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4월 - 열네 살, 우리가 만난 4·19 이야기 ㅣ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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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섭. 최근 의도치 않게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게 됐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가장 먼저 접한 것은 <격리된 아이>였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미국에서 도망치듯 귀국한 아이가 혼자 격리 기간을 견뎌내는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간을 잇는 아이>는 코로나 대유행과 세계 제1차 대전, 우리나라로 따지면 조선 정조, 무오년에 퍼진 스페인 독감 소동을 교차로 다룬다. <격리된 아이, 그 후>까지 쉬지 않고 읽은 뒤에 만난 것이 <그해, 4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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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이 꽤 충격적이었다. 머리에 이만한 최루탄이 박힌 채 바다 위로 떠오른 예비 고등학생 김주열의 시신은 민주주의로의 열망에 불을 당겼다. 그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나. 남원에서 마산에 있는 고등학교에 원서를 넣었고, 합격자 발표를 보기 위해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315 부정 선거 규탄 시위에 참가한 것이 그런 처참한 죽음에 대한 이유가 된단 말인가. 마산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들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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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산으로 향하던 시위대의 첫 번째 목표는 마산 경찰서였다. 시위대는 경찰서를 둘러싸고는 발포한 경찰관들을 내놓으라고 외치고, 죽은 시민들을 살려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경찰서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격분한 시민들은 경찰서 유리창에 돌을 던졌다. 그리고 담장을 넘거나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서 뜰에 주차된 트럭에 큰 돌을 던지고 그 옆에 있는 지프에 불을 질렀다. 그 순간, 경찰서 안에서 총 소리가 들려왔다. 총에 맞은 청년들이 쓰러지는 모습에 시민들은 더욱 흥분해서 경찰서까지 태워버렸다.

그해, 4월,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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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식을 듣고 윤향을 비롯한 한성여중 학생들도 행동에 나섰다. 상황이 악화되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경비 계엄령을 비상 계엄령으로 변경했다. 윤향의 학교에는 휴교령이 떨어졌고, 시위에 절대 참가하지 말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라는 선생님들의 채근이 이어졌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던 윤향 앞을 무장을 한 군인이 막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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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아저씨, 우리를 쏠 거예요?"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윤향이는 정말 궁금했다. 걸음을 멈춘 장교가 윤향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시위를 막으려고 출동한 거지, 시민들을 죽이러 온 게 아니야."

그해, 4월,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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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발포 명령이 떨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냐고 되묻는 윤향에게 장교는 잠깐 뜸을 들이고, 부하들을 힐끔 보며 대답했다.

 "나나 부하들은 차라리 길바닥에 총을 쏠 거야. 그러니까 우릴 믿어라. 계엄사령관께서도 불필요한 인명 피해는 피하라는 지시를 여러 번 내리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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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2월 3일에 있었던 비상 계엄과 얼마 전 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커피 회사의 마케팅 중 하나였던 '탱크 데이'가 생각났다.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우리 모두 하나같이 더 잘 살기 위해 매일 갖은 노력을 다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무고한 사람들까지 죽여가며 그들이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얻어낸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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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값이었던 4· 19혁명은 안타깝게도 5· 16 쿠테타에 의해 빛이 바랬다. 하지만 이 강력한 저항의 정신은 1987년 6· 29 선언까지 이어졌다. 이는 1960년 5월 8일 <경향 신문>에 실린 김주열 어머니의 글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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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자녀들을 잃은 어머니 여러분. 

다 같이 눈물을 거둡시다. 

다가오는 새 나라의 아침 햇살을 받으며 

그리고 자식들이 뿌린 따뜻한 선혈이 남긴 이 민족의 넋이 헛되지 않도록 

내일의 새로운 세대를 뒷받침하는 이 나라의 어머니로서 

다시 한 번 옷길을 여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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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과거가 현재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잘못된 것을 알려주고 기억해야 할 것을 되새겨주는 편지는 우리의 인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유와 안위가 그들의 피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떠올릴 때면 그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바빠진다.  

 잊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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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자모 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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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환율 공부
최호영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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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는 주식 시장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환율이다. 해외 여행 갈 때 외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환율이 내 계좌를 빨갛게, 파랗게 물들이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 원 달러화 환율은 1,504.20원이다. 환율이란 자기 나라 돈과 다른 나라 돈의 교환 비율을 말하는데, 쉽게 말하면 미국 통화로 1달러는 우리나라 돈 약 1540원과 맞교환된다.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하느라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데 때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출렁일 정도다. 역시 미국은 미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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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정직하다. 국가의 기초 체력과 신뢰도를 숫자로 가감 없이 보여준다.

