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과 '고양이와의 기묘한 동거' 부분을 읽으며 2년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넌 '짜장이'가 떠올랐다. 어느날 저녁 신랑이 갑자기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겠다는 거다. 야생 동물 같은 아들 둘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무슨 소리냐며 절대 데려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노란 커피 믹스 상자 안에 있던 새까만 아기 고양이를 보는 순간, 난 그야말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탄처럼 새까맣던 녀석이 꼭 짜장면을 뒤집어 쓴 것 같아 그 아이를 '짜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미를 잃은 짜장이에게 사료와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상리공생의 차원에서 보면 짜장이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줘야 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기 고양이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로부터 고양이와 인간은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친구같은 관계였다. 한 쪽이 다른 쪽을 통제했는지, 어느 쪽이 진화적으로 변했는지와는 상관없이.
고양이는 지저분한 인간 덕분에 설치류 개체수가 늘어나 먹이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 인간은 고양이가 설치류 개체수를 조절해 주는 덕분에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한 때 고양이는 배 위에서도 중요한 동반자가 되었다. 귀한 곡식을 갉아먹는 쥐를 잡아 먹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에 와서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는 훨씬 더 특별해졌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개와 달리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색다른 매력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 짜장이도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듯 보였다. 우리가 다가가면 어떻게 그렇게 좁은 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꽁꽁 숨어 새카만 눈동자만 깜빡거렸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먼저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 곁에 다가와 슥 스치고 지나가고, 우리끼리 놀고 있으면 와서 슬쩍 끼어들었다. 하루는 내가 등을 돌리고 책을 읽고 있는데 누가 봐도 짜장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이 봐, 집사. 뒤를 돌아 봐."
기쁜 마음에 내가 돌아서니 짜장이가 내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고롱고롱대더니 곧 잠에 빠져 들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 보며 느꼈다. 이래서 반려 동물을 키우는구나. 짜장이가 우리에게 사랑을 주고 있구나.
짜장이가 떠난 이후 우리는 어떤 위험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을 때 하늘에서 짜장이가 도왔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의 첫 반려동물이었던 그 아이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고, 짜장이와 함께했던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함이다.
짜장아,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와 함께해줘서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