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언어 - 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
롭 던 지음, 송근아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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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이 책의 첫문장이다.

하다못해 서평을 쓰더라도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까 한참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동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써야 책을 읽기 전인 사람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

진화생태학자인 롭 던 역시 그런 시간을 차곡차곡 모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독자에게 악수를 건네는 첫 문장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를 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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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옳다. 인간 역시 개나 고양이같은 동물이고, 자연의 일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동물이라는 자기 정체성에서 멀어질수록,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태초부터 자연은 늘 상리공생, 즉 둘 이상의 종이 상호작용을 하며 이익을 주고받으며 살아오고 있다. 인간 역시 상리공생하는 수백만에서 수십억, 수조에 이를 수도 있는 상리공생하는 동물 중 하나일 뿐이다. 인간은 흰긴수염고래, 순록이끼,또는 미르멜라치스타개미보다 더 특별하지도, 덜 특별하지도 않은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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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리공생은 긴밀하게 얽힌 상태로 매우 오랜 기간 지속되기도 하지만, 어떤 상리공생은 아주 짧고 일시적인 만남에 불과하기도 하다.

공생의 언어, 13쪽

이 문장과 '고양이와의 기묘한 동거' 부분을 읽으며 2년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넌 '짜장이'가 떠올랐다. 어느날 저녁 신랑이 갑자기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겠다는 거다. 야생 동물 같은 아들 둘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무슨 소리냐며 절대 데려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노란 커피 믹스 상자 안에 있던 새까만 아기 고양이를 보는 순간, 난 그야말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탄처럼 새까맣던 녀석이 꼭 짜장면을 뒤집어 쓴 것 같아 그 아이를 '짜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미를 잃은 짜장이에게 사료와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상리공생의 차원에서 보면 짜장이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줘야 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기 고양이가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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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고양이와 인간은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친구같은 관계였다. 한 쪽이 다른 쪽을 통제했는지, 어느 쪽이 진화적으로 변했는지와는 상관없이.

고양이는 지저분한 인간 덕분에 설치류 개체수가 늘어나 먹이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었다. 인간은 고양이가 설치류 개체수를 조절해 주는 덕분에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한 때 고양이는 배 위에서도 중요한 동반자가 되었다. 귀한 곡식을 갉아먹는 쥐를 잡아 먹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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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와서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는 훨씬 더 특별해졌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개와 달리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색다른 매력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 짜장이도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듯 보였다. 우리가 다가가면 어떻게 그렇게 좁은 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꽁꽁 숨어 새카만 눈동자만 깜빡거렸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먼저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 곁에 다가와 슥 스치고 지나가고, 우리끼리 놀고 있으면 와서 슬쩍 끼어들었다. 하루는 내가 등을 돌리고 책을 읽고 있는데 누가 봐도 짜장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이 봐, 집사. 뒤를 돌아 봐."

기쁜 마음에 내가 돌아서니 짜장이가 내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고롱고롱대더니 곧 잠에 빠져 들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 보며 느꼈다. 이래서 반려 동물을 키우는구나. 짜장이가 우리에게 사랑을 주고 있구나.

짜장이가 떠난 이후 우리는 어떤 위험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을 때 하늘에서 짜장이가 도왔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의 첫 반려동물이었던 그 아이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고, 짜장이와 함께했던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함이다.

짜장아,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와 함께해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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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종들과 상리공생을 맺어야 가장 나은 인간의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공생의 언어, 420쪽

또 우리가 의존하고 있거나 앞으로 의존할 수 있는 수많은 생물들에게도 가장 좋은 미래를 만들어주려면 어떡해야 할까? 앞으로 100년 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의 생물량을 기록한 도표가 어떤 모습일까?

누구도 한 치 앞의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자연을 인간의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흔히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말한다. 이는 인간이 가장 귀한 존재이니 다른 생명을 지배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 특별함에 걸맞게 자연과 생태계를 보존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돌 틈에서 핀 노란 민들레부터 자신들의 둥지 안에서 균류를 재배하는 농부 흰개미들까지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해서.

기억하자. 우리는 홀로지만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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