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을 날아서
민혜윤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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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며 모든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바람둥이 남주 정원과 자아성찰인 특기이자 평범한 연애를 꿈꾸는 상큼한 여주 해영의 만남, 그리고 사랑. 바람둥이를 한 여자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개과천선기는 로맨스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 뻔한 설정에 뻔한 결말을 예상하게 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접하는 소재들 중 하나이면서도 읽으면서 남주를 미워해 보기도 하고, 뒤늦게 남주를 괴롭히는 여주를 응원해보기도 하며 애달파하며 여주를 그리워하는 남주를 고소해 하기도 하며 글에 빠져드는 것은 왜일까? 비슷한 설정에 뻔히 보이는 글일지라도 끝까지 읽는 것이 힘겨운 글이 있기도 하고, 글 속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읽게 되는 글도 있다. 그런면에서 민혜윤작가의 <푸른 밤을 날아서>는 후자였다. 알면서도 계속 손이 가는, 끝까지 즐겁게 읽게 만드는...민혜윤작가의 <푸른 밤을 날아서>는 그 뻔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유쾌하게 그려나간 소설이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하며 두 주인공인 정원과 해영에게 빠져들어 사랑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였다.

연애경험이 전무한 해영이 화려한 연애전적을 자랑하는 매력남 정원에게 빠져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유려한 말솜씨와 매너, 그리고 스킨십. 정원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사랑하게 되어버린 해영이 정원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다. 그에 반해 결혼은 No, 연애만 즐기며 해영 또한 자신이 스쳐왔던 여자들과는 별 다를 바 없는 스쳐지나갈 관계로 그저 잠시의 흥미를 끄는 존재로만 생각하는 정원이, 해영에게 빠져들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정원의 어리석음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어린 해영이 상처받고 홀로 마음을 삭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원에게 어퍼컷을 날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자기 잘못은 생각도 안하고, 서운해 하기도 하고 불안해 하기도 하는 연인은 알아주지도 않고 아수라백작으로 변해 해영을 몰아세우는 정원을 보면서 해영이가 정원에게 끌려 다니지만 말고 자신의 행복을 찾기 바랐다. 더불어 정원이 땅치며 애닳아하고 후회하도록 고생 좀 시켜주길 바랐다. 해영과의 이별 후, 뒤늦게 해영에 대한 소중함과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힘들어 하다가 글로벌 생고생 끝에 해영과 재회하는 정원을 보면서 안쓰러움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그의 고생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해영이 너무 쉽게 정원을 받아들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좀 더 정원이 후회하고 힘들어하도록 괴롭혀도 괜찮았을텐데 말이다. 그러면에 있어서 해영은 속이 좋다고나 할까! 사랑은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해영과 정원의 연애기를 보면서 연애에는 역시 적당히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애정을 필요로 하지만 연애는 뭐랄까 서로에 대한 소중함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며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마음을 돋워 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해영과 정원을 보면서 절실히 느꼈다고나 할까!

제목처럼 푸른색을 떠올리게 하는 밝으면서도 시원한, 그러면서도 유쾌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처음에 느낌이 산뜻함이었다면 책을 덮으면서 느꼈던 느낌은 시원함이었다. 개성이 뚜렷하고 사랑스러운 두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연애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고나 할까! 나중에 해영에게 져주는 정원의 모습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했고 말이다. 종종 생각지도 못한 발상과 사건을 벌이는 사차원 해영과 여자를 좋아라하더니 결국엔 어린 연인을 사로잡는 전직 바람둥이 정원을 보내면서 아쉬움이 든다. 뻔한 이야기 속에서의 색다름과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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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정원 2
이리리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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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시나 이리리작가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마녀의 정원>.
<마녀의 정원>이라는 제목처럼 마녀의 마법에 홀린 듯 글 속에 빠져들어 같이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소설이었다. 무게 있는 역사물을 다뤘던 전작들과는 달리, 현대를 배경으로 했던 이번 소설은 마냥 행복에 젖어 읽을 수 있었던 유쾌한 소설이었다. 로맨스소설에서는 다소 생소한 마법이라는 소재와 더불어 홍차의 매력를 다뤘던 이번 소설은 나를 아주 흥미진진한 세계로 인도했다. 어릴 적 읽었던 순정만화 <홍차왕자>의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 사랑이라는 감정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쇠로 일관하며 쉬이 지나쳤던 삶에 대한 단상을 느끼게 했다고나 할까! 세리와 수현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 속에 불어 넣은 이리리작가의 마법을 통해 한장 한장 음미하면 읽었던 것이 어느 새 두번째 책장을 덮었을 때는 '벌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얼굴 가득 미소를 안고 편안히 읽었던 이 소설은 나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사해준 책이었다. 

