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엇갈림의 미학
우지혜 / R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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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첫사랑, 재회물, 능글남, 계략남
 
빚에 떠밀려 결혼을 선택한 서경. 맞선 후 얼굴조차 희미한 남자와의 결혼식장에서 서경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고 있다. 그런 그녀 곁에 번듯한 턱시도를 입고 삐딱하게 웃는 강훈이 신랑인 듯 당당하게 손을 내민다. 대학 선배인 최강훈이 이곳에 왜 나타난 것인지 차분하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예식은 이어진다. 폐백을 치르기 전에 자신과 도망가자고 제안하는 강훈. 7년 만에 보는 대학 선배와 신혼여행인 듯 신혼여행이 아닌 발리행을 택하는 서경. 강훈은 서경에게 정확한 설명을 하는 대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라'고만 한다. 항상 미묘한 타이밍에 엇갈리기만 했던 두 사람, 이 여행의 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파도는 이미 지나갔고, 같은 파도는 두 번 다시 치지 않는 법이다. 손에 들어온 기회를, 그녀는 놓치고 만 것이다. 충동적인 감정이 모든 다른 것들을 제치고 그녀를 지배하는, 그 미묘한 타이밍의 순간을.
 
서경은 대학 1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과내에서 인기가 많은 3학년 선배 강훈을 만난다. 첫눈에 강훈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친한 친구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안 이후로 더 이상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끊어내려 해도 그에게 향하는 눈길만은 끊어낼 수 없다. 강훈 역시 처음부터 서경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미묘하게 계속 엇갈리는 두 사람.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말해보지도 못하고 강훈은 유학길에 오르고, 서경은 평범한 직장인이 된다.
 
두 사람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기에 결혼식에서 발리로 여행 가는 현재와 대학시절인 과거가 교차하며 등장한다. 과거와 현재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변한 상황을 대비하며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각만으로 끝냈던 일을 현재에는 실행할 수 있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들의 바뀐 상황을 보여준다. 인기 웹툰인 <치즈인더트랩>이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데, 비슷한 방식이라 보면 되겠다.
 
서경이 아버지의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에 떠밀리는 설정은 로맨스 소설의 단골 소재라 하겠다. 시대물에서는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절세미남에 나를 아껴주는 남주를 만나게 되고, 현대물에서는 투닥투닥 싸우다가 정이 들고 뭐 이런 식의 전개가 많은 편이다. <엇갈림의 미학>은 남주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기로 한 여주가 '어쩌다보니' 남주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어쩌다보니'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없는 남주의 땀과 노력이 담겨있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일을 벌인 강훈이다. 이 부분은 직접 읽고 느껴보길 바란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사건이 흘러가고 끝을 맺는다. 딱 맞게 떨어지는 중편 분량에 깔끔한 마무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해 읽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전반부에 서경이 결혼하게 된 이유인 '어마어마한 빚'이 후반부로 갈수록 흐지부지 돼버린 느낌이다. 로설 남주의 주머니가 화수분인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으로서 상대적 박탈감은 어찌할 수 없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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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 어느 젊은 시인의 야구 관람기
서효인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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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가 국민학교이던 시절, 토요일에도 4교시까지 수업이 있었다. 4교시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을 켜면 야구 중계방송이 나왔다. 점심상을 치우고 텔레비전 앞에 앉은 나는 야구 중계방송을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가끔 함께 중계방송을 보던 아버지는 야구장에 데려가겠다고 몇 번이나 약속을 했지만, 내가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직접 본 건 2000년이 넘어서였다.

국민학생 이후로 단절되었던 야구에 대한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올 무렵,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은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예전의 명성은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매년 내려갈 순위조차 없는 붙박이 하위권에 맴돌고 있었다. 왜 그런 팀을 응원하느냐고 우승하는 팀을 응원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이 생기는 일종의 모태신앙과 같은 질긴 인연이 야구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른다. 그게 마음대로 되면 매번 하위권이라 놀림당하면서도, 연패를 이어가는 꼬락서니를 보면서도 야구팀을 바꿀 수 없는, 그게 야구다. 그러니까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비밀독서단'을 통해 알게 된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모바일 네이버에서 본 쉼 페이지 덕분이다. 주말에 올라오는 쉼 페이지는 책 속 한 문장과 그림이 어우러진 페이지로 매주 어떤 책이 올라올까를 기다린다. 언젠가의 주말에 올라온 한 문장은 "당신도 나도 아직 죽지 않았어. 그러니까 힘내." 이런 말을 줄여서 '파울'이라고 부르기로 한다.였다. '힘이 나는 문장이네'라고 생각하고 책 제목을 보니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란다. 방송에서 보고 기억하고 있던 책을 다시 만나는 순간이다.

