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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쓰는 법 ㅣ 동화는 내 친구 60
앤 파인 글, 윤재정 옮김 / 논장 / 2009년 7월
평점 :
삐뚤빼뚤하게 아주 잘 쓰는 둘째 아이가 생각나서 선택한 책이었다.
출판사 소개에서 ‘네가 가장 잘 하는 게 삐뚤빼뚤 쓰는 거야’ 라는 글을 읽는 순간, 늘 글씨를 바르게 쓰라고 아들에게 잔소리하는 내 모습이 생각나서 마음속 깊은 속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한번도 아이에게 아이의 글씨에 대해 칭찬해 본 적이 없었다. 이론적으로는 아이의 현재 능력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천은 늘 어려웠다. 그래서 ‘네가 가장 잘하는 것은 삐뚤빼뚤 쓰는 것’ 이라는 그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마음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마음속의 울림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그 소개 글을 읽을 때는 그 말이 아이에게 하는 선생님의 말 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말은 자기가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선생님이 내준 과제 <나만의 비법> 책을 만들지 못하는 아이 조에게 짝꿍인 하워드가 해 준말이었다. 정말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 이후로 하워드는 학습이 느리고, 주변 정리도 안 되는 짝꿍 조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격려해 주었다. 조는 모형 만들기에서는 정말 놀랄만한 솜씨를 보였다. 하워드는 어린아이이지만 어른인 나보다도 훨씬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워드는 <나만의 비법> 숙제로 조가 끔찍한(?) 학교생활(조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지 않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모습에서)을 끝낼 수 있는 날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책의 마지막에 ‘온종일 마음껏 네가 잘 하는 것을 하렴’ 이라고 써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늘 반성만 하게 되었다.(자녀 교육서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단 하루도 ‘온종일 마음껏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하라’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주는 것,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에 대해 엄마로서의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사실 조는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이다. 하지만 본문 속 어디에도 ‘장애’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뿐이다.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학교 분위기 역시 부러울 뿐이다.
학교에서의 상황들이 위트와 유머 있게 어우러져 있는 책이다.
또 아이들의 학교생활 속에서 배려와 존중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정말 평범하게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는 재미와 감동이 있는 책이다.
학교생활을 즐길 줄 아는 초등학교 2, 3학년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