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것의 무능함에 대해서
기다린다는 것은
바위처럼 한 곳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생의 엔진을 모두 꺼버린
다 놓아주는 무능함이다.
사람의 사랑은 모래알갱이와 같아서
언젠가 다시 단단히 뭉쳐지는
그 희박한 가능성을 노려보는 것과 같으나
사람의 그리움도 바위와 같아서
천년동안 부서저 내리듯
고요한 불가해한 것들과 같으니
첫사랑은 환호처럼 찾아왔고
두번째 사랑은 뜨거운 촛농의 화상처럼 지나갔으며
세번째 사랑은 캄캄한 어둠속에서 기다리게 했나니
그때 나는 그대를 얼마나 열망했던가
마지막 사랑은 이렇게 팽팽한 수평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다시는 돌아오지도 않을 메아리쪽으로 기울어진 바위처럼
기다린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니
그대로 바위인채로, 바위이기만 한채로
기다린다는 것은 그토록 무능한 것이다
오늘도 바위 한끝 깍아내릴
바다 저편에 풍랑이 일지 않았으며
하늘 저 멀리에 바람도 일렁이지 않는데
먼저 뒤돌아 보지 않는 그대의 뒷모습
먼저 뒤돌아 가버리지 않는
기다린다는 것은 무능한 것이다.
2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