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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학이 ㅣ 보름달문고 27
문영숙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2월
평점 :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은 책이다.
워낙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궁녀들의 숨겨진 이야기라서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은 것 같다.
사극에 잠깐씩 등장하는 궁녀들의 이야기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많은데 이 책은 정말 궁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양반가의 딸이었지만 어려워진 집안을 위해 궁녀로 들어가게 되는 학이의 궁궐에서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양반이라는 이유로 같은 궁녀에게 이유 없는 시기를 받아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 택한 길이 아니기에 그 길을 부정하고 도망가려고도 하였으나 여의치 않았고, 궁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아기나인에서 정식 궁녀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명성왕후 시해 사건의 현장에 있게 된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많이 보아서 낯익은 장면 <명성왕후에게 궁녀 옷을 입혀 누가 왕후인줄 모르게 하여 일본 군사들의 눈을 피하려고 한 그 장면> 이 아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어 마땅한 궁녀가 어려서부터 집에서 같이 자란 머슴의 도움으로 궁을 무사히 빠져 나와 궁녀가 아닌 평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결국에는 그 머슴과 결혼까지 하게 된다.
소설의 맨 처음부터 등장하는 머슴 ‘만석’이라는 인물이 궁녀 학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가 정말 궁금했는데 우여 곡절 끝에 두 사람은 결혼에 이르게 된다.
숨겨진 궁녀들의 이야기인 질투나 시기, 궁녀 내에서의 권력 다툼 등은 여러 사극에서 많이 접해 본 이야기들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궁녀들의 삶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궁녀로서의 길을 회피해 보려고 하지만 회피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모습, 궁녀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고민하고 무엇이 백성을 위하는 길인지 가늠해 보는 모습, 궁녀의 신분이지만 새로운 학문과 언어를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실천 등은 다른 사극에서 볼 수 없는 내용들일 것이다.
읽는 동안 절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아주 재미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