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도약 - 수학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는가
휴 바커 지음, 장영재 옮김 / 알레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가끔 아이들이 수학 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아직도 한국말로 쓰여진 문장을 보고 또 봐도 멍해질 때가 있다. 수학과 과학이 변화시키는 세상에 한 발자국 다가가 보고자 선택한 <양자 도약>도 그랬다. 문장의 최소 단위인 단어는 알겠는데 그것들을 배열해 놓은 문장과 문단은 참 어려웠다. 몇 날 며칠을 끼고 뒹굴어 봐도 내게는 참 어려운 분야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뒤쳐지면 내 자리는 없을 것 같았다.

​

​

​

​

​

문명이 달력을 갖게 되면 농작물, 날씨, 폭풍, 홍수 등을 기록하는 데도 사용된다. 날씨가 농업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에 따라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날씨를 예측하려 시도했다.

양자 도약, 187쪽

​

차례를 살펴 보면 양자 도약이 우리 생활과 굉장히 밀접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공 지능, 패턴 인식, 자율 주행 자동차, 태양광 자동차, 그리고 미래의 로켓까지.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날씨였다.

바빌로니아인들은 날씨의 예측을 위해 구름 패턴을 관찰하고, 점성술을 사용했다. 때로는 현명하고 때로는 덜 현명한 이 방법은 기원 전 1000년 전에도 중국, 인도, 그리스의 기록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서기 904년에는 <나바테아 농업>이라는 책이 아랍어로 번역되었는데, 대기의 변화, 달의 위상 관찰, 바람의 움직임과 방향을 관찰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

이 모든 초기 방법의 공통점은 패턴 인식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해가 질 때 하늘이 붉으면 화창한 다음 날이 이어지는 것처럼 비슷한 패턴의 기록을 찾을 수 있다면 날씨도 어떤 패턴을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패턴 인식은 검증이 가능한 이론을 생각해낼 수 있는 기본적인 수학적 방법이다. 문제는 날씨가 너무도 복잡한 시스템이어서 순수한 패턴 인식만으로는 신뢰할 만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에 영국 날씨가 폭풍우가 몰아칠지 아니면 맑을지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데.

​

​

​

​

​

​

​

​

금융과 날씨를 100퍼센트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이것이 결코 불가능한 이유를 혼돈 이론이 보여준다.

양자 도약, 195쪽

​

일반적으로 기상학자들은 날씨 예측을 위해 기본이 되는 수학 연산을 직접 다루기보다는 그에 기초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그러나 더 나은 중장기적 정보를 제공하고자 일기예보를 미세 조정할 때도 수학이 관련된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예측의 성공 여부에 대한 검토가 포함되지만, 그에 앞서 확률적 과정을 활용한 광범위한 예측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방정식의 변수와 가정된 상수를 다소 무작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예측 결과가 도출되며, 이 예측된 시나리오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그 안에서 가장 적합한 최선의 결과를 대부분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과정 역시 컴퓨터에서 수행된다.

​

금융을 리모델링하는 사람들도 확률적 과정을 사용한다. 기상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금융 시장은 조건의 작은 변화에도 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사실 금융 폭풍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허리케인보다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일하면서도 가능한 합리적인 대응은 날씨와 금융 두 분야의 예측을 절대 100퍼센트 확신하지 않는 것이다.

​

한 가지 더. 우리는 가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 끌릴 때가 있다. '구라청'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 같다. 확률적으로 생각해 보자. 우산을 들고 나가서 좋은 날이 많았는지 아닌지. 컴퓨터도 실수할 수 있다고 너그럽게 생각해보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물리박사 김상욱의 수상한 연구실 10 : 시간 - 그대로 멈춰라! ㅣ 물리박사 김상욱의 수상한 연구실 10
김상욱 지음, 정순규 그림, 김하연 글, 강신철 자문 / 아울북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우리가 매일 만나고 스쳐가는 사람들 중에 시간 여행자가 있다면? 초등학교 다닐 때 내 짝궁이었던 아이가 그 시절을 기준으로 미래인 현재에 와 있다면, 내 나이 육십이 됐을 때 같이 배드민턴 치게 될 멤버가 그 때를 기준으로 과거인 현재에 와 있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초등 동창에게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고, 배드민턴 클럽 멤버에게 미래에는 뭐가 돈이 되는지 알려달라고 할 것.