책 제목과 같은 '마녀의 정원'이라는 홍차 전문점을 운영하는 세리. 그녀의 정체는 마녀이다. 21세기 현대에 웬 마녀?라고 하겠지만, 이 <마녀의 정원>에서만은 '세리'라는 마녀가 존재한다. 평범한 인간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이용당하고 상처받은, 그럼에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인간들을 사랑하며 인간들과 동화되어 살아가고자 하는...그런 마녀의 사랑을 받고, 그런 마녀를 사랑하게 되는 남자 수현.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 온 미래가 창창한 바른 남자. 집안의 유일한 골칫덩이인 막내 여동생의 뒷치닥거리를 하다가 어느 새 닿은 두 사람의 인연은 보고만 있어도 따스한 미소처럼 스며들어 사랑이 되었다.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사랑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따스함과 행복을 선사한 명화였고, 두 사람이 들려준 사랑과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진실함과 희망과 사랑을 심어주는 명곡이었다. 사랑, 누군가에는 가장 행복하고 가슴 따뜻한 말, 누군가에는 가슴 시림 혹은 아련함를 떠올리게 하는 말일지라도 그 심연에 자리한 그 뜻은 누구에게난 가치있는 단어. 우리에게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이야기에서도 절대 빠질 수 없는 말인만큼, 여러 많은 소설들 속에서 다양한 사랑을 만났다. <마녀의 정원>을 통해 느낀 사랑은 글쎄, 한마디로 무지개색이었다고나 할까! 밝은면서도 가볍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와 색깔을 담은 소설이었기에 글 속 곳곳에서 여러 색들을 접하고 느낄 수 있었다.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환상 속의 인물인 마녀의 일상과 고뇌를 엿볼 수도 있었고, 나에게 로망을 심어준 홍차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J여사의 마법 비망록을 통해서는 비록 우리는 그 존재를 모르지만 진정으로 어느 곳엔가 마녀가 존재할 것 같다는 믿음 내지 상상력을 불어 넣어 줬고, S양의 비밀홍차 블로그는 홍차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하며 소설의 묘미로 다가왔다. 이 모든 것이 글을 읽는 데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독자에 대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혹자들은 오히려 글의 흐름을 흐트렸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글에 더 흥미를 느끼며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암기력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처럼 혹은 신기에 가까운 암산실력을 가진 이들처럼 그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 아니 재능 혹은 개성을 가졌을 뿐인데 인간들에게 소외 당하고 자신들을 숨기며 지냈을 마녀들의 삶과 아픔을 엿보면서 마녀라는 하나의 존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믿기 싫어서 혹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상처를 주었던 적은 없는지를 되돌아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고 살아 가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와 상충하기도 하고 꺼려하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친밀한 사람들끼리는 하나의 공통점 아래 울타리를 만들고 타인을 배척하기도 하고...나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지 말고 포용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종종 그것을 잊고 한다. 이 소설은 그런 면에 있어서 나에게 자극제가 되었다. 보지 않았다고 해서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말기, 허황되어 보인다고 해서 없다고 확신하지 말기, 나와 다르다고 해서 평행선으로 달리지 않기, 나와 달라도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기!

