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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불타는 것의 축제

 

 

                                     카르마

 

 

 

저들은 빛나는 공이다. 어디론가 튀어오르는

물렁한 생명체, 빛처럼 눈부시게 튀어오르는

주점옆에 춤추는 공처럼 튀어오르는 저 친구가

수업시간에 졸던 그 친구인가

음악의 리듬에 공처럼 튀어오르는 것은 저들이고

똑같은 만큼 머리가 멍해지는 이들은 누구인가

중얼거리는 나무처럼 서있는 곳에 저들은

공처럼 튀어와 무엇이든 두드려본다

산들 바람처럼 이파리를 건드리고

나이테 틈으로 들어와 세월을 흩트리는 존재

간지러운 저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와 더듬다

운동장 몇 바퀴 돌고 다시 부딪힌다

겨우 살아 숨쉬는 것들과

살아 불타는 것들, 불타며 소리지르는 것들

하늘에서 별빛처럼 내려와 

겨우 살아 숨쉬는 것들에 들어온다.

저들에게 축제가 아닌 것이 있는가

속으로 가만히 물어본다  

 

 

2012. 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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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심장

 

 

 

                     카르마

 

 

우리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우리 속에서 뿜어지고 순환하는 것들

호흡과, 맥박, 홀몬과 혈액, 그리고 시간 

그 시간 속에 심장

우리는 시간의 심장 소리를 듣지

잎사귀 피어오르는 나무에 귀를 대고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면

돌계단을 따라 절터로 가는 길마다

어떤 이에게 시간의 심장은 너무나 빨리 뛰고

어떤 이에게 시간의 심장은 울려퍼지는 느린 울음

저녁이면 그림자들 저마다 모여들어 웅성거리고

새벽이면 그곳에 모여있는 슬픔의 바람이 뜯겨나가고

오늘은 누구의 시간이 세상으로 나와

울음으로 탄생하는 혼이 되는가

오늘은 누구의 시간이 세상에서 벗어나

운명의 저녁을 마감하는가

모퉁이마다 미련으로 꺽여있는 시간의 심장이

훅 불어오는 때로는 기쁨이 때로는 슬픔이

거기에 존재로도 감사한 시간

시간이 멎을 듯한 심장

 

 

2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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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배반과 사소한 변명

 

 

  

                                       카르마

 

 

 

사랑아, 수백 수천으로 분열하여 성장하는,

뺨 붉어지는 어수선한 설레임이 아직도 가득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변명,

이 기다림은 그곳을 너무 황급히 떠났기 때문이지

 

사랑아, 나는 오래 전 그 식탁에 앉아 그 문턱을 바라보지

문이 열릴 때마다 눈이 먼저 일어나 흘끔 흘끔 바라보지

어쩌면 검은 옷을 입은 신부처럼, 오오 이 순결한 배반이여

가벼이 죽어간 이들의 발을 담고 있던 구두처럼 숨막히는 

 

그날 오후 한구절도 내뱉지 못한 내게서 훔쳐간 

그날 자정까지 거리를 헤매다가 문득 기억해낸 

그래, 빛에 의지해 살았던 이름, 그 투명한 저주

간신히 그 이름에 의지해서 운위할 수 있는

 

너와 나는 탄생과 죽음의 간극에서 맹세를 저버린 심장

심장이 쏟아내는 호흡, 그 호흡마다 견뎌야하는 생의

포기할 수 없는 사소한 감촉이 배반의 형벌처럼 깨어나는

사랑아, 너와 내가 건너갈 수 있는 유일한 문턱을 바라보지

 

 

2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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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과를 씹으며

 

 

                               카르마

 

 

수분이 바싹 마른

색의 기억도 바랜 열매

 

빛의 폭력을 견디느라 쪼그라든  

가벼운 기억만으로도 어둠은 충분해

 

너로 충만하다는 것은 무겁다는 것이며

수분이 가득하다는 것이며

세월에 녹지 않은

둥둥 떠 있는 기름같은 미련

가득한 감정을 아래로 가두고 소외된 것이며

 

그러므로

이걸로 충분해

 

시간이 지나고 우리 서로

가벼운 기억같은 존재로

 

빛의 폭력이 지나간 자리

이 건조함을 꼽씹는 것으로 충분해

 

꽃으로 열매로 성장했던 것들  

성숙할수록 그토록 가벼운 것들

 

그럼에도 충분히 가벼운 것들 

이 달콤한 건조함

 

 

2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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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접속사는 아프다 

 

 

 

                                                        카르마

 

 

 

만약에 그대는 텅빈 공간에 들어온 하나의 단문, 그렇게 부르자

홀연히 불러본 이름처럼 길게 그림자 드리운

쓸쓸한 것들마다 돌아보는 저녁 햇살, 그대를 그렇게 불러보자

보이는 것마다 이름이 있는데

부를 수 없는 것도 이름이 있는데 

 

숨구멍마다 들어오는 짧은 호흡 이승에서 밀려가듯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간절히 나부끼듯  

펼쳐진 나의 손은 너를 향한 접속사, 접속사라 부르자

비현실적인 만약에를 아프도록 뒤따르는

계절이 바뀌는 지점마다 펼쳐지는 손

 

만약에 세월이 흘러서 타고 남은 시간처럼 

짓다 만 꿈들이 상처마다 닿았던 흔적처럼

여기저기 꽃 손 삐져나오는 것들마다 접속사라 부르자

삐딱한 생의 열망이 한참동안 떨리다가

몸안에서 잠들지 못하고 씨앗처럼 움트는 것들을

 

 

2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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