최고한의 환율 공부,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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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대물림은 잔고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안목을 물려주는 것이다. 돈은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사라질 수 있지만 흐름을 읽는 능력은 대를 이어 부를 일구는 영구적인 엔진이다.

따라서 환율 공부는 단순히 이익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라 내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방책이다.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서민들이 먼저 무너지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다. 거대한 파도가 덮칠 때 대피할 구명보트, 즉 달러라는 안전판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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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완벽해서 강한 것이 아니라 가장 덜 위험하기 때문에 선택된다.

최소한의 환율 공부,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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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달러 위기설이 나올수록 달러는 더 강해지고 있다. 이는 '절대적 신뢰'가 아니라 불확실한 전 세계 자본 시장에 대한 '상대적 선택'의 결과물이다.

간단히 보자면 너도나도, 모두가 달러를 쓰기 때문에 달러의 패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돈이 몰릴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이며, 전 세계 거대 자본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거대한 주차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달러의 가치는 단순히 미국의 국력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다. 이는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 법치주의, 자본 시장의 개방성 등 국가의 종합적인 신뢰가 응축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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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금리를 올릴 때 일본만 돈을 풀었고, 그 결과 금리가 낮은 곳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자본의 생리가 엔저를 만들었다.

최소한의 환율 공부,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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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낮은 곳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전 세계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달러로 몰려가면서 엔화 가치는 자연스럽게 하락했다. 결국 환율은 정책이 아니라 자본이 결정하며, 엔저는 일본 경제가 약해서가 아니라 돈이 떠났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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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엔저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 보면 엔저는 일본이 싸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상대적으로 비싸진 것이다. 단순히 가격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는 환율의 파고를 넘어서는 '초격차'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생존이 열쇠임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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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요즘 삼성 전자와 하이닉스 주식이 난리다. 하루다 멀다하고 신고가를 달성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건 아닌가 심히 걱정스럽다. 반도체로 대변되는 첨단 기술이 가치를 떠받치는 '기술 담보 화폐'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이다. 돈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도 기술과 에너지라는 두 무기를 장착하고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할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의 첨단 기술력이 환율 변동성 속에서도 가치를 보존해주는 든든한 안전 장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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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애초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숫자를 보다 보면 초심이 무엇이었는지 가물가물해진다. <최소한의 환율 공부>를 통해 환율 공부까지 마쳤으니 이제 나도 스마트한 개미가 되어 닥쳐올 겨울을 대비해야겠다. 내 그릇을 채우고, 주변도 둘러볼 수 있을 만큼이면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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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 - OST
라이언 박 지음 / 길벗이지톡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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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왕국? 인어 공주? 토이 스토리? 주토피아?

 <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 OST>가 도착한 날 아이들과 한참을 고민에 빠졌었다. 듣고 싶은 노래가 한가득이라 어떤 노래부터 들을 지 결정이 나지 않았다. 서로 자기가 고른 노래를 먼저 듣자고 목청을 높이다 평화적으로 합의를 본 것이 <라이언 킹>에 나오는 '하쿠나 마타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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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na mat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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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na matata, what a wonderful phrase

Hakuna matata, ain't no passin' craze

It means no worries for the rest of your days

It's our problem-free philosophy.

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 OST, 252쪽


 스와힐리어로 Hakuna는 '없다', Matata는 '문제'라는 뜻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문제 없다. 왜? 다 지나가니까. 

 자기를 구하느라 죽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죄책감에 빠져 있는 심바에게 티몬과 품바가 이같은 인생 철학을 노래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야. 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야. 걱정 하지 마. 문제 없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카르페 디엠', 즉 오늘을 즐겨라 하는 말과도 일맥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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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불만을 쏟아놓을 때가 있다. 주로 자신의 잘못은 헤아리지 못하고 상대 탓만 하는 경우인데, 그럴 때 상기시켜주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산 속에서 고승을 모시고 사는 한 상좌가 있었다. 하루는 마을에 볼 일이 있어 산길을 내려가는데 한 여인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 밤 내린 비에 강물이 불어 반대쪽으로 건너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승은 망설임없이 허리를 숙이며 여인에게 말했다.

 "업히시오."

 여인을 업고 강물을 건너는 스승을 보는 제자의 마음은 복잡했다. 여인과 헤어진 후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산길을 걸어내려가던 상좌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듯 스승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찌 여인을 업고 강을 건너실 수 있습니까?"

 고승은 답은 이랬다.

