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시적인 과학,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우주
우주플리즈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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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알쏭달쏭한 제목, 얼굴이 비치는 거울같은 띠지, '우주를 이해하는 순간, 삶은 비로소 가벼워진다'라는 부제. 그 어떤 것도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하게 하지 못했다. 무언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것이 있기는 했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명인 우주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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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까마득한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토록 넓은 어둠은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이토록 시적인 과학,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우주,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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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주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태양을 축구공으로, 지구는 참깨로 줄여 우주의 크기를 재설정해보자는 것이었다. 숫자 0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득한 숫자 대신 축구공과 참깨라는 감각으로 접근해 보자는 거다. 오호라, 하고 따라가 보니 이번에는 태양의 축소판인 축구공을 광화문 광장 한 가운데 놓아보잔다. 거기서부터 지구를 대신하는 참깨까지 뚜벅뚜벅 성인 보폭으로 30걸음. 약 23m쯤 되는 그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다. 공기도, 소리도, 온기도 없다. 말 그대로 먼지 한 톨조차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허공이다. 은하수나 성단을 본 뒤로 밤하늘은 온통 별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지독할 만큼 텅 빈 공백이 끝없이 이어지는 적막한 세계라니. 저자의 말처럼 왠지 등골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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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축구공 놀이를 따라가다 보면 태양계 가족이 나온다. 수성을 시작으로 해왕성까지 태양 역할을 하는 축구공이 놓인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점점 멀어진다. 2006년 행성의 지위를 잃었지만 여전히 카이퍼 벨트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명왕성까지는 934m. 광화문 광장에서 남쪽으로 내려간다면 서울시의회 본관까지 가야 한다.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었는데, 아이들은 그럼 도대체 우주는 얼마나 큰 거야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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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류는 달을 정복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척박한 땅에 조심스레 '머물고자' 하는 것이다. 깃발을 꽂고 돌아오던 과거의 영광을 좇는 것이 아니라, 지구라는 요람을 떠나 우주라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가까운 징검다리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시적인 과학, 당신을 위한 최소한의 우주,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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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미국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4명의 승무원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가 발사됐다. 이 우주선은 약 10일 동안 달 주위를 돌며 SLS(우주 발사 시스템)와 오리온 우주선의 유인 비행 성능을 검증했다. 향후 달 착륙 및 달 기지 구축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시험 비행이었던 셈이다.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성조기를 꽂는 순간은 당시 우주 개발 경쟁 국가였던 소련을 의식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유엔 우주조약의 서명국이었다. 지구 밖 우주공간은 어느 한 국가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므로 달에 대한 모든 영토적 권리를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세상이 끝날 때까지 회자될 그 순간은 분명 이렇게 외치

는 듯 보였다. 찜! 오늘부터 달은 내 것.

그로부터 반 세기가 지난 지금, 미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달에 가고 싶어한다. 과거 달이 '인간 한계의 증명'이었다면 지금의 달은 우주로 더욱 깊이 나아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정거장'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벗어난 우주는 인간의 낭만을 가차 없이 부수는 가혹한 공간이다. 인류가 화성이나 더 먼 행성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장기간 우주에 체류하며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그 실험을 하기에 달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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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해하는 순간, 삶은 비로소 가벼워진다'.

처음에는 냉소했던 이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울렸다. 이 우주에서 나란 존재는 그저 아주 잠시 머물 뿐이다. 일희일비하지도 말고 무언가를 더 많이 움켜쥐려 안달복달하지도 말자. 그저 주어진 오늘을 적당히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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