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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고요하다

 

 

                               카르마

 

 

 

하나를 밀어 닫으면 또 다른 하나가

빠끔이 눈을 뜨는 밤하늘

밤새도록 너을 바라본다.  

한쪽 눈으로 지켜보는 눈들이

멀리서 촛점을 맞추는 인기척이

고요하다

 

너는 수수만년을 달려와 꽂히는 예리한 빛

너는 참혹한 시간마저 한 방울로 떨어지는 눈물

그걸 다 받으려고 펄럭이는 심장이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이 

숨넘어가듯 창턱을 넘는 바람이

고요하다.

 

네게로 길을 여는 눈맞춤이란

네게로 소멸하는 영혼의 입맞춤이란

네게로 뛰어드는 우연한 발맞춤이란

한치의 오차없는 각도의

예리한 칼날처럼

고요하다 

 

  

 

2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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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얼굴

 

 

               카르마

 

 

그의 넘치는 얼굴,

내가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

 

얼굴 어딘가에 만지작거리다가 

찡그려진 눈속으로 빠져든 하루치의 시간

 

코에서 눈으로, 눈에서 이마로, 이마에서 머리카락으로

하루종일 따라가도 무표정한 세상이 귓속으로 입속으로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처럼 다가와

물고기처럼 헤엄치는 것들

 

얼굴은 말이 없고, 커튼을 내리고, 돌아눕고

나는 어둠같은 사탕을 깨물어

무거운 어둠의 맛이 입안에 헝건할 때  

 

내가 들고 있을께

꽃이 마지막 숨을 거둘 때 

바람이 나풀 나풀 사그라지고

나무도 별도 너도 사라지는 어둠속에서

내가 그 얼굴 들고 있을께

 

 

2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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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종류의 영혼들

 

 

                                 카르마

 

 

짙푸른 산림이 사방으로 펼쳐진 이부자락처럼

모래알갱이 사막을 이루어 끝없는 경계처럼

끝없이 열려진 영혼의 막힘없으나 여유로운

짐승들은 어디 서로 어슬렁거리다가

어둠처럼 깃드는 고독한 정신

 

혹한의 계절마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방목하고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우리, 아득한 산맥으로

초원과 사막에, 호수와 강가에, 기억의 잔재들 그림자처럼

여기 저기 던져두고 떠나는 구름의, 그리고 너와 나의 생

몹쓸 질병에 걸린 얼굴마다 하나의 영혼으로 견디는

알타이 산맥과 시베리아의 빙한의 세계

사하라 사막과 카자흐스탄의 초원

바이칼 호수와 북방대륙을 떠돌다 건너온

차디찬 게니우스의

검은 얼굴을 던지는 태양 거기쯤

찡그리며 올려다볼 즈음

 

어디로든 가리라

맨발로 그리고 맨주먹으로

같은 종류의 영혼아, 심장, 핏줄기 순환처럼

 

2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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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의 무능함에 대해서

 

기다린다는 것은

바위처럼 한 곳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생의 엔진을 모두 꺼버린

다 놓아주는 무능함이다.

 

사람의 사랑은 모래알갱이와 같아서 

언젠가 다시 단단히 뭉쳐지는  

그 희박한 가능성을 노려보는 것과 같으나

사람의 그리움도 바위와 같아서

천년동안 부서저 내리듯  

고요한 불가해한 것들과 같으니

 

첫사랑은 환호처럼 찾아왔고

두번째 사랑은 뜨거운 촛농의 화상처럼 지나갔으며

세번째 사랑은 캄캄한 어둠속에서 기다리게 했나니

그때 나는 그대를 얼마나 열망했던가

마지막 사랑은 이렇게 팽팽한 수평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다시는 돌아오지도 않을 메아리쪽으로 기울어진 바위처럼

기다린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니

그대로 바위인채로, 바위이기만 한채로

기다린다는 것은 그토록 무능한 것이다

 

오늘도 바위 한끝 깍아내릴 

바다 저편에 풍랑이 일지 않았으며

하늘 저 멀리에 바람도 일렁이지 않는데

먼저 뒤돌아 보지 않는 그대의 뒷모습

먼저 뒤돌아 가버리지 않는

기다린다는 것은 무능한 것이다.

 

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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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길게 참고

 

 

                         카르마

 

 

호흡을 길게 참고 길게 내뿜어

한 송이 작은 꽃 피워 물어라

그대가 피어나는 것에

붉어지는 내 얼굴

왜 떨리는가

 

호흡을 길게 참고 길게 내뿜어

하얗게 뭉게 뭉게 구름 떠올리라

그대가 피어올리는 것에

날아드는 새들처럼

왜 설레이는가

 

그대가 피워올리고 내뿜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인양 

 

 

2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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