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 무기가 될 때 - 선행 없이 하위권으로 시작한 과학고 실전 분투기
김현주 지음 / 청림Life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헬스장에서 '천국의 계단'에 오르며 읽었다. 내 옆에 트레드밀에 올라 뛰는 사람이 열 명쯤 있었는데 그 중 여덟 명은 초등 1학년부터 6학년 학생이었다. 모두 우리 아이들의 친구거나 한 다리 건너 아는 수영 꿈나무들이었다. 그 중 몇몇은 전국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메달을 따오는 유망주였다.

내가 헬스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뛰기 시작했다는데, 서서히 얼굴에 단풍이 들고 온 얼굴이 땀에 젖었는데도 내려올 생각을 안 하는 거다. 난 천국의 계단을 아주 천천히 오르고 있는데도 이걸 언제 그만둘까 고민중이는데. 그러던 중 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 트레드밀 손잡이를 잡았고, 곧 울음이 크게 터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슥 다가온 선생님은 아이의 등에 손을 대고 침착하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해 보자."

​

순간 무슨 마술이라도 부린 듯 아이의 찡그린 얼굴이 서서히 펴지고, 가빠지던 호흡도 안정을 찾아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천국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달리는 아이들과 <노력이 무기가 될 때>를 번갈아 보는 데 어찌나 눈물콧물이 나던지. 누가 볼까 남사스러웠다.

​

​

​

​

​

목표는 모름지기 발꿈치를 들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노력을 지속할 마음이 생기니까요.

노력이 무기가 될 때, 35쪽

깊어가는 가을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며 '저 별을 따야 할 텐데'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가지 끝에 달린 감나무를 향해 팔을 뻗어 본다. 잘만 하면 닿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

언젠가 학부모 교육에서 만났던 저자 김현주와 그녀의 아들은 그들의 견고한 공간 밖에서 보면 별을 따려는 것처럼 보인다. 포스코에서 만든 세상에서 가장 길고 튼튼한 사다리에 올라도 아서라할 판인데, 맨 몸으로 콩콩 뛰어보겠다니. 결과는 예정돼 있는 듯 했다.

​

이 책 <노력이 무기가 될 때>를 읽어 보면 알겠지만,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자기들만의 안전 캡슐을 만들고 스스로 세상을 반쯤 등진 채 서로를 향해 있다. 얼마나 서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때론 불안한 일인지 알기에 숙연해질 정도다.

​

대학에 대해 아직 별 생각이 없던 저자가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에게 과학고 진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두려웠을까. 뗏목을 타고 포세이돈의 성난 바다에 뛰어드는 오디세우스를 보는 심정이었겠지. 처참하게 깨질 거야. 넌 당해낼 수 없어.

하지만 그들은 꺾이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과학고 진학을 준비하고,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배움 때문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큐가 높은 순서대로 조기 졸업하는 빠름이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온전히 내 두 발로 밟아가면서 가는 여정. 그러니까 인생 공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

​

​

저희 아이도 저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면서 머리 위로 손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엄마를 발견하면 언제나 앞뒤 재지 않고 달려 오는 습관은 그날도 여전했죠. 그 해맑은 모습이 영락없이 시험을 아주 잘 본 학생처럼 보이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다른 부모님들의 부러운 눈빛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노력이 무기가 될 때, 37쪽

'언제나 재지 않고'라니. 천국의 계단 위에서 오열할 뻔했다.

어제 아침에도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웃으며 배웅하지 못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지역 축제에 가서 먹고 놀고 싶으면 '해야 할 일'을 끝내 놓으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으나 결국 그 못은 내 가슴으로 돌아왔다. 누가 들었을 까 봐 창피한 말들을 아이들에게 마구 쏟아부었다.

이제는 나도 프로 고질라가 되어 그러고 돌아서서 후회하며 우는 일이 덜하다. 그렇지만 내 할 일을 하며 잊고 있다가도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보나 걱정스럽다.

​

저 멀리 올 블랙의 한 아이가 보였다. 엄마, 나 여기 있어요하며 알리듯 두 손을 머리 위로 크게 흔들고, 양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엉덩이를 실룩대며 다가오는 내가 품고 낳은 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주말에도 학교에 가고 싶다던 아이, 생애 첫 반장 선거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던 아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한참동안 뭘 조물딱거리더니 '엄마사랑해요♡'가 그려진 책갈피를 만들어 내미는 나를 엄마로 만들어 준 아이.

​

​

​

​

자소서를 쓰는 고된 과정은 그 자체로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자, 가장 완벽한 면접 준비입니다.

노력이 무기가 될 때, 261쪽

지난 주 내내 아이는 자기소개서를 붙들고 끙끙 앓았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특성화 중학교에 지원하기 위해서인데 80%는 나의 욕망이다. 1학년 때 3박 4일 지리산 탐방을 한다는데 다들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왜 안 보내요?"

나는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책도 골고루 잘 봤으면 좋겠고, 음악과 미술도 잘 즐겼으면 좋겠고, 요리는 아주 잘 했으면 좋겠다. 다행히 공부에 대해서는 크게 욕심 없다. 사실 내가 욕심이 있어서 뭐 하겠나. 그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아이의 말을 믿는 척할 수밖에.

언젠가 그 노력이 아이만의 필살기가 될 날을 그리며 긍정 확언을 해 본다.

"내 아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