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카미노 On The Camino (특별부록 : '카미노 여행 준비 끝' 포켓 가이드) - 리얼 빈티지 여행! 산티아고 길에서 다시 태어나다
이신화 지음 / 에코포인트 / 2010년 7월
품절


올해도 무더운 여름이 돌아오고, 장마가 지나가면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게 된다. 예전에는 휴가라고 해도 가까운 해변이나 계곡을 돌아보며 더위를 식히는 정도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가까운 해외를 돌아보거나 가족들과 휴양지를 향해 떠나는 일도 드물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 유독 여름을 앞두거나 혹은 여름에 들어서는 이즈음의 시즌에는 서점가에 유독 여행관련 서적들이 많아지기도 한다. 올 여름에는 어딜가볼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를 주고, 그곳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담으로 올 여름을 조금은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정보를 담아 말이다. On the Camino 역시 큰 범주에서 본다면 이런 시즌맞이 여행서적에 속한다. 지금은 여름이고, 이 책은 분명 여행에 대한 작가의 일화들을 담고 있으니까..

하지만 On the Camino는 휴가철을 맞아 잠깐 다녀올만한 여행을 소개하는 단순한 여행일지나, 소개서가 아니다. 여름휴가철을 틈 타 다녀오기엔 어딘지 잘 맞지 않는, 아니 대놓고 어울리지 않는 순례자들이 찾는다는 바로 그곳 산티아고를 소개하고 있는 글이니 말이다. 사오일의 휴가를 통해 잠시 들러 생활의 활력을 재충전하기 위한 휴가지가 아니라, 고행에 가까운 순례길, 그것도 적게는 15일 길게는 한달이 넘게 걸린다는 이 길을 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한권의 이야기로 담아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직장인들이 모두 직장을 때려치우고 인생이라는 고행을 걷듯 이 길을 걸어 뭔가 대단한 의미를 얻을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 것일까? 그렇게라도 이 길에 대단한 깨달음이 있음을 이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일까? 휴가철을 앞두고 순례자의 길을 소개한 이 책에 호기심을 잔뜩 품은채 나는 이 책을 펼쳤다. 물론 때마침 얼마전 읽었던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을 소개했던 또 다른 책 <노란색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를 떠올리며 말이다.



On the Camino는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사뭇 다른 느낌을 담은 책이었다. 물론 두 이야기 모두 순례자의 길인 산티아고를 향하는 여정을 다루고 있지만 두 작가는 종교도, 여행을 시작한 동기도 모두 달랐으니까 말이다. On the Camino의 작가는 거의 무계획에 가깝게 그저 산티아고를 먼저 다녀온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 여행을 결정한다. 이 여행에는 그저 여행작가라는 그녀의 오랜 직업과 그 직업으로 생겼을지 모를 막연한 방랑벽이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을뿐 그 어떤 숭고한 종교적 가치도, 목적도, 의미도 부여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맞을 것 이다. 걷고 또 걸으며 인생의 의미를 되짚고, 순례라는 종교적 목적을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 거니는 곳. 순례자들의 여행지인 그곳이 지금은 그저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또 다른 의미의 여행지로 거듭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On the Camino의 작가는 그 중간지점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카미노를 적절히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바로 종교적 의미가 아닌 새로운 의미에서 그 길을 걷는 여행자이니까..

그래서 On the Camino는 산티아고를 향하는 이 길에 웅장하고 성스러운 이미지와 의미를 보여주기 보다는, 그저 진흙길에 발목을 잡히고, 쏟아지는 비에 좌절하며, 너무 걸어 말도 듣지 않는 발목의 고통을 그대로 이야기 한다. 또 길목마다 기다리는 좋거나 혹은 나쁜 음식들과 레스토랑, 짧은 순간이지만 추억을 만들어준 동행자나 그 반대의 동행자, 진한 여운을 남기는 에피소드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에피소드들은 모두 담아낸다. 그저 여행자의 시선으로 말이다. 또 꼭 산티아고 뿐 아니라 스페인과 포르투갈등 인접지역들을 돌며 느꼈던 +알파의 여행일지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어 순례자의 고백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여행서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On the Camino는 다른 이의 순례여행을 읽어내려가며 내가 경험하지 못한 간접경험을 원하는, 또 종교적이고 교훈적인 깨달음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카미노라는 여정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길을 걸으며 좀 더 만족스러운 혹은 편안한 여행까지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 지침서라고 하는 편이 맞을 듯 하다. 작가 자신이 들렀던 음식점과 숙박업소, 또 약간의 편법을 이용한 카미노여행들을 모두 담은 한권의 책 On the Camino. 산티아고는 분명 순례를 목적으로 하는 많은 종교인들이 걷는 고행의 여정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 길에서 종교적이고 숭고한 목적만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종교적이 아니라도 그 길고 긴 여정에 뭔가 담아갈 것들은 있을테니까 말이다. 산티아고의 여정에 관심이 있다면, 하지만 좀 더 즐겁고 요령있는, 순례보다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On the Camino가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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