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뒤 오후, 너 뭐하니

 

 

                                   카르마

 

 

눈이 내린 곳마다 번쩍이는 눈들

햇볕이 내리쬐면 슬금슬금 회피하는 눈들

꺼먹꺼먹 진흙눈물이 흐른다.

거기에 숨어있던 응달이 줄줄 흘러나오는 오후

전봇대에 너절한 광고전단지처럼

몰려들어 웅성이는데

 

직선으로 주욱가다가도 출렁이는 시간

켜켜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두드려보고

조심스레 내린 눈으로 아침 이곳 저곳 바라보았다.

혹시 네 눈빛도 머물렀을 그곳

동상처럼 얼어버린 기억들

쨍쨍 갈라터지는 통증

 

조심스레 눈이 내린 아침, 온 세상은

네 눈빛으로 압도되고, 뒤덮혔으니 

가능했던 것들에 콤마를 찍으며

한숨처럼 고요히 본다. 그쯤에서 굴절되는 겨울, 결박되는 허벅지

허옇게 드러나는 앙상한 들판

말줄임표 뚝뚝 떨어진 하얀 오후에, 너 뭐하니

 

 

 

201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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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여자

 

 

                           카르마

 

 

 

몸무게 65.5kg, 체온은 36.5도 그녀는 찬 공기를 가르며 다가오는 따뜻한 여자

깊디 깊은 가슴 속에 익사한 무력한 콤플랙스 껴안고, 그녀와 둥둥 떠다니는

숨막히는 일상을 버린 한줌의 잡히지 않는 햇살, 봄날 내리쬘 준비 하는 날

오늘을 가득히 채운 끝없는 공기처럼 막힘없이 펼쳐지는 따스한 여자. 아무것도

없어도 모든것에 놀라운 듯 입술을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하는 여자

반갑다고 뛰어오는 여자, 팔을 벌리고 덥석 안아주는 여자, 더디게 슬픔을 접고

삶속으로 더욱더 얽혀드는 따스한 혓바닥 같은 여자, 따뜻한 그 여자.

 

 

 

2013. 0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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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1.

 

 

   

                                       카르마

 

 

 

 

그녀는 시동이 꺼진듯 앉아있다

응달마다 남아있는 눈덩이들

기억이 매번 스친 자리마다 매끄러운

얼음이 된 그녀의 눈빛과

짧은 순간도 태양이 들지 못하는 

복도의 한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죽 늘어서 있는 발자국들

고요히 서성인다.

 

한 번의 보폭만큼 시간은 천천히 걸어간다 

매일의 일상이 

사소하고 습관적인 일들이 

저만큼 지하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후욱

엘리베이터와 함께 올라와

살아야할 이유가 된다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지금 그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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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과 교육

 

 

                              카르마

 

 

 

씨앗을 심었네

 

이틀 후,

 

싹이 텄을까?

작고도 하얀 순이 연약한 아기 손가락처럼

흙으로 내밀어 따스한 흙에 닿았을까?

삼일 후, 아직도 흙위로 올라온 것이 없는

흙을 다시 파볼까? 싹이 튼 걸 보고 다시 심을까? 

말을 걸어줄까?

노래를 불러줄까?

멋진 경구라도 들려줄까?

 

단단한 껍질을 좀 뜯어 내줄까? 순이 좀 쉽게 나오게 말이야

 

어머니, 때에 맞추어 물이나 주세요

햇살도 거기있고, 바람도 거기 있으니

 

 

201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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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그2

 

 

                     카르마

 

 

 

 

머나먼 그 곳

아무도 가본 적이 없다는 곳

누군가 아예 갔다고 소문이 난무하는 곳

짬이 나도 가볼 수도 없는 그곳에

그녀가 집요하게 응시하는 그곳에 그가

흘러가고 있을까? 아직 주저앉아 있을까?

다만 시간만이 기억을 떼내어 가져갈 것이고

그녀의 어깨는 그때마다 희미하게 흔들릴 것이다. 

 

절룩이며 가는 시간들사이에

하루 종일 매달려 흔들리는 나뭇 이파리처럼

그녀의 손가락은 여위어가고

앙상한 팔다리에 눈발이 내리칠 때마다

아이들의 눈망울에 웅덩이가 패일 것이다.

그녀가 건너야할 바다가 될 것이다.

출렁 출렁 무섭도록 깊은 바다, 시간이 휘두르는 어지러운 돛대에

대롱 대롱 매달려 건너야 할 것이다.

 

 

201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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