​

​

​

​

"그렇다면 시간에 대한 얘기나 계속해 볼까요? 그거 아세요? 우리가 사용하는 '연, 월, 일'이라는 개념은 지구에서만 통하는 시간의……."

물리박사 김상욱의 수상한 연구실 10, 27쪽

최근 화성 탐사에 대한 영화와 책이 인기를 끌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 X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과연, 진짜, 정말로, 인류가 우주 여행을 즐기게 될 날이 올까.

일단 긍정적인 쪽에 앉아 보자. 미래의 어느 날 대중 교통처럼 발달된 우주 여행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휴가를 떠나는 거다. 비행기에 타고, 우주를 날고, 어느 행성에 내리는 동안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

고대 이집트인들은 오랜 관찰 끝에 나일강이 매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범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시기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알맞은 때에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 년을 크게 세 계절로 나누어 시간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은 천체의 움직임에 기반한다. 하루는 지구의 자전, 한 달은 달의 공전, 일 년은 지구의 공전 주기에 따른다. 옛날 사람들은 해의 위치나 그림자의 길이를 보며 하루 시간을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해시계는 흐린 날이나 밤에 사용할 수 없어 불편했다.

우리보다 먼저 시간 측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방면으로 노력해준 분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 시간을 정해 만날 수 있고, 좋아하는 드라마 시간을 기다리며 설렐 수 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재미있게 살겠습니다.

​

​

​

​

​

"시간 여행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시간 여행자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다고 했잖아. 시간을 멈추는 일에도 부작용이 있어. 너만 빼고 세상의 시간을 멈춘다면, 결국 너의 시간만 흐르는 거잖아. 5분밖에 안 되더라도 몸에 무리가 오지."

물리박사 김상욱의 수상한 연구실 10, 104쪽

​

​

<물리박사 김상욱의 수상한 연구실 9>는 사라지지 않는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10편에도 에너지 이데아인 에노스가 등장한다. 송전탑을 타고 오르는 에노스는 전기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려 한다. 그 전에 막아야 하지만 송전탑까지 거리가 멀고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에노스에 맞서는 것은 위험했다.

모두의 시선은 시간 이데아인 티노스에게 향했다. 티노스도 이 사태를 해결한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얼굴에 있는 분침에 손가락을 얹고 분침을 한 바퀴 돌렸다. 그러고는 다시 손가락을 허공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 자리에 검은빛이 일렁이더니 동그라미는 블랙홀 같은 시커먼 구멍으로 변했다. 주변 풍경이 휘어지고 흔들리는 사이, 시커먼 구멍은 하늘로 순식간에 치솟았다. 이후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처럼 시커먼 구멍이 회오리처럼 에노스의 몸을 단단하게 휘감았다.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 에노스는 분이 풀리지 않아 으르렁거렸다. 에노스가 이데아 캔 안으로 빨려 들어간 뒤에야 어둠이 내려앉은 들판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룩한 박사가 훔친 이데아들을 되찾으려면 그를 찾아야 하는데 아무도 그의 행방을 모른다. 그때 해나가 티모스에게 시간 여행을 제안한다. 9권에서 김상욱 아저씨가 에너지 킹 건물로 끌려갔던 날로 돌아가 마 회장의 부하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이데아 캔을 가지고 현재로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 여행은 단순히 시계의 바늘을 돌리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먼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누군가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간다면 그 사람이 떠나는 순간 나머지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기억을 모두 잃게 된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

문제는 또 있다. 만약 내가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는데 의도치 않게 내 조상 중 한 사람이 죽게 된다면 현재의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조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나도 있을 수 없다. 이처럼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문제를 '할아버지 역설'이라고 한다.

