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원페어
이유진 지음 / 카멜 / 2015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키워드 : 사내연애, 몸부터시작, 능글남, 순정녀
 
 
울릉도에 갇힌 남과 여, 카드 게임의 결과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은과 대한은 사원 연수로 간 울릉도에서 낙오된다. 퀴퀴한 냄새가 가득 찬 민박집의 좁은 방, 같이 있는 사람은 절대 같이 있고 싶지 않은 남자, 전화는 터지지 않고, 배는 언제 뜰지 모른다. 입을 열 때마다 농담이나 던지고 놀리기만 하는 남자,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괜히 시비 걸어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서버린 남자. 그런 남자의 행동 때문에 마음이 한껏 흔들려버린 은은 그와 한 방에 있는 자체가 싫을 뿐이다. 그런데 남자가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를 미끼로 카드놀이를 제안한다. 비 내리는 울릉도에서 한 방에 갇힌 남과 여, 누가 이기고 어떤 소원을 들어줬을까.
 
'몸환적'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19금 로맨스 소설에 익숙하지만, 씬으로 이어진 이야기는 재미는 커녕 하품만 나온다. 씬의 비중이 높다는 데도 추천하는 글이 많아서 의아함이 앞섰다. 그러니 의아함을 해결하려면 직접 읽는 수밖에 없었다. 전반부에 배치한 울릉도에서의 기나긴 하룻밤을 넘기고서야 추천의 이유를 깨달았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게 상대방의 마음이다. 그 대상이 연인이나 남편뿐 아니라 부모, 자식, 친구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본다는 관심법을 통달하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법.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이해'이다. 그러니 이런 오해가 생기고, 저런 오해가 쌓여 싸움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에는 헤어지기도 한다.
 
 
남녀 간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이런 남녀 간의 입장 차이와 연애에 대한 섬세한 심리 묘사가 <원페어>의 묘미다. 진지하게 만나기보다는 가볍게 만나서 쉽게 헤어질 수 있는 여자를 선호하는 대한과 어이없을 정도로 반듯한 모습과 갑갑하고 고지식한 은의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어떻게든 가져야 했기에 카드 게임 내기의 결과로 은과 하룻밤을 보낸 대한.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일 따위 관심도 없는 대한과의 만남을 지속할 수 없는 은. 그래서 뭍으로 나가기 전 카드 게임 내기를 제안하고 그와 만나지 않기를 선택한다.
 
달리 보면 참 답답한 청춘이다. 밥만 먹으라고 만든 입이 아닐 텐데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않는 남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남을 이어가지만 마음보다는 몸이 앞서는 연애의 폐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몸의 대화는 이어가지만 마음의 대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모습이 얼마나 씁쓸하던지. 결국 갑갑하고 고지식한 은이 먼저 용기를 내서 다가갔기에 망정이지, 헛똑똑이 남주 대한이었다면 매일 마음속으로 삽질만 하지 않았을까 싶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게 연애하는 이야기다. 선명한 남녀의 시각차, 서로의 차이를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틈 사이에서 오해와 좌절을 겪는 누군가의 이야기다. 작가가 깊숙이 찌른 바늘에 마음이 따끔거린다. 연애는 달콤한 환상이기도 하지만 씁쓸한 현실의 일부라는 걸 깨달아서 일까. '사랑해요'로 끝나지만 결코 끝은 아니다. 아직도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해 헤매는 연인의 모습이 청혼의 숲 외전에서도 이어진다.
 
뜨악한 전반부 때문에 [취향탑니다]라는 말머리를 달았지만, 이 부분을 무난하게 넘어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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