야구를 몰라도 볼 수 있는 야구 에세이다. 스포츠를 인생에 빗대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유독 야구는 인생에 자주 비유되곤 한다. 야구는 비어 있는 시간이 게임을 지배하는 경기다. 공이 날아다니는 시간은 엄청 짧은데 반해 준비해야 하는 시간은 긴 운동이다. 준비를 얼마나 잘하는지 티가 나지 않지만, 준비하지 않으면 망하는 경기가 야구다. 인생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서효인 시인의 어린 시절부터 시인이 되어 사회인 야구를 하는 모습까지. 야구의 다양한 모습을 투과해 보여주는 인생 에세이다. 사회에 나가기 전부터 '좌절할 준비를 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다정한 이야기다. 야구를 사랑하는 같은 세대에게 건네는 위로다. 그러니까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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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가라, 악마 같은 오늘의 야구야. 당분간 우리 만나지 말자. 만나도 알은척하지 말자.
그러나 오늘 저녁에 나는 또 야구를 보겠지. 야구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사람 애간장을 녹이는 주제에, 날마다 쉬지도 않고 해대는 잔인한 게임이다.

대부분의 번트는 희생을 전제로 행해진다. 번트는 고귀하다. 자신을 완벽하게 죽여야만 살려야 할 주자를 완벽하게 살릴 수 있다. 어설프게 자신도 살려고 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번트를 성공한 선수에게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청한다.

이기기도, 지기도 하는 야구다.
좋기도 밉기도 하는 게 당신과 그녀다.
그리고 항상 지는 게 당신이다.
어쩐지 야구가 그렇게 좋더라니. 아니다. 당신과 나는 항상 야구에게 져왔다. 만날 화내고 안달복달하며 결국 다시 찾아오는 건 당신과 나였지, 야구는 아니었으니.
'야구 몰라요'였던 그녀가 야구팬이 되었다. 당신이 응원하는 팀의 저지를 입고 야구 모자를 쓴 그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당신은 그녀에게 지겠지만, 멀리 보면 팬은 항상 이겼다.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때, 야구와 그녀는 결국엔 웃는 얼굴을 보여주니까.

완전 망하거나, 덜 망하거나, 그것이 2000년대 잉여인간들의 삶이죠. 꼭 버려지는 야구공 같지 않나요? 이왕이면 홈런 볼이 되고 싶지만, 되도록 마지막 삼진을 잡아내는 위닝 샷이 되고 싶지만, 쉽지 않아요. 홈런이나 삼진이 아닌, 그 중간에 놓인 야구공의 실밥들을 보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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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장마
해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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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친구연인물, 순정녀, 시월드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잡지 않는, 껌 씹는 모습마저 섹시한 32세의 워커홀릭 장석현. 석현의 친한 친구 자리를 유지해 온 은수는 사실 그를 17년 동안 짝사랑 해왔다. 고백한다 한들 차일까 봐, 사촌동생을 거두고 동네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하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그에게 차인다면 친한 친구라는 위치마저 사라질 테니까. 그렇게 누르고 눌러 마음을 감춰왔는데, 석현이 사귀자며 은수에게 다가온다.

술 취한 밤에 했던 한 번의 입맞춤으로 은수가 친구가 아닌 여자로 보이는 석현. 자신의 마음을 아무리 분석해봐도 은수가 여자로 보이니 그녀를 여자로 만나야겠다. 친구로만 보인다며 거부하는 은수에게 대시를 시작한 석현. 오랜 친구 사이에 뒤늦은 사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흔한 설정이다. 여주인 은수가 중학교 시절부터 남주인 석현을 짝사랑해왔다는 설정이니 그 오랜 시간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얼마나 애를 썼을까. 그런 노력이 허무할 정도로 석현은 술 취한 밤 키스를 곱씹으며 여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마음 한 자락이 보일까 노심초사하고, 그의 여자친구들을 보아왔던 은수에게 세상이 바뀌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여자친구보다는, 친한 친구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계속 석현을 밀어낸다. 이미 예전에 그에게 준 마음이지만, 들키지 않으려 얼굴에 표정을 지우고 친구로만 지내려 한다. 하지만 이런 밀어내기도 불도저급 대시력을 장착한 석현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려져있던 것들이 여자로 들여다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석현. 자신의 여자사람 친구였던 은수를 여자친구로 보게 되니 이렇게 예뻤나 싶고, 이런 아픔을 숨기고 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오랜 시간 함께한 다른 친구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전형적인 친구연인물이 이어진다. 밀어내고 들이대고 감추고 들춰보려는 노력 사이에 커다란 사건, 사고 없이 잔잔한 진행을 이어가다가 석현 어머니인 박여사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둘 사이에 시련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해화 작가는 무리하게 사건, 사고를 만들어내기보다는 현실적인 에피소드의 틈을 촘촘히 쌓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전작인 <그 외에도 더 많은 것들>도 현실에 있음 직한 주인공을 책 속으로 소환해 이야기를 완성했다. <가을장마> 역시 오랜 친구 사이가 어떻게 연인이 되어가는지, 그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시련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따라가며 수월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조용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였기에 기억에 남을 만한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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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그녀를 사랑하세요 (전2권/완결)
김언희 지음 / 카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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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재벌녀, 연하남, 첫사랑, 재회물, 전문직


