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금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기업 삼0을 떠올리게 하는 일화로 시작한다. 반도체, 자동차, 전자, 바이오까지 삼산 그룹의 2대 독자는 상속 문제 앞에서 오만하고 방탕하게 보낸 지난 날을 후회한다.
망나니 같은 아들이지만 부모된 도리로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삼산 그룹의 오너. 그의 협상안은 이렇다. 삼산의 기술로 만든 가상 현실 장비 삼산 2000S! VR게임기처럼 보이는 기계 안에 들어가서 인류가 쌓아 올린 지식의 탑을 온 몸으로 부딪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뒤 모든 시험을 통과해야만 삼산 그룹의 재산을 상속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모델은 생명 유지 기능까지 추가돼 10년쯤 가상 세계에서 살 수도 있었다. 21세기판 사도세자쯤 되려나.
아들과 달리 아버지는 굳건했다. 작은 상회로 시작한 삼산을 지금의 삼산 그룹으로 만든 힘은 과학 기술이다. 과학은 자동차와 로봇을 만드는기술만이 아니라 인류가 세상을 해석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과학을 알지 못하면 현재는 물론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
주인공이 과학의 세계에서 처음 만난 과학자는 탈레스였다.
기원 전 624년 경에 태어난 탈레스는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신화가 아닌 자연에서 찾으려 한 첫 번째 인물이다. 그 당시 신화로 세계를 설명하던 전통적 사고는 여전히 강력했지만 상업과 측량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점차 정확성과 합리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되는가?"하는 질문은 서양 철학과 과학이 신화에서 벗어나 이성적 탐구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탈레스는 일식 예측, 피라미드 높이 측정, 천문 관찰 등 다양한 실용적 성과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그는 만물의 근원, 즉 아르케를 '물'로 보았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고 형태를 바꾸어 순환하는 가장 보편적 요소였기 때문이다. 아르케는 그리스어로 '처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모든 것의 기원이자 원리, 원인을 뜻하기도 한다. 돌아 보면 현대 과학은 아르케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레스의 아르케 외에도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 물질에 대한 주장은 다양하게 이어졌다. 아낙시메네스는 만물의 근원이 공기라도 했다. 공기가 희박해지면 불이 되고 그것이 농후해지면 물이 된다. 거기서 더 진행되면 돌이 된다. 엠페도클레스는 이 주장이 반박하며 만물의 근원은 불, 물, 바람, 흙의 4원소가 서로 사랑하거나 미워해서 만들어 진다고 말했다. 아이작 뉴턴은 세상은 입자와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여러 과학자들의 '시작'을 찾기 위한 시도는 다양한 사고와 증거가 더해져 원자론이나 현대 물리학의 이론들로 발전했다.
특히 자연이나 신의 뜻이 아닌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규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믿음을 심어준 탈레스의 탐구는 과학사에서 중요한 도약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