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박사 김상욱의 수상한 연구실 9>는 사라지지 않는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10편에도 에너지 이데아인 에노스가 등장한다. 송전탑을 타고 오르는 에노스는 전기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려 한다. 그 전에 막아야 하지만 송전탑까지 거리가 멀고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에노스에 맞서는 것은 위험했다.
모두의 시선은 시간 이데아인 티노스에게 향했다. 티노스도 이 사태를 해결한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얼굴에 있는 분침에 손가락을 얹고 분침을 한 바퀴 돌렸다. 그러고는 다시 손가락을 허공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 자리에 검은빛이 일렁이더니 동그라미는 블랙홀 같은 시커먼 구멍으로 변했다. 주변 풍경이 휘어지고 흔들리는 사이, 시커먼 구멍은 하늘로 순식간에 치솟았다. 이후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처럼 시커먼 구멍이 회오리처럼 에노스의 몸을 단단하게 휘감았다.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 에노스는 분이 풀리지 않아 으르렁거렸다. 에노스가 이데아 캔 안으로 빨려 들어간 뒤에야 어둠이 내려앉은 들판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룩한 박사가 훔친 이데아들을 되찾으려면 그를 찾아야 하는데 아무도 그의 행방을 모른다. 그때 해나가 티모스에게 시간 여행을 제안한다. 9권에서 김상욱 아저씨가 에너지 킹 건물로 끌려갔던 날로 돌아가 마 회장의 부하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이데아 캔을 가지고 현재로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 여행은 단순히 시계의 바늘을 돌리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먼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누군가 현재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간다면 그 사람이 떠나는 순간 나머지 사람들은 그와 관련된 기억을 모두 잃게 된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문제는 또 있다. 만약 내가 타임 머신을 타고 과거로 갔는데 의도치 않게 내 조상 중 한 사람이 죽게 된다면 현재의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조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나도 있을 수 없다. 이처럼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문제를 '할아버지 역설'이라고 한다.
타임 머신은 원리로만 보면 가능한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타임 머신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타임 머신이 시간 이동을 하려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하거나 공간이 특별하게 휘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물리 법칙상 이런 조건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끔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젊은 날 뭣 모르고 흘려보낸 시간을 지금 끌어 모아다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하는. 시간 없다, 시간 없다 소리를 달고 사는 40대 아줌마가 어린이를 위한 과학 동화를 보며 너무 감정이입한 것 같다. 애들은 모르겠지.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금방 '어른'이 될 지.
그때까지 즐겨라. 물리박사 김상욱도 보고, 뇌과학자 장동선도 보고, 법의학자 유성호도 보면서 재미있게 놀아라. 숙제는 먼저 끝내놓는다, 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