은 손으로 뚜껑을 밀어 올려서 연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따랐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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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사면 과학 드립니다>를 아주 재미있게 봤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편의점 음식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냈으면 좋겠다. 집밥에도 엄청난 과학이 숨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마! 수리수리 마하수리, 뿅! 집밥 먹고 키도 쑥쑥 마음도 튼튼, 무럭무럭 자라고 건강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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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 : 소설 - 교과서 수록 작품 톺아보기 ㅣ 성격 있는 국어 수업
이현실.남상욱 지음, 애슝 그림 / 풀빛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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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현대시>편을 아주 감명 깊게 봤다. 그래서 소설 편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컸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만나온 이현실, 남상욱 두 저자는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단순히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접한 인물이 다음 행동을 할만 한 마땅한 이유, 즉 서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시험만을 위한 공부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요즘, 국어도 예외는 아니다. 소설의 3요소와 사건의 전개 과정, 인물의 감정 변화, 상징과 복선 등을 수동적으로 암기하느라 바쁘다. 객관식은 그나마 찍기 신공이라도 발휘해 보지만 서술, 논술형 문제는 손도 못 대는 아이들을 늘어나고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성격 있는 국어 시리즈를 적극 추천한다. 일단 한 번 읽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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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걸 알 것만 같던 아버지가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을 위해 애쓰는 아버지에게 미안함과 애틋함을 느껴요.

성격 있는 국어 수업-소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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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장으로 구성된 차례를 살펴 보았다. 익숙한 제목도 있었고, 낯선 이름도 있었다. 그리고 반가운 이름도 있었다.

<순례 주택>, <마지막 이벤트>, <일수의 탄생>, <까먹어도 될까요>를 쓴 유은실 작가다. 그녀는 뜻밖의 상황에 유머를 빚어내는 부러운 재주를 가졌다. 이 책에 소개된 <내 이름은 백석>은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 그 부분을 가장 먼저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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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전부다.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안간힘을 다해도 요지부동인 병뚜껑을 힘 하나 안 들이고 여는 부모를 보며 아이는 영웅을 떠올린다. 더하기와 빼기를 척척 해 내거나 '닭장', '밟다', '까닭'같은 글씨도 헷갈리지 않고 써 나가는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 달콤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그들의 물음에 명확히 답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난다. 하지만 솔직히 인정한다.

"글쎄, 엄마도 모르겠네. 네가 찾아보고 엄마한테도 알려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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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의 백석>은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가 예기치 않게 아버지의 '부족함'을 맞닥뜨리며 시작된다. 천재 시인 백석과 이름이 같은 아이는 새 담임 선생님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행여 백석 시인의 시를 외워 보라고 할까 봐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대거리 닭집' 사장님인 아빠는 호기롭다. 당장 백석 시인의 시집을 사와 함께 읽으며 아들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달래준다. 멋진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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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다음이다.

아빠는 시구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옆집 건어물 아저씨 앞에서 시에 나오는 단어의 뜻을 몰라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농담으로 받아쳤을 아버지인데 이상했다. 무안함에 아무 말 없이 닭만 손질하는 아버지의 낯선 모습에 석이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 같은 죄송함과 아버지를 지켜드리지 못한 미안함이 뒤섞인다.

무안함을 감추려 휘두르는 칼질 사이로 흐르는 정적. 말은 안 해도 자식 앞에서 무식이 탄로 났으니 얼마나 창피하고 속상할까. 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서로의 허물과 잘못을 나누며 돈독해진다. 석이는 그날 아버지로서의 아빠가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아빠를 알게 됐다. 그리고 자기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 열심히 사는 아빠를 존경하고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제인 '아버지를 향한 넓은 이해와 마음의 성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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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은 활빈당을 조직해서 탐관오리가 모은 재산을 빼앗아 백성을 도와요. 이런 갈등 해결 방법이 옳은지에 대해 토론해 보세요.