​

타임 머신은 원리로만 보면 가능한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타임 머신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타임 머신이 시간 이동을 하려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하거나 공간이 특별하게 휘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물리 법칙상 이런 조건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가끔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젊은 날 뭣 모르고 흘려보낸 시간을 지금 끌어 모아다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하는. 시간 없다, 시간 없다 소리를 달고 사는 40대 아줌마가 어린이를 위한 과학 동화를 보며 너무 감정이입한 것 같다. 애들은 모르겠지.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금방 '어른'이 될 지.

그때까지 즐겨라. 물리박사 김상욱도 보고, 뇌과학자 장동선도 보고, 법의학자 유성호도 보면서 재미있게 놀아라. 숙제는 먼저 끝내놓는다, 알지?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장동선의 미래 과학 프로젝트 2 - 로봇, 인간의 한계를 확장하다 ㅣ 장동선의 미래 과학 프로젝트 2
장동선 기획, 노지영 지음, 김지인 그림, 송석리 정보글 / 아울북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거의 다 왔다. 애완견 역할을 하는 로봇 강아지, 사고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는 뱀 모양의 로봇, 작업 현장에서 휴식 시간 없이 일하는 로봇. 이제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 사람 별로, 종류 별로 나눠 옷장에 넣을 수 있는 로봇만 나오면 된다. 그럼 나는 그 로봇 덕분에 아낀 시간에 뭘 하면 좋을까.

​

<장동선의 미래 과학 프로젝트 2>의 주제는 로봇이다. 이 책에는 미래에서 타임 머신을 타고 온 두 대의 인공 지능 로봇, 니콜라스, 로지가 나온다.

로봇의 시작은 놀랍게도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청동 거인 탈로스는 매일 크레타섬을 세 바퀴씩 돌면서 해안을 순찰했다. 적군이나 해적이 섬에 접근하면 거대한 바위를 던져 쫓아냈다.

기원 전 4세기 경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아르키타스가 나무로 된 비둘기 모양의 장치를 만들었고, 19세기 유럽에서는 여러 형태의 오토마타가 등장했다. 오토마타란 그리스어로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으로, 사람이 계속 조종하지 않아도 물, 공기, 태엽 같은 힘을 이용해 스스로 작동하는 기계 장치다.

​

웨어러블 로봇은 옷처럼 몸에 착용해서 힘을 보조하거나 움직임을 도와주는 장치야. 허리에 두르거나 다리에 끼우는 등 여러 형태가 있어.

장동선의 미래 과학 프로젝트 2, 116쪽

​

내가 어릴 때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상상했던 일들이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다. 로봇이 그 중 하나다. 로봇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현장에서 놀라울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확장된 영역은 사람의 신체에까지 다다랐다.

사람이 직접 입음으로써 작동하는 로봇을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라고 한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로봇의 센서가 사용자의 움직임이나 근육의 신호를 알아차리면 모터가 필요한 힘을 보태준다. 예를 들어 무거운 짐을 들려고 할 때, 센서가 "아, 지금 힘이 필요하구나!" 를 감지하면 모터가 도와준다. 사용자의 관절 각도나 보행 속도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로봇에 끌려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남자가 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대신 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다 운명같은 여인을 만났고, 용기를 내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할수록 다시 걷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러던 중 공경철 카이스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을 만나게 됐다. 그 로봇은 작동 신호를 받으면 사용자에게 다가가 필요한 부위에 장착되어 몸이 불편한 사람도 혼자 사용할 수 있었다. 하루 빨리 그 로봇이 상용화되기를 바라는 그의 꿈은 하나다.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사랑하는 여인과 걷는 것.

​

​

​

​

​

로봇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고마운 존재야. 하지만 로봇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직접 판단해야 하는 결정도 로봇에게 맡겨 버리게 돼. 우리는 로봇을 똑똑하게 활용하되, 중요한 결정은 언제나 사람인 우리가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

장동선의 미래 과학 프로젝트 2, 82쪽

​

​

2024년 독일 베를린 공과 대학교 연구 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때로 무의식적으로 무언가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회로 기판의 결함을 찾는 작업을 할 때 혼자 하거나 다른 사람과 일할 때보다 로봇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 결함을 덜 발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일하지 않아도 로봇이 알아서 잘 할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소셜 로핑(social loafing)'이라고 한다. 로봇을 지나치게 믿고 방심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로봇은 그저 로봇일 뿐이다. 반려 로봇이 수명을 다했다고 장례를 치르는 일 같은 감정 혼돈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내가 아파서 누워 있으면 당장 걱정해 주는 사람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배우자와 자녀 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로봇은 그저 로봇일 뿐이다. 로봇이 가족과 친구를 대신할 수 없다.