 "너는 아직도 그 강물가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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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젊었을 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면 거기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데,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답이 없는 물음에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했었다. 인생 짬밥이 쌓인 지금은 다르다. 일단 일어난 일은 받아들이려 애쓴다. 물론 쉽지 않다. 예전에는 나이아가라 폭포 아래로 떨어지려는 근심을 굳이 밧줄로 꽁꽁 묶어 끌어올리는데 온 힘을 다 썼다면 이제는 천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게 내버려 둔다. 그대로 가라앉든 둥둥 떠오르든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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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바에게 가장 큰 힘이 돼 주었던 아버지의 죽음은 온 세상이 뒤흔들릴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당장 해결되지도 않을 일을 껴안고 끙끙대기엔 인생이 짧다는 걸, 우리 아이들은 나보다 조금 더 일찍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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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세상을 다 얼려버리고 자신만의 성으로 떠나는 엘사, 야수의 흉측한 겉모습에 가려진 진짜 모습을 알아본 벨, 씩씩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개척해 나가는 모아나 등 디즈니와 픽사에서 만든 주옥같은 영화와 OST로 가득한 <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 OST>.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커 성인이 되면 지금을 추억하며 이 노래들을 듣고 듣고 또 듣겠지. 그땐 나도 욕심 없이, 걱정 없이, 흐르는 물처럼 살고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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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자모 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고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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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와 소수로 떠나는 톰 소여의 모험 ㅣ 초등 5.6학년 수학동화 9
서지원 지음, 이진성 그림, 최광식 외 감수 / 뭉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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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처음 <톰 소여의 모험>을 읽어줬을 때가 기억난다. 인디언 조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귀를 틀어막고 내게 바짝 다가와 안기던 귀여운 녀석들이 그립다. 벌써 몇 년 전 일이지만 인디언 조에 얽힌 살인 사건 이야기가 강렬했는지 요즘도 악당의 대명사로 그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이 어느새 커서 분수와 소수를 배우고 있다. 분수를 소수로, 소수를 분수로 바꾸는 일은 대체 지금 왜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숙제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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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마차 달리기 대회에서 속도를 재 보았더니 1시간에 5¼km를 달린다고 했어."

허클베리핀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이었어요.

"메리 아주머니 집에서 드류 씨의 집까지는 총 25.2km인데, 드류 씨의 마차가 집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아보자!"

분수와 소수로 떠나는 톰 소여의 모험,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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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분수와 소수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둘째를 위해 선택한 <분수와 소수로 떠나는 톰 소여의 모험>은 기대만큼 훌륭한 책이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다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오는 수학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이고, 아직 읽지 않았다면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매력에 폭 빠질 기회가 될 것이다.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은 위에 인용한 것과 같은 대화는 절대 나누지 않는다고 단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디로 튈 지 모른다. 첫째 때도 그러더니 둘째도 얼마 전 수학 문제를 내달라고 졸랐다. 교과서와 문제집에 있는 문제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나원 참.

그런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 낚아채듯 가져가 읽기 시작했다. 내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나오는 수학 이야기가 엉뚱하게 느껴졌지만 아이들 눈높이 맞추기에는 적중한 것 같았다. 책을 읽다 말고 연필을 집어 들어 두 주인공이 내는 문제를 풀어보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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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는데 모르는 사람에게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질만 한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디오판토스라는 수학자가 자신의 묘비에 낸 문제와 산타클로스의 비밀 계산 같은 것들이다.

먼저 장난꾸러기 수학자의 묘비는 '지나가는 나그네여'라고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이어진다. '신의 축복으로 태어나 인생의 ⅙ 을 어린 시절로 보냈고, 다시 인생의 1/12의 지난 뒤에는 얼굴에 수염이 나기 시작했다.' 하는 식이다. 둘째는 아직 방정식을 배우지 않았기에 모르는 수를 □로 놓고 이 디오판토스가 사망했을 때의 나이를 계산해 보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두 번째로 산타클로스의 비밀 계산은 산타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룻밤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줄 수 있는가 하는 아이다운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소수 나눗셈을 잘하면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주는 산타 할아버지를 만날 수도 있겠다. 전 세계에 18세 이하 어린이가 약 21억명 쯤 있다고 해 보자. 그 중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는 약 4억명쯤 되려나. 한 집당 평균 2.5명의 아이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크리스마스 전날밤 산타 할아버지는 한 집당 얼마나 머물 수 있을까?

