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묻다
송은일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송은일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책의 배경이 되는 도시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서 작가며 소설자체에 대한 흥미가 높아졌다. 낯익은 지명들과 모습들이 눈에 더욱 선명해 책읽기가 편했다.

책을 읽는 동안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작가후기에서 말했던 것처럼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책이 그 주제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로 시집온 조선족 여인, 지적 장애를 가진 남자, 잊혀져 가는 문화 유산 하백당,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사랑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그 사랑은 통속적인 의미의 사랑에 대해서라기보다는 가족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으로 나타났다.

내가 책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장면은 40평생을 바보로 어눌하게 살아온 남겸도, 가난한 친정 살림을 대신해 바보 남겸에게 시집온 조선족 여인 최부용의 고달픈 삶도 아닌 남겸의 동생 남면이 자기의 것을(바보인 형을 포함해서)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그 부분이었다.

‘ 때문에 면은 제 것에 흠이 생기는 일은 용납하지 못했다. 면에게는 늙어 꼬부라진 할미나 온 병신이 된 어미나 천치 같은 형조차도 이 하백당 안에서 곱다시 존재해야할 제 것이었다.’ (p 86)

평생 형의 그늘에 가려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동생, 하지만 어릴 때부터 형을 지키도록 교육받아온 남면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절대로 자기 것에 흠을 낼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결국 남면은 형이 죽을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면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런 남면의 모습은 실제로 하백당(조선시대 임금님께 불신위를 하사 받은 명문가 집안의 상징)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자부심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 처음에 부용은 하백당이 지닌 무게가 사람을 돈으로 살 수도 있는 부에 있다고 여겼다. 하백당을 유지하는 힘이 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금전이 있어 가능한 지속이지만 그보다 더 큰 힘이 이 집 사람들이 지닌 자부심에 있다는 건 최근에 느꼈다. 오래된 집은 스스로 그윽하고 현무할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집안사람들에게 천생인 듯 자부심을 갖게 하고, 그 모든 어우러짐을 지키게 하고,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동조한다는 걸 차츰 깨달아 가는 중이었다. 고영라가 갖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도 그래서 이해하게 되었다. 고영라는 하백당을 깨놓고 싶은 듯 몸부림쳤지만 사실은 이 집에 동화되고 싶었던 것이다.’ (p243)

' 날 때부터 천생인 듯 몸에 익히고, 온갖것을 감내하고 공들이며 지켜야만 가능한 것, 그렇게 만들어지는 자부심이었다.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고, 욕심낸다고 금세 제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p270)

하백당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관련하여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하백당 사람들이 다르게 보인 것은 정관수술을 한 남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했던(결국은 하백당의 안주인이 되고 싶은 거친 욕망 때문에 저지른 일이기는 하지만) 고영라에게 남겸의 할머니가 한 행동이었다. 

‘아이, 영라야, 겸이 그 불쌍한 것한데, 우리한테 니 왜 이러냐. 우리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냐? 우리가 너한테 뭐 잘못한 게 있드냐? 있으면 말해봐라. 넘 좋은 일은 못하고 살았다만 넘 못 할 일은 안 할라고 평생 애쓰고 살았는디, 사람이란 지도 모르게 넘 한테 궂은 짓을 하기도 한 게, 우리가 니한테 뭘 잘못한 게 있는지도 모르것다 싶어서 있으면 사과 할라고 왔다.’ (p160)

영라가 돈으로 살 수 없었다는 그 자부심 이면에는 남을 탓하기 보다는 내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그 마음도 이제까지 하백당을 지켜낸 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자부심 때문에 주인공 최부용과 그의 남편 남겸은 그림같이 남면의 주위의 조그만한 사물처럼 흔적도 드러내지 않고 살아야한다. 평생을.......

그것이 바로 최부용이 처한 어려움이다. 종손과 종손부이지만 바보 천치인 남편 덕분에 그리고 남편이 하백당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처지이기에 묵묵히 감내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젊고 꿈이 있는 최부용에게는 이런 생활이 감옥과도 같은 것일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 한구석이 아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론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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