​

​

​

최근 김애란 작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녀는 사람과 AI의 차이점은 '망설임, 주저함'이라 말했다. 어떤 질문을 해도 수초 만에 놀라운 답변을 내 놓는 AI와 로봇이 만나면 어떨까. 분명한 것은 사람의 할 일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간에 우리가 해야할 일은 다름 아닌 생각이다. 명령대로 움직이는 로봇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 힘을 합친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열 살, 한비자를 만나다 ㅣ 나의 첫 인문고전 10
홍종의 지음, 임미란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

​

"일은 할만 한데 사람이 어려워."

이직이나 퇴사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다. 직장 상사나 동료, 거래처 직원이나 고객들. 이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말로 인한 스트레스나 관계 유지를 위한 에너지 소모는 야근의 피로보다 몇 배 크다.

비단 오늘날만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학자였던 한비는 전국 시대의 일곱 나라 중 가장 힘이 약했던 한나라에서 태어났다. 시대적 상황도 어려운 데다 왕족이기는 했지만 후궁에게서 태어나 천대를 받았던 개인사까지 더해 말을 심하게 더듬게 되었다. 그로 인해 따돌림을 받으며 자랐지만 한비는 망해 가는 나라가 더욱 걱정스러웠다. 어떻게든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데 힘을 보태고자 공부를 열심히 하고,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 글쓰기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무려 2300년 동안 사람들이 곁에 두고 읽고 있는 <한비자>라는 책이다.

​

​

​

​

​

사람들과의 관계란 무척 복잡하고 다양해요. 법이 바로 서지 않는 세상이라면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고 끊임없이 싸울 거예요. 그래서 <한비자>에서는 공정하고 질서 있는 세상을 위해 법과 규칙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원칙이 바로 서야 서로 믿고 소통할 수 있다고요.

열 살, 한비자를 만나다, 5쪽

​

한비네 집은 다둥이 가정이다. 위로 오빠가 셋에 아래로 남동생 하나. 뒤죽박죽, 엉망진창, 달라도 너무 다른 다섯 남매에게 맞추느라 엄마는 심장이 다섯 개인 사람처럼 살아간다. 게다가 한비 엄마의 지나치게 '자애로운' 성품 탓에 한비네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아이들끼리 싸워도 어째서인지 늘 차분하고 밝은 엄마의 태도에 한비는 갈수록 마음이 답답해졌다.

​

그러던 어느 날, 새로 오신 학교 보안관 할아버지께 <한비자>라는 두툼한 책 한 권을 받았다. 책의 두께로 보나 표지에 나와 있는 옛날 옛적 사람의 얼굴로 보나 상이라기보다 벌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한비는 매일 조금씩 <한비자>를 읽어 가며 그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갔다.

절정은 한비 엄마가 다쳐 일주일 이상 병원에 입원해 있던 기간이었다. 이렇게나 길게 집을 비워본 적이 없었던 한비 엄마는 아이들 걱정에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도 안절부절못했다. 아빠도 허둥지둥 회사에 휴가를 내고 엄마 간호에 나섰다. 엄마가 있어도 난장판이었던 집은 엄마의 부재에 무법 천지가 되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한비는 자기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규칙'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세 오빠들은 까칠해져서 소리를 지르고, 관심없다는 듯 휴대폰에 빠져들고, 온갖 불평, 불만을 늘어놓았다.

​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엄마, 아빠가 없으면 당장 어떻게 될 줄 알았지만 한비네 다섯 남매는 이렇게 저렇게 잘 버티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막내 민기가 혼자 등교 준비를 한다는 거였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오빠들은 잠자기 전에 문단속을 하고, 쓰레기 분리 배출을 하는 등 집안일을 분담해서 처리했다.