성격 있는 국어 수업-소설,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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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아마 홍길동이 겪는 갈등과 결단이 단순한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민중의 소망과 개혁 의지를 나타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홍길동이 아무리 난세의 영웅이어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넌 그들과 뭐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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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재산을 빼앗아간 활빈당. 그것을 다시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홍길동. 연결 고리가 썩 유쾌하지 않다. 물론 홍길동에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그는 영웅적 면모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시대적, 개인적 어려움을 맞이한다. 그의 서러움과 분노가 활빈당을 만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도둑질에는 도둑질. 너도 똑같은 자식 낳아 봐라.

나라가 떠들썩할 만큼 극악무도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종종 그 범죄자에게 피해자가 당한 대로 똑같이 갚아주어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어떤 심정인지 왜 모르겠나. 내가 당사자가 되었을 때 용서할 수 있을 거라고 선뜻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런 식의 복수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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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홍길동은 아버지에게 호부호형을 허락받고, 병조판서가 되어 뒤늦게 입신양명을 한다. 개인적인 한계는 뛰어 넘었지만 그와 같은 서얼들은 여전히 적서 차별에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그런 차별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남녀 차별, 지역 차별, 인종 차별 등은 여전히 뿌리 뽑지 못했다.

이 부조리한 사회를 뒤집어 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열망. 그것이 바로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이 세대를 넘고 넘어 사랑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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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 시리즈는 단순히 시나 소설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핵심 포인트를 짚어주고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콕 집어 준다. 백미는 각 작품마다 이어지는 세 가지 질문들이다. 예를 들면 황순원의 <소나기>에는 이런 질문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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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또는 소녀의 시점에서 '그날'을 회상하는 글을 써 보세요.

<소나기> 속 소재들을 떠올려 보고, 이 중 하나를 골라 글을 써 보세요.

이 소설을 소녀의 시선으로 바꾸어 소녀가 소년에게 남길 법한 유언을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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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하면 '복선'이다. 거기다 위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아가다 보면 그 어렵다는 국어와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다음은 어떤 성격 있는 국어 수업이 나올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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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시적인 과학,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우주
우주플리즈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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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알쏭달쏭한 제목, 얼굴이 비치는 거울같은 띠지, '우주를 이해하는 순간, 삶은 비로소 가벼워진다'라는 부제. 그 어떤 것도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하게 하지 못했다. 무언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것이 있기는 했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명인 우주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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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까마득한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토록 넓은 어둠은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이토록 시적인 과학,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우주,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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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주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태양을 축구공으로, 지구는 참깨로 줄여 우주의 크기를 재설정해보자는 것이었다. 숫자 0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득한 숫자 대신 축구공과 참깨라는 감각으로 접근해 보자는 거다. 오호라, 하고 따라가 보니 이번에는 태양의 축소판인 축구공을 광화문 광장 한 가운데 놓아보잔다. 거기서부터 지구를 대신하는 참깨까지 뚜벅뚜벅 성인 보폭으로 30걸음. 약 23m쯤 되는 그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다. 공기도, 소리도, 온기도 없다. 말 그대로 먼지 한 톨조차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허공이다. 은하수나 성단을 본 뒤로 밤하늘은 온통 별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지독할 만큼 텅 빈 공백이 끝없이 이어지는 적막한 세계라니. 저자의 말처럼 왠지 등골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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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축구공 놀이를 따라가다 보면 태양계 가족이 나온다. 수성을 시작으로 해왕성까지 태양 역할을 하는 축구공이 놓인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점점 멀어진다. 2006년 행성의 지위를 잃었지만 여전히 카이퍼 벨트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명왕성까지는 934m. 광화문 광장에서 남쪽으로 내려간다면 서울시의회 본관까지 가야 한다.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었는데, 아이들은 그럼 도대체 우주는 얼마나 큰 거야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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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류는 달을 정복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척박한 땅에 조심스레 '머물고자' 하는 것이다. 깃발을 꽂고 돌아오던 과거의 영광을 좇는 것이 아니라, 지구라는 요람을 떠나 우주라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가까운 징검다리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시적인 과학,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우주,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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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미국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4명의 승무원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가 발사됐다. 이 우주선은 약 10일 동안 달 주위를 돌며 SLS(우주 발사 시스템)와 오리온 우주선의 유인 비행 성능을 검증했다. 향후 달 착륙 및 달 기지 구축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시험 비행이었던 셈이다.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성조기를 꽂는 순간은 당시 우주 개발 경쟁 국가였던 소련을 의식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유엔 우주조약의 서명국이었다. 지구 밖 우주공간은 어느 한 국가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므로 달에 대한 모든 영토적 권리를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세상이 끝날 때까지 회자될 그 순간은 분명 이렇게 외치

는 듯 보였다. 찜! 오늘부터 달은 내 것.

