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있는 국어 수업 : 소설 - 교과서 수록 작품 톺아보기 ㅣ 성격 있는 국어 수업
이현실.남상욱 지음, 애슝 그림 / 풀빛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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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현대시>편을 아주 감명 깊게 봤다. 그래서 소설 편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컸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만나온 이현실, 남상욱 두 저자는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단순히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접한 인물이 다음 행동을 할만 한 마땅한 이유, 즉 서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시험만을 위한 공부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요즘, 국어도 예외는 아니다. 소설의 3요소와 사건의 전개 과정, 인물의 감정 변화, 상징과 복선 등을 수동적으로 암기하느라 바쁘다. 객관식은 그나마 찍기 신공이라도 발휘해 보지만 서술, 논술형 문제는 손도 못 대는 아이들을 늘어나고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성격 있는 국어 시리즈를 적극 추천한다. 일단 한 번 읽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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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걸 알 것만 같던 아버지가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을 위해 애쓰는 아버지에게 미안함과 애틋함을 느껴요.

성격 있는 국어 수업-소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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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장으로 구성된 차례를 살펴 보았다. 익숙한 제목도 있었고, 낯선 이름도 있었다. 그리고 반가운 이름도 있었다.

<순례 주택>, <마지막 이벤트>, <일수의 탄생>, <까먹어도 될까요>를 쓴 유은실 작가다. 그녀는 뜻밖의 상황에 유머를 빚어내는 부러운 재주를 가졌다. 이 책에 소개된 <내 이름은 백석>은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 그 부분을 가장 먼저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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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전부다.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안간힘을 다해도 요지부동인 병뚜껑을 힘 하나 안 들이고 여는 부모를 보며 아이는 영웅을 떠올린다. 더하기와 빼기를 척척 해 내거나 '닭장', '밟다', '까닭'같은 글씨도 헷갈리지 않고 써 나가는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 달콤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그들의 물음에 명확히 답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난다. 하지만 솔직히 인정한다.

"글쎄, 엄마도 모르겠네. 네가 찾아보고 엄마한테도 알려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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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의 백석>은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가 예기치 않게 아버지의 '부족함'을 맞닥뜨리며 시작된다. 천재 시인 백석과 이름이 같은 아이는 새 담임 선생님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행여 백석 시인의 시를 외워 보라고 할까 봐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대거리 닭집' 사장님인 아빠는 호기롭다. 당장 백석 시인의 시집을 사와 함께 읽으며 아들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달래준다. 멋진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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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다음이다.

아빠는 시구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옆집 건어물 아저씨 앞에서 시에 나오는 단어의 뜻을 몰라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농담으로 받아쳤을 아버지인데 이상했다. 무안함에 아무 말 없이 닭만 손질하는 아버지의 낯선 모습에 석이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 같은 죄송함과 아버지를 지켜드리지 못한 미안함이 뒤섞인다.

무안함을 감추려 휘두르는 칼질 사이로 흐르는 정적. 말은 안 해도 자식 앞에서 무식이 탄로 났으니 얼마나 창피하고 속상할까. 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서로의 허물과 잘못을 나누며 돈독해진다. 석이는 그날 아버지로서의 아빠가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아빠를 알게 됐다. 그리고 자기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 열심히 사는 아빠를 존경하고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제인 '아버지를 향한 넓은 이해와 마음의 성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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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은 활빈당을 조직해서 탐관오리가 모은 재산을 빼앗아 백성을 도와요. 이런 갈등 해결 방법이 옳은지에 대해 토론해 보세요.

성격 있는 국어 수업-소설,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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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아마 홍길동이 겪는 갈등과 결단이 단순한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민중의 소망과 개혁 의지를 나타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홍길동이 아무리 난세의 영웅이어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넌 그들과 뭐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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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의 재산을 빼앗아간 활빈당. 그것을 다시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홍길동. 연결 고리가 썩 유쾌하지 않다. 물론 홍길동에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그는 영웅적 면모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시대적, 개인적 어려움을 맞이한다. 그의 서러움과 분노가 활빈당을 만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도둑질에는 도둑질. 너도 똑같은 자식 낳아 봐라.

나라가 떠들썩할 만큼 극악무도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종종 그 범죄자에게 피해자가 당한 대로 똑같이 갚아주어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어떤 심정인지 왜 모르겠나. 내가 당사자가 되었을 때 용서할 수 있을 거라고 선뜻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런 식의 복수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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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홍길동은 아버지에게 호부호형을 허락받고, 병조판서가 되어 뒤늦게 입신양명을 한다. 개인적인 한계는 뛰어 넘었지만 그와 같은 서얼들은 여전히 적서 차별에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그런 차별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남녀 차별, 지역 차별, 인종 차별 등은 여전히 뿌리 뽑지 못했다.

이 부조리한 사회를 뒤집어 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열망. 그것이 바로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이 세대를 넘고 넘어 사랑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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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있는 국어 수업' 시리즈는 단순히 시나 소설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핵심 포인트를 짚어주고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콕 집어 준다. 백미는 각 작품마다 이어지는 세 가지 질문들이다. 예를 들면 황순원의 <소나기>에는 이런 질문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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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또는 소녀의 시점에서 '그날'을 회상하는 글을 써 보세요.

<소나기> 속 소재들을 떠올려 보고, 이 중 하나를 골라 글을 써 보세요.

이 소설을 소녀의 시선으로 바꾸어 소녀가 소년에게 남길 법한 유언을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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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하면 '복선'이다. 거기다 위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나아가다 보면 그 어렵다는 국어와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다음은 어떤 성격 있는 국어 수업이 나올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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