이면지에 무언가를 계속 쓰며 두 문제 사이에서 한참을 실랑이를 하던 아이를 지켜 보았다. 놀랍게도 자기가 먼저 그만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도 살아오는 동안 여러 번 느꼈지만 어느 쪽으로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어려운 문제나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문제를 해결했든 그렇지 못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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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여러분은 장난기 많지만 용감한 톰 소여와 함께 두근거리는 모험을 떠나게 될 거예요. 톰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히 답을 구하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분수와 소수로 떠나는 톰 소여의 모험, 작가의 말

이야기의 힘이 재평가되고 있는 시대다.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수학에도 스토리텔링이 함께가는 걸 보면 말이다. 특히 이 수학동화 시리즈는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다양한 동서양 고전들을 읽으면서 공부한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고 수학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어 탁월하다. 책 뒷날개에 나와 있는 시리즈 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첫눈에 반할 확률은?'이다. 궁금하다, 궁금해. 0퍼센트? 100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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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경제학 2 ㅣ 쓸모 있는 공부 4
석혜원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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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엄마가 되고 나서야 시작한 돈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하도 골치가 아파 좀 덜 먹고 덜 쓰고 살자 싶다가도 온 세상 돈 얘기에 폭 빠져들고 만다. 우리 애들에게는 좀 더 일찍, 제대로 된, 그러니까 쓸모가 있는 경제 공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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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경제학에서 자본은 기계나 설비를 뜻하는데 사람이 자본이라니 인가나의 존엄성을 해친 표현으로 느껴졌거든. 그러나 이제 인적 자본은 경제 용어로 굳어졌고, 사람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생산 능력 향상을 위한 투자이고, 질 좋은 인적 자본을 쌓으려면 국가가 교육을 중시해야 한다는 걸 누구나 인정하게 되었어.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경제학 2,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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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나 어릴 때 엄마가 보던 드라마에서 들었던 말이다. 사실이다.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돈을 모아 쌓아놓는 재미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매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가장 큰 이유일 테고, 남보다 조금 더 갖고 싶은 심리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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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다.

2008년 9월 4일 오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SK 경영경제연구소 주최고 '21세기 일등 국가가 되는 길'이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에서 199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교수가 '고등교육, 세계화, 그리고 경제적 진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숙련된 기술자, 즉 인적 자본이 더욱 필요하다. 이는 대학 교육 이상의 고등교육을 통해서 얻어진다.

둘째, 한국 경제는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1970년대와 비교하여 한국에서 대학 교육을 마친 사람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의 비중이 급속히 커졌다.

셋째, 그러나 인적 자보는 경제 성장을 위한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다. 21세기 일등 국가가 되려면 인적 자본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경쟁적인 시장, 노동과 상품 시장의 유연성, 기업 경영을 하기 좋은 환경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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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천인 계획'이라는 이름하에 해외 명문대 교수나 글로벌 대기업의 핵심 연구원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웃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제시한 조건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평생 연구에만 몰두해도 남을 만큼의 막대한 연구 지원금은 기본이고, 최고급 주택과 자녀의 명문학교 입학권, 심지어 배우자의 직장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 주고 있다. 자금과 환경이 부족해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하지 못하는 전 세계 수많은 학자들에게는 거절하기 힘든 유혹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이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까지 애국심에 호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개인의 성장이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그들의 숨은 노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연구 자금이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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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의 실생활과 눈높이에 맞춘 원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경제학 2,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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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를 돌아 봐도 한국만큼 짧은 시간에 이토록 눈부신 발전을 이룬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고, 이 작은 나라가 전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 2, 제 3의 한국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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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이 구매하는 상품, 자녀의 수, 육아 방식 등을 살펴 본 경제 학자들은 그들이 빈곤이 개인의 무지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관찰 대상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를 위해 당장 감수해야 하는 작은 손해를 포기할 여유가 없어서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거였다. 그렇다면 당장의 작은 손해를 보상하면 어떨까? 그들의 선택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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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그렇다였다. 인도 라자스탄에서 실시했던 '예방접종과 콩 실험'의 사례를 보자. 정부와 원조 단체가 무료 예방 접종을 실시하면서 예방 접종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알렸지만 진료소를 찾은 아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원조 단체는 예방 접종을 받은 어린이의 부모에게 콩 900g을 주었고, 다섯 가지 필수 예방 접종을 모두 받으면 스테인리스 쟁반 세트를 주었다. 접종률은 6개월 만에 38%를 넘어섰다. 이 실험을 통해 작은 경제적 인텐시브가 가난한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됐고, 그들의 실생활과 눈높이에 맞춘 원조를 하면 이들의 행을 바꿀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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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배고프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과 국제 구호 단체의 홍보 영상을 보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독초를 먹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았다. 독초나 더러운 물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그 아이들이 왜 모르겠는가.

그런데 나는 모르겠다. 먹으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당장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 독초를 씹어 먹는 그 심정을,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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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공부할수록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봐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예로부터 난세에 영웅이 났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사회가 더 잘 돌아가기 위해 경제학 공부가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단 한 명의 슈퍼 히어로를 기다리는 대신 가가호호 내 옆에서 숨쉬고 떠드는 영웅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사춘기는 그 기를 모으는 시기라 믿어 본다. 비록 뒤통수를 세게 맞을 지라도, 뭐라도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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