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톤의 사랑하는 이에 대해서

 

 

                            

                                카르마

 

 

사랑하는 이여

아름다운 이여

부드러운 발바닥으로 나의 심장 위를 걷는 이여

내 마음 속에, 내 영혼 속에 깃들어 안주한

우아함이여

꽃중에서도 빼어난 홍조를 띤

나의 법이여

온갖 지혜로, 정의로움으로, 온유함으로

나를 지배하고,

나와 관계하고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여

내가 거주하는 곳마다

아름다움의 제국,

땅위에 평화를, 폭풍의 깊은 곳까지 잠잠하게 하는

바람을 잠재우고,

고통스러운 나의 영혼을 잠재우는

온갖 애정으로 나를 가득 채우는 이여

나의 주인이여

 

 

2013. 5. 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얼굴을 찡그리고

 

 

                    카르마

 

 

세상은 눈부시고

세상살이는 눈 따가워서

찡그리고 바라보면

얼굴마다

벌건 화상입은 저녁노을

깊이 패인 이마 골짜기로

익숙한 어둠 스며드는 시간 

 

여기 이렇게 앉아 바라보면

네가 보인다

손바닥으로 스윽 스윽

닦아내어도 미련스레 소복한 먼지

입김으로 호오 호오

불어내어 한숨 깊은 속삭임

두 손으로 접어보내는 시간

 

그렇게 살고도

사는 방법을 모른다니

그렇게 살고도

같은 실수를 또 저지르고

같은 용서를 또 빌고

같은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같은 어둠의 먼지를 털어내는 너

 

 

 

2013. 05. 06.

 

(네 소식이 들린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산다는 너의 소식,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마음을 따먹고 산다는 너의 소식,

남의 노동에 숟가락 얹어놓는다는

불쌍한 너의 소식말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런 날 가리

 

                              카르마

 

그런 날 가리라

가리라, 졸리듯이

폭음처럼 들려오는

따스한 햇살 

내리쬐는 고양이의 눈빛

혓바닥으로

세상을 핥아보면 

사악 사악 열리는 비밀

오랜 선물, 시계처럼

째깍이는 생명이여

 

그림자마다 숨겨놓은

그대의 발걸음

슬리퍼 끌리는

구둣소리 또각이던 세상 속에

함께 이야기 할 수 많은 것이 있으니

영화같은 나날들 이었노라,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리

화살표를 따라가던

물결, 그리고 생명

축복하는 날

푸른 하늘인 것이, 구름 오르는 것이

가기에 좋은 날에 가리라

 

2013. 05. 05

 

*누구나 가니까.

듀르켕이 그랬던가, 그것도 선택이라고.

처절한 고독과 사투 뒤에 오는 것은 결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기 도둑

 

 

                카르마

 

 

 

모르는 것 같애

눈치도 못 챈 것 같아

내가 아기 도둑인 것을

아이를 빼앗기고도

마음도 사랑도 아이에 빼앗기고도

모르는 것 같애

 

아기를 훔치고도

거기에만 온통 마음을 빼앗겨도

얼굴 희멀건 그 남자

빙글 빙글 웃는 그 남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애

사랑도 빼앗긴 남자

 

 

(대화중에 얻은 이야기를 이렇게 적어놓으면,

카피라이트는 어떻게 되는 거죠? 배교수님?)

 

2013. 04. 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여기 머무르는 오네긴

 

 

 

                              카르마

 

 

뭘 가져다 드릴까요

잠들지도 못하고 깨어있는 당신

사랑하는 예브게니여

쓰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습니다.

쓰지 않고는 잠들수도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것 뿐

이제 나의 대담한 고백을 용서할

힘을 가진 정복자여

한 줄기의 희망이 있다면

한 방울의 동정심이 있다면

이 불운한 운명에 버려지지 않을텐데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말을 해야만 하겠습니다.

내 온 심장으로, 기꺼이 당신의 소유인 심장으로

이렇게 편지를 써야만 하겠습니다.

단지 몇 마디만 단지 몇 번의 눈길만 나눌 수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만날 꿈을 꿀 수 있다면

밤으로 낮으로 일주일 내내 그것만을 되새기며

이런 고백을 할 필요도 없으련만

당신은 아무 말이 없고

시골스런 이 심장을 싫다고 하시니 사실인가요?

여기가 지루한가요?

당신의 발길이 지루한 여기로 향할까요?

당신을 너무 사랑하여 고통스럽습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마음 속으로 소려쳤어요.

바로 저 사람이야,

아, 이제 제 생각이 옳았다고 말해주세요

이러한 모든 감정이 무의미하다면

이 감정이 이성을 추락시킨다면

진실로 무의미한 인생이 저를 기다릴 겁니다.

저는 벌거벗은 듯이 부끄럽습니다.

여기 혼자서 두려운 남모르는 이 그리움

떨리지만, 수치스럽지만, 기절할 듯 어지럽지만

당신을 믿습니다. 심장 깊은 곳

여기 머무르는 오네긴이여

 

당신의 타티아나로부터.

 

<오네긴은 타티아나로부터 아마도 이런 편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네긴은 6년이 지나서야 그녀의 사랑을 진실로 느끼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시간은 소중하나 인생이 무의미할 정도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2013. 04. 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