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힐리어로 Hakuna는 '없다', Matata는 '문제'라는 뜻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문제 없다. 왜? 다 지나가니까.
자기를 구하느라 죽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죄책감에 빠져 있는 심바에게 티몬과 품바가 이같은 인생 철학을 노래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야. 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야. 걱정 하지 마. 문제 없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카르페 디엠', 즉 오늘을 즐겨라 하는 말과도 일맥 상통한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불만을 쏟아놓을 때가 있다. 주로 자신의 잘못은 헤아리지 못하고 상대 탓만 하는 경우인데, 그럴 때 상기시켜주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산 속에서 고승을 모시고 사는 한 상좌가 있었다. 하루는 마을에 볼 일이 있어 산길을 내려가는데 한 여인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 밤 내린 비에 강물이 불어 반대쪽으로 건너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승은 망설임없이 허리를 숙이며 여인에게 말했다.
"업히시오."
여인을 업고 강물을 건너는 스승을 보는 제자의 마음은 복잡했다. 여인과 헤어진 후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산길을 걸어내려가던 상좌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듯 스승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찌 여인을 업고 강을 건너실 수 있습니까?"
고승은 답은 이랬다.
"너는 아직도 그 강물가에 있구나."
한참 젊었을 때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면 거기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는데,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답이 없는 물음에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했었다. 인생 짬밥이 쌓인 지금은 다르다. 일단 일어난 일은 받아들이려 애쓴다. 물론 쉽지 않다. 예전에는 나이아가라 폭포 아래로 떨어지려는 근심을 굳이 밧줄로 꽁꽁 묶어 끌어올리는데 온 힘을 다 썼다면 이제는 천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게 내버려 둔다. 그대로 가라앉든 둥둥 떠오르든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더라.
심바에게 가장 큰 힘이 돼 주었던 아버지의 죽음은 온 세상이 뒤흔들릴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당장 해결되지도 않을 일을 껴안고 끙끙대기엔 인생이 짧다는 걸, 우리 아이들은 나보다 조금 더 일찍 깨닫기를 바란다.
온 세상을 다 얼려버리고 자신만의 성으로 떠나는 엘사, 야수의 흉측한 겉모습에 가려진 진짜 모습을 알아본 벨, 씩씩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개척해 나가는 모아나 등 디즈니와 픽사에서 만든 주옥같은 영화와 OST로 가득한 <디즈니 픽사 베스트 컬렉션 OST>.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커 성인이 되면 지금을 추억하며 이 노래들을 듣고 듣고 또 듣겠지. 그땐 나도 욕심 없이, 걱정 없이, 흐르는 물처럼 살고 있기를 바라본다.

* 미자모 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고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