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단 알림

 

어떤 사람이 쓴 리뷰(우수서평)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선택한 책이었다.
책을 받아 놓고도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많아서 신랑에게 먼저 읽기를 권했다.
(나는 서평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읽으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신랑은 별로 내켜 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내가 권해 준 책들이 다 재미있지 않았냐고 채근하니 마지못해 읽기 시작하였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의 마뜩찮은 표정과는 달리 책을 몇 장 읽고 나더니 ‘김열규 교수가 글을 참 잘 쓰네. 문체가 간결하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담고 있네. 그리고 한 주제에 대해 분량도 2,3쪽 정도여서 어디에서든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겠다’고 하면서 좋아하였다. 읽는 내내 ‘김열규 교수님 정말 글 잘 쓰는 사람’이라는 극찬을 계속하였다.

이런 극찬을 받은 책을 내가 읽기 시작했을 때 는 약간 부담이 있었다. (알라딘 서재에서 이 책의 서평단이 되어 서평을 써야 했기 때문에 - 지금은 책 한 권에 대해 서평단을 선정하지 않게 되어서 나에게는 이 책이 알라딘 서재 서평단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생각을 한 마디로 말하면 ‘ 나이든 노학자(老學者)의 책 읽기를 통해 독서의 정석에 대해 말 한다’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학자, 그 노학자와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책들, 그리고 책과 노학자와의 교감을 통해 노학자의 지적인 쾌락 과정을 살짝 엿본 느낌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책과, 이 책을 읽는 나와, 김열규 교수님과, 교수님이 읽은 책들과 함께 호흡하는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교수님의 유년 시절의 책 읽기(할머니의 배게 밑 이야기, 어머니의 제문 읽는 소리 등)를 비롯하여 전 생애의 성장과정에서 책 읽는 즐거움에 대한 기록은 내가(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었다고 생각하는) 자라면서는 느껴 보지 못한 것 즐거움인 것 같다.

책 읽는 재미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라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과 내가 아무런 대가 없이 이 책을 계속 읽어도 될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책 읽기가 멈추어진 적도 있었다.

(p217)
카타르시스의 발견 - 의미읽기

게임을 하듯이 - 실마리를 잡아라
의미를 캐고 따지고 물어라. 탐정이 범인을 잡듯이, 승자가 게임을 하듯이,

물고기를 잡듯이 - 하나도 놓치지 말라
그물을 펼치듯이 폭넓게 읽어라. 대의를 발견하고 큰 윤곽을 잡는 것이 먼저다.

이를 잡듯이 - 구석구석 뒤져라
꼼꼼히 세부 의미를 따져 물어라. 한 치도 놓치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이 - 재미를 찾아라
때론 긴장을 풀어라. 책 읽기는 행복한 지적 놀이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이, 책에서 재미를 찾아라.

사금을 캐듯이 - 까불고 솎아 내라
광부가 사금을 캐듯이 솎고 솎아라. 그래서 걸러지고 남은 금줄과 문맥, 그것이 독서의 수확이자 광부의 사금이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문장이나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며 책을 읽는 재미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개 하였다. 이를 잡듯이, 고양이가 잡은 쥐를 가지고 놀듯이 재미있게, 물고기를 잡듯이 하나도 놓치지 않고, 게임을 하듯이 실마리를 잡아가면 읽은 책 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독서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 책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삶의 지혜를 찾아온 교수님의 책읽기 기록을 통해 독서의 의미와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책이다. 더블에 많은 책에 대한 나의 무지를 깨닫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나도 교수님처럼 평생을 책과 함께, 그 의미를 탐닉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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