스물하나 서훈, 스물셋 소영은 대학 간 조인트 서클인 '선우회'에서 만났다. 소영은 푸르른 나무 같은 서훈에게 관심이 갔고, 서훈은 흰 목련을 닮은 소영에게 반했다. '얼음 여왕'이라 불리는 소영은 YK 그룹의 장녀로, 재벌가 1순위 며느릿감으로 꼽히는 존재. 아버지에게 그런 존재, 그런 역할의 자식으로 살아오던 소영은 서훈을 만나고서야 자신의 권태를 깨닫는다. 삶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던 그녀에게 서훈은 '재미있는 곳'을 함께 가며,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씩 들여다볼 수 있도록 그녀의 마음을 두드린다.

정소영은 말랑거렸다. 서훈을 보면 자꾸만 말랑말랑해졌다. 아무리 벽을 세워봐도 그 눈을 보면, 그 목소리를 들으면 더럭 겁이 나도록 다른 정소영이 되었다. 하지만 서훈과의 만남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럴 만큼 정말이지...... 좋았다. - 1권 초반, 소영의 마음
 
중학생 때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첫사랑 이지석과 원치 않는 하룻밤을 보내고, 소영은 자신이 서훈을 사랑했음을 깨닫지만. 그와 함께 할 수 없는 현실 또한 직시한다. 이대로 지석과 결혼한다면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삶 밖에 남은 것이 없다고 판단한 소영은 YK 그룹의 장녀가 아닌 'YK 그룹의 후계자'로서의 길을 택한다. 대학 4년을 마치기도 전에 서둘러 준비한 유학에 앞두고, 서훈의 "누나를, 좋아했었어요, 많이"라는 고백을 뒤로 둘은 헤어진다. 그리고 8년 후 소영과 서훈은 맥킨리에서 다시 만난다.

김언희 작가의 <블랙러시안>을 검색하다가 정자매의 첫째인 소영이 주인공이라 먼저 선택했다. 재벌가 이야기라는 두루뭉술한 정보 외에는 어떤 내용인지 알지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월척을 한 느낌이다. 서훈과 소영이 처음 만나는 장면과 둘이 만남을 이어가는 부분에서는 스물 초반의 풋풋함이 느껴졌고, 8년 뒤 그들이 재회한 장소인 오피스에서는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는 직장인의 고군분투가 피부로 와 닿았다. '로맨스'라는 장르에서 다소 쉽게 표현하는 삶의 이면을 꽤 적나라하게 묘사해 흥미가 일었다. '주인공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이 힘겨운 사랑 이야기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왔다.

아주 먼 거리를 돌아와서야 만날 수 있었던 서훈과 소영. 미소가 싱그러워 쳐다봤던 스물하나의 서훈은 스물아홉에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적당히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는 남자가 되었다. 철옹성 같은 얼음벽을 두루고 있던 스물셋의 소영은 YK 그룹의 후계자로의 길을 걸어가는 서른하나의 여자가 되었다. 공부하는 동안에 무채색의 옷만 입고, 잠을 자기 위해 약을 먹고, 재미있는 곳 한번 가지 않는 그런 여자로 말이다. 그리고 재회한 그들은 서로에게서 예전과 다른 모습에 실망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 진심을 고백하며 연인이 된다. 이 과정에 소영과 결혼하기 위해 온갖 음모(?)를 펼치는 이지석이 방해꾼으로 등장한다.

"그래, 예쁜 옷 입고, 일 열심히 하고. 이제 나만 접으면 정소영 앞에는 신세계다. 멋진 세상만 있을거야"
(중략)
"이제 잘 지내요. 신세계에서."
(중략) - 2권 후반, 헤어지면서 서훈이 하는 말

로맨스 소설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항상 눈물이 나는 포인트가 있다. 어차피 이 둘은 행복하게 잘 살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항상 눈물이 난다. 서훈과 소영은 두 번의 이별을 하기에 두 배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특히 2권에 나오는 이별 장면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기이한 체험에,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터라 리뷰를 적기 위해 다시 보고 또 울었다.