그로부터 반 세기가 지난 지금, 미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달에 가고 싶어한다. 과거 달이 '인간 한계의 증명'이었다면 지금의 달은 우주로 더욱 깊이 나아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정거장'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벗어난 우주는 인간의 낭만을 가차 없이 부수는 가혹한 공간이다. 인류가 화성이나 더 먼 행성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장기간 우주에 체류하며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그 실험을 하기에 달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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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해하는 순간, 삶은 비로소 가벼워진다'.

처음에는 냉소했던 이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울렸다. 이 우주에서 나란 존재는 그저 아주 잠시 머물 뿐이다. 일희일비하지도 말고 무언가를 더 많이 움켜쥐려 안달복달하지도 말자. 그저 주어진 오늘을 적당히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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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속 인물에게 배우는 최소한의 개념 수업 - 수행평가에 필요한 사회 핵심 개념 꿰뚫기
박성경 외 지음 / 미디어숲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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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속 거장들이 내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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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임마누엘 칸트, 장자크 루소, 애덤 스미스.

사회 과목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그들의 사상과 업적을 달달 외우기만 하던 학생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고, 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데 마음을 모아 <교과서 속 인물에게 배우는 최소한의 개념 수업>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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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선은 물과 같아.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다투지 않으며, 낮은 곳에 머무른단다. 이게 바로 '상선약수'야. 사람을 다스릴 때도 마찬가지란다. 나는 무위지치, 즉 인위적인 간섭 없이 다스리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정치로 보았어.

교과서 속 인물에게 배우는 최소한의 개념 수업, 73쪽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역사 속 인물들이 지금의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듯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노자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노자의 사상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물처럼 살아라'다. 물은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머무름이 없다. 그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뿐이다. 이 상황을 생선 굽는 일에 빚대어 표현했는데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크게 공감했다.

맛있는 생선을 먹기 위해서는 열이 오른 팬에 생선을 올려놓고 한 쪽 면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자주 뒤집거나 간섭하면 생선 살이 부서진다. 물론 그 타이밍을 체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생선을 버려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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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건 생선의 종류와 불의 온도, 요리 도구에 따라 다르다고. 노자는 바로 그 '지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식으로 인한 분별을 인위적인 것으로 보았다. 때문에 분별과 판단을 내려놓고 무위자연의 삶을 따라야만 인간 본래의 순수함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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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차면 자연스럽게 비워지고, 부족하면 다시 채워지는 것이 세상의 흐름이거든. 세상은 누군가가 억지로 밀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가고 있어.

교과서 속 인물에게 배우는 최소한의 개념 수업, 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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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이란 이 만고의 진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우리 모두 움켜쥐려 하면 할수록 빠져나가는 모래를 보며 하염없이 울던 아이였다. '어른'이 되는 동안 딱히 무엇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손을 벗어나는 모래는 가게 내버려두고, 다시 빈 손에 담을 수 있는 만큼 담으면 된다는 것을. 그 단순하고 소박한 가치를 자주 잊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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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은 학생이 자신의 호기심을 출발점으로 삼아 생각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즐기도록 이끈다. 사회를 배우는 일이 시험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여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데에 의미가 있다.

교과서 속 인물에게 배우는 최소한의 개념 수업,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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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식적으로는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에서 배우는 중요한 개념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사회학자, 지리학자, 윤리학자 등 여러 학자의 생각과 실제 사례를 함께 담아 교과서 속 개념이 어디에서 나왔고 어떤 고민에서 시작되었는지를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사회를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 이해하며 생각하는 과목으로 바라보도록 돕는 것이 8명의 선생님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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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쩌면 이런 고민조차 시간 낭비일지 모르겠다. 그냥 살자. 그냥 하자. 가면 가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Let it 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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