달라진 건 한비 남매뿐만이 아니었다. 퇴원 후 집에 돌아온 엄마는 두 팔을 벌려 오 남매를 끌어안고 훌쩍이는 대신 차분한 얼굴로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너희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엄마로서 나 자신을 자세히 돌아보게 되었어. 또 너희들 한 명 한 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깨달은 게 있어. 이제 엄마도 변할 거야."

엄마는 입원해 있는 동안 한비가 추천했던 <한비자>를 읽고 큰 결심을 했다. 달라진 엄마의 모습에 오 남매는 놀라고 당황스러워 어찌할 줄을 몰랐다. 한비 엄마는 결연한 의지를 담아 쐐기를 박았다.

"쉽게 말하면 엄마가 우리 집 왕이 되겠다는 거야. 그것도 아주 힘이 센 왕 말이야. 그래서 우리 집을 제대로, 잘 다스리겠다는 거지."

​

​

​

​

​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는 것을 때에 맞춰 적절하게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열 살, 한비자를 만나다, 93쪽

한비 엄마도 오 남매도 물론 알고 있었다. 언제까지 엄마가 모든 걸 대신해 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다만 익숙함과 편리함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 무렵 한비네 학교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내 집 같은 학교, 가족 같은 우리들' 대신 학교 규칙을 잘 지키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선을 지키며 각자의 경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언제까지 철없는 막내일 것 같았던 민기가 자기 할 일은 스스로 해보겠다며 씩씩한 모습을 보이자 세 형들도 마지못해 각자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시작했다.

<한비자>에서 말했듯 바람을 타면 약한 화살도 멀리 가는 법이다. 어렵고 복잡한 사람의 숲에서 헤매지 말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꼭 필요한 책 <한비자>를 읽어 보자. 한 번 읽어도 좋고, 두 번, 세 번 읽으면 더 좋다. 열 살에 만나도 좋고, 스무 살, 마흔 살에 만나도 괜찮다. 언제든 훌륭한 가르침을 받아 익히면 우리의 인생이 순풍에 돛 단 듯 흘러갈 것이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일단 그냥 해 보자.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이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2탄이에요?"

올해 초 거의 두 달동안 벽돌책인 <코스모스>를 끼고 살았었다. 그러는 동안 온 가족이 <마션>, <프로젝트 헤일메리> 같은 영화와 책도 봤다. 당연히 우주에 대한 관심이 싹텄고 점점 커졌다. 우주는 어떻게 생겼는지, 외계 생명체는 진짜 있는지, 과연 인간은 정말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을지. 아이들과 한참을 얘기하다 보면 언제나 놀랍고 신기하다로 마무리되곤 했다. 대체 우주란 무엇일까.

​

​

​

​

​

​

오늘날에도, 우리가 시속 약 1,600킬로미터로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시속 거의 11만 킬로미터로 공전하는 행성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느낌이 든다. 지금도 우리의 직관은 우리가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는 땅 위에 서 있다고 말한다. 이는 외부 기준점이 없기 때문에 지구가 끊임없이 이어가는 여러 형태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코스모스를 넘어, 38쪽

​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 난 가만히 땅을 딛고 서 있는데 사실은 빙글빙글 돌고 있다니. 나 뿐만 아니라 북극에서 남극까지 지구가 통째로 돌아가고 있다니. 거기다 자전과 공전을 동시에 하고 있다니 갑자기 어질어질해지는 기분이었다.

​

독일의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내가 느꼈던 기분을 작가답게 나타냈다.

"모든 발견과 사상 중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큼 인간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없을 것이다. 세상이 둥글고 그 자체로 완전한 세계로 인식되려는 바로 그 순간, 인류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거대한 특권을 포기해야 했다."

인류는 오랫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인간은 왕좌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는 인간이 특별하다는 믿음을 뒤흔드는 일이었다.