서훈과 소영의 앞에 겹겹의 벽이 있고 하나의 벽을 힘겹게 넘어서도 또 다른 벽이 등장하는 감정 소모가 많은 이야기다. 게다가 컨설턴트로 일하는 주인공들 덕분(?)에 경제용어도 많이 등장하고, 재벌가 집안에 대한 묘사가 (실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세하기에 읽으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안겨준 책이다. 그럼에도 엄지손가락이 두 개인 게 안타까울 정도로 쌍엄지를 추켜세우고 싶은, 중간에 끊어 읽기가 너무 힘들었던 책이다.

얼음 성의 외로운 여왕에게 손을 내민 서훈, '그녀를 사랑해 준' 서훈이 있기에 소영이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를 사랑하세요>라는 제목이 이렇게 절실하게 느껴지다니. 과도한 감정소모가 두렵지 않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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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원페어
이유진 지음 / 카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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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사내연애, 몸부터시작, 능글남, 순정녀
 
 
울릉도에 갇힌 남과 여, 카드 게임의 결과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은과 대한은 사원 연수로 간 울릉도에서 낙오된다. 퀴퀴한 냄새가 가득 찬 민박집의 좁은 방, 같이 있는 사람은 절대 같이 있고 싶지 않은 남자, 전화는 터지지 않고, 배는 언제 뜰지 모른다. 입을 열 때마다 농담이나 던지고 놀리기만 하는 남자,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괜히 시비 걸어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서버린 남자. 그런 남자의 행동 때문에 마음이 한껏 흔들려버린 은은 그와 한 방에 있는 자체가 싫을 뿐이다. 그런데 남자가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를 미끼로 카드놀이를 제안한다. 비 내리는 울릉도에서 한 방에 갇힌 남과 여, 누가 이기고 어떤 소원을 들어줬을까.
 
'몸환적'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19금 로맨스 소설에 익숙하지만, 씬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재미는 커녕 하품만 나온다. 씬의 비중이 높다는 데도 추천하는 글이 많아서 의아함이 앞섰다. 그러니 의아함을 해결하려면 직접 읽는 수밖에 없었다. 전반부에 배치한 울릉도에서의 기나긴 하룻밤을 넘기고서야 추천의 이유를 깨달았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게 상대방의 마음이다. 그 대상이 연인이나 남편뿐 아니라 부모, 자식, 친구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관심법을 통달하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법.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이해'이다. 그러니 이런 오해가 생기고, 저런 오해가 쌓여 싸움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에는 헤어지기도 한다.
 
 
남녀 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이런 남녀 간의 입장 차이와 연애에 대한 섬세한 심리 묘사가 <원페어>의 묘미다. 진지하게 만나기보다는 가볍게 만나서 쉽게 헤어질 수 있는 여자를 선호하는 대한과 어이없을 정도로 반듯한 모습과 갑갑하고 고지식한 은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어떻게든 가져야 했기에 카드 게임 내기의 결과로 은과 하룻밤을 보낸 대한.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일 따위 관심도 없는 대한과의 만남을 지속할 수 없는 은. 그래서 뭍으로 나가기 전 카드 게임 내기를 제안하고 그와 만나지 않기를 선택한다.
 
달리 보면 참 답답한 청춘이다. 밥만 먹으라고 만든 입이 아닐 텐데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않는 남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남을 이어가지만 마음보다는 몸이 앞서는 연애의 폐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몸의 대화는 이어가지만 마음의 대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모습이 얼마나 씁쓸하던지. 결국 갑갑하고 고지식한 은이 먼저 용기를 내서 다가갔기에 망정이지, 헛똑똑이 남주 대한이었다면 매일 마음속으로 삽질만 하지 않았을까 싶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연애하는 이야기다. 선명한 남녀의 시각차, 서로의 차이를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틈 사이에서 오해와 좌절을 겪는 누군가의 이야기다. 작가가 깊숙이 찌른 바늘에 마음이 따끔거린다. 연애는 달콤한 환상이기도 하지만 씁쓸한 현실의 일부라는 걸 깨달아서 일까. '사랑해요'로 끝나지만 결코 끝은 아니다. 아직도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해 헤매는 연인의 모습이 청혼의 숲 외전에서도 이어진다.
 
뜨악한 전반부 때문에 [취향탑니다]라는 말머리를 달았지만, 이 부분을 무난하게 넘어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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