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분수와 소수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둘째를 위해 선택한 <분수와 소수로 떠나는 톰 소여의 모험>은 기대만큼 훌륭한 책이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다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오는 수학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이고, 아직 읽지 않았다면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매력에 폭 빠질 기회가 될 것이다.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은 위에 인용한 것과 같은 대화는 절대 나누지 않는다고 단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디로 튈 지 모른다. 첫째 때도 그러더니 둘째도 얼마 전 수학 문제를 내달라고 졸랐다. 교과서와 문제집에 있는 문제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나원 참.
그런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 낚아채듯 가져가 읽기 시작했다. 내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나오는 수학 이야기가 엉뚱하게 느껴졌지만 아이들 눈높이 맞추기에는 적중한 것 같았다. 책을 읽다 말고 연필을 집어 들어 두 주인공이 내는 문제를 풀어보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오는데 모르는 사람에게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질만 한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디오판토스라는 수학자가 자신의 묘비에 낸 문제와 산타클로스의 비밀 계산 같은 것들이다.
먼저 장난꾸러기 수학자의 묘비는 '지나가는 나그네여'라고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는 문제가 이어진다. '신의 축복으로 태어나 인생의 ⅙ 을 어린 시절로 보냈고, 다시 인생의 1/12의 지난 뒤에는 얼굴에 수염이 나기 시작했다.' 하는 식이다. 둘째는 아직 방정식을 배우지 않았기에 모르는 수를 □로 놓고 이 디오판토스가 사망했을 때의 나이를 계산해 보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두 번째로 산타클로스의 비밀 계산은 산타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룻밤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줄 수 있는가 하는 아이다운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소수 나눗셈을 잘하면 굴뚝을 타고 내려와 선물을 주는 산타 할아버지를 만날 수도 있겠다. 전 세계에 18세 이하 어린이가 약 21억명 쯤 있다고 해 보자. 그 중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는 약 4억명쯤 되려나. 한 집당 평균 2.5명의 아이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크리스마스 전날밤 산타 할아버지는 한 집당 얼마나 머물 수 있을까?
이면지에 무언가를 계속 쓰며 두 문제 사이에서 한참을 실랑이를 하던 아이를 지켜 보았다. 놀랍게도 자기가 먼저 그만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도 살아오는 동안 여러 번 느꼈지만 어느 쪽으로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어려운 문제나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문제를 해결했든 그렇지 못했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