​

태양 중심설과 지동설은 각각 성경의 해석이라는 종교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관측 증거라는 과학을 대변했다. 천문학의 패러다임이 극적으로 전환된 데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공이 크다. 갈릴레이 위성이라 불리는 목성의 가장 큰 네 개의 위성, 즉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의 발견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 주위를 도는 천체가 직접 관찰된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후 갈릴레오는 달의 표면과 태양의 흑점을 발견했다. 그에게 태양과 달은 오랫동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에서처럼 완전무결한 천체가 아니었다. 이처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증거들이 쌓여갈수록 격렬한 비판과 논쟁이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수많은 천체 중 하나에 불과하고, 성경의 해석과는 달리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듯 보이는 현상은 단지 시각적 착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교회는 1616년 태양 중심 우주론이 성경과 모순되는 '이단적인' 이론이라고 공식 선언하기에 이른다.

패색이 짙었다. 갈릴레오는 태양 중심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했고, 이후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다 1642년 생을 마쳤다. 199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청 과학원의 장기간 조사를 바탕으로, 교회가 갈릴레오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2004년에 이르러서야 폴란드 프롬보로크 대성당의 이름 없는 무덤가에서 갈릴레오의 유해가 발굴됐다. 2010년 그가 세상을 떠난 지 467년 만에 그의 유해는 정식으로 장례 절차를 걸쳐 새 무덤에 안치됐다. 그의 검은 화강암 묘비에는 금빛 태양과 그 둘레를 도는 행성들이 새겨졌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계 모형이었다.

​

​

​

​

​

​

우리가 별들로 향해 다른 천체에 전초기지를 세운다면, 진화가 우리에게 설정한 적응 범위를 벗어나는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우리 몸의 생물학적 구조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코스모스를 넘어, 304쪽

​

​

​

누군가를 만나 이야깃거리가 떨어져 갈 즈음 묻는 것이 있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반반쯤 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쉽지 않을 거라 말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의 발자취를 증거 삼아 화성의 테라포밍에 성공할 거라 확신했다.

​

좋다. 화성의 지구화가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자.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생존 가능성 여부다. 사람 뿐 아니라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과 동물, 미생물의 생체 시계는 지구의 자전 주기와 동기화돼 있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지구의 24시간 주기에 조율된 우리의 일주기 리듬은 다양한 생리 기능을 조율한다. 그 결과 우리 몸은 해가 뜨면 활력이 생기고, 해가 지면 이완된다.

​

우리의 뼈와 근육도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에 살기 안성맞춤이 되었다. 우리의 신체 구조, 즉 골격과 근육의 배열은 지구 중력이 부과하는 제약 속에서 움직이고 기능하도록 적응해왔다. 따라서 지구 중력이 사라진 우주 공간의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우리의 근육과 골격이 지닌 견고성이 위협받게 된다. 또 지구 자기장과 대기권이라는 보호막이 없는 우주에는 사람의 DNA를 손상시킬 수 있는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

이같은 이유로 인간을 대신한 기계들이 우주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탄생시킨 새로운 존재들은 우주를 이해하고 그 속으로 뻗어나가는 일에서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저자는 묻는다. 별빛을 바라보며 우리가 느끼는 환희를 그 기계들이 똑같이 느낄 수 있을까? 우주의 광대함이 기계들의 내면에서도 우리 내면에서처럼 강렬하게 감정을 흔들어 놓을까? 하늘과 우리를 갈라놓은 그 아득한 경계를 향해 오르고자 하는 갈망이 그 기계들 안에서도 피어날까? 존재의 근간이 될 만큼 광대하고 정교하면서도 아직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 우주를 이해하게 되는 그 숭고한 황홀감을 그 기계들이 경험할 수 있을까?

​

​

​

​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는 끝없는 탐구의 장이다.

조르다노 브루노

누구도 저자의 의문에 대한 정답을 알지 못한다. 아직은. 어쩌면 영원히.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비록 별이 위대한 신들의 전령이 아니고, 왕의 죽음이나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운명을 예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더라도 우주와 가까워지려는 모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내기 위한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코스모스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알고 싶고 찾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책을 읽으면 질문이 많아진다.

​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