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입학식 - 조선의 국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키워드 한국문화 4
김문식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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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뉴스를 통해 중고등 학생들의 과도한 졸업 뒤풀이가 한참동안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비단 올해 뿐만이 아니라 해마다 졸업시즌이 되면 학생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명 졸업식 뒤풀이가 상식선을 벗어나 지나친 형태로 행해져 문제가 되곤 했다. 게다가 졸업시즌이 끝나면 곧 바로 이어지는 입학시즌. 입학이후 신입생 환영회라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행사들도 심심치 않게 문제가 되곤 한다. 졸업이든, 입학이든,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곳을 떠나거나 새로운 곳에 소속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는 분명 의미있고 뜻깊은 것임에도 적정선을 지키지 못해 사고를 부르고, 때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곤 하는 것이다. 졸업이라는 두 글자의 단어 안에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과 서운함을 가득 담아 눈물을 짓고, 입학이라는 두 글자에 새로운 세상을 향한 설레임을 가득담았기에 아름다웠던 기억들, 이런 의미있고 아름다워야 하는 행사들이 이토록 보기싫게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어느 때 부터였을까? 아마도 시대와 세대가 변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의식이 변했기에 같은 이름으로 행해지는 행사도 그 의미를 다르게 부여하고 다르게 임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의례와 행사에는 시대상과 시대를 관통하는 의식이 진하게 깔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왕세자의 입학식, 그림으로 남겨지다.
<왕세자의 입학식>은 효명세자의 입학식을 묘사한 <왕세자입학도첩>을 기본으로 당시 행해졌던 왕세자의 성균관 입학식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입학의식을 의미하는 입학례라는 이름이 붙여진 왕세자의 입학식. 그 입학식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그려낸 <왕세자입학도첩>을 통해 작게는 군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학문적 소양을 닦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왕세자에 대한 처우와 의식자체, 크게는 그것이 가지는 의미까지도 살펴보려 한 것이다. 그저 학문을 닦기 위해 성균관의 문턱을 넘는 유생이 아닌, 최고의 자리에 앉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학문적 지식을 쌓기 위해 그곳의 들어서야 하는 왕세자의 위치가 더해져 왕세자에게 학문이란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지, 혹은 학문을 연마하는 학생으로서의 왕세자는 어떠했는지를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왕세자, 학생이 되다.
<왕세자입학도첩>에는 왕세자가 성균관에 입학하는 입학례의 단계를 출궁의, 입학의, 수하의라는 이름으로 구성하여 표현해내고 있다. 왕세자가 궁을 나와 성균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출궁의, 그리고 성균관에 도착한 이후 정식으로 성균관의 학생으로서 입문하는 의식인 입학의, 마지막으로 입학의 의식까지 모두 마친 왕세자가 다시 궁으로 돌아와 종친과 2품 이상의 관리들에게 입학을 축하받는 수하의를 표현한 <왕세자입학도첩>은 왕세자의 성균관 입학이 왕세자 개인에게 가지는 의미와 한 나라의 왕세자로서 가지는 의미들을 단계별로 나누어 그려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왕세자의 교육이 반영하는 시대상.

그렇다고 하여 <왕세자의 입학식>이 단지 한명의 왕세자가 입학하는 과정을 표현한 <왕세자입학도첩>의 설명에만 치우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왕세자의 입학식>이라는 제목의 이 책이 진정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왕세자에게 치루어졌던 이 입학의 의식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시대 전반을 좌우하고 있던 의식들을 짚어내는 또 다른 시각이기 때문이다. 당시 사대를 하고 있던 중국에서조차 이토록 거나하게 치루어지지 않았던 왕세자의 입학식에 우리나라가 의미를 두고 치중했던 이유부터, 왕세자가 치루어낸 입학의식의 단계별 의미를 통해 우리의 지배층이 학문에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살피고, 왕세자가 배워야 했던 교재의 선택을 통해 우리의 사상구조까지도 읽어내려는 노력. 바로 그 노력이, 이 책 <왕세자의 입학식>에 담겨 있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담고 있었던 또 하나의 배움.

단 한명의 사람. 왕세자라는 특수한 자리에 있었던 어린 소년이 배움을 시작하기 위한 첫 단계를 위해 궁을 나와 학교 앞에서 권위를 버리고 학생으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다듬는다. 왕세자라는 이름대신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얻은 소년은 시대를 아우르는 사상과 의식을 전달받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자아와 학문에 대한 열의, 그리고 세상을 먼저 내다볼 수 있는 깊은 혜안을 얻고자 의식을 치룬다. 소년을 어린 시절 부터 보아왔던 친지들과 그가 앞으로 세상을 통치하는데에 반드시 필요할 수족과도 같은 관리들은 다가올 세상을 더 밝게 열어줄 성군이 될 소년의 첫걸음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왕세자는 입학례를 통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을 배워나갈 것을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왕세자의 입학식은 한 개인의 의례이기 보다는 한 국가의 과거위에 세워질 미래를 의미하기도 한 행사가 되는 것이다. <왕세자의 입학식>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당시의 지배층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가를 짊어지고 갈 왕세자에게 어떤 배움을 준비하고 있었는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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