로맨스소설의 새로운 이면을 본 기분이다. 솔직히 역사물만을 다뤘던 이리리작가였기에 현대물은 역사물과 다르게 깊이가 없지는 않을까, 괜히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를 하기도 하고, 워낙 필력이 있는 작가이기에 분명 좋은 글일거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책을 덮으면서도 느꼈던 감상은 역시 괜한 기우, 당연한 기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었던 만족스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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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비, 메이비 낫
김언희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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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언희 작가의 <메이비, 메이비 낫>을 읽고 난 후, 느낀 것은 그저 '재밌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소설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영화나 책을 보고 나서 통속적으로 '재밌다'라는 하나의 단어를 통해 그 느낌을 표현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메이비, 메이비 낫>은 그 통속적인 의미를 벗어나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maybe, maybe not...

 누군가는 이 책이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읽었다고 한다. 그렇다면...난 어땠을까?
나같은 경우는 이 책을 아주 힘들 게 읽었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작가의 필력이 딸려서도 아니다.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가 너무나 뛰어나서, 그와 더불어 작가와 교감이 매우 잘돼서가 그 이유였다. 때론 재희가 되고 때론 준우가 되어, 수 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겨운 혹은 아슬아슬한 항해를 하면서 그 몰입이 극에 치닿는 반면 나는 아주 지쳐있었다. 바라면서도 차마 욕심내지 못하는 재희가 안쓰러워서, 재희가 느끼는 불안과 슬픔이 고스란히 스며들어서, 재희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준우의 이기적임이 원망스러워서...재희에게 사랑을 느끼면서도 지연처럼 상처를 줄까봐 두려워하는 준우의 망설임이, 사랑이라는 것을 애써 부인하려는 준우의 마음이 절실하게 전해져 와서...그 모든 감정들을 하나 하나 담고 담아가면서, 혹 미처 담지 못하고 놓칠새라 또는 그 감정의 무게를 못 이겨 쏟아질새라 난 책을 읽다 수없이 멈추며 그 감정들 하나 하나를 꼭 꼭 씹으며 되새겼다.


 유년시절의 아픔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재희에게 가족이라는 의미는 그 무엇보다 남다르다. 자신의 삶의 버팀목이자 너무나 갖고 싶은 하나의 꿈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가지고 있거나 만들어 가는 가족이라는 것이 재희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욕심같은 것이었다. 너무나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그럼에도 욕심내는...재희에게 있어 가족은 하나의 위안이자 파라다이스는 아니었을까? 단 한번이었지만 아버지의 배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어머니. 그로 인해 아버지의 품이 그리우면서도 결코 그립다 말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었던 재희는 그 어릴 적 그네에 앉아 발을 굴리며 하염없이 오지 않을 아버지를 기다리던 그 때 그 소녀로 여직 남아있었던 것 같다. 몸만 성장한 채 마음은 아직 가족의 따뜻함이 그리운 그 소녀로 말이다. 재희는 오직 자신만의 가족을 가짐으로써 그 상처를 치유하고 마침내 소녀에서 벗어나 진정한 성장을 이루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랬기에 따뜻한 가족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현석이 아버지처럼 배신을 했을 때 현석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던 건 아니었을지... 의식적으로 묻어두었던 옛 상처가 덧 날까봐, 어머니처럼 아파할까봐,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까봐...그런 아픔을 간직한 재희에게 있어서 준우는 아주 절대적인 존재였다. 절대적인 믿음, 절대적인 애정의 대상...상사였지만 때론 오빠처럼 아버지처럼 그 무엇보다 위안이 되었던 존재. 그렇기에 그 절대적인 존재인 준우를 잃기 싫어 준우의 옆자리가 욕심나면서도 거절했던 재희. 결국은 한시적일지라도 그 곁에 머물기를 선택한 재희. 자신에게 있어 꿈이자 꼭 갖고 싶었던 가족을 포기하면서까지 준우의 여자로 있기를 선택한 재희를 떠올리면, 그녀가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 지 얼마나 큰 희생을 했는지를 깨달으며 준우가 재희에게 있어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재희에게 있어 절대적인 대상이었던 준우. 그런 재희의 믿음을 이용해 손을 뻗는 그를 보았을 때, 그랬놓곤 선을 그으며 그 이상 들어오지 않길 바라는 그를 보았을 때는 준우가 정말 야속하고 미웠다. 물론 그의 상처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뜨겁게 사랑했던 여자 지연과 결혼을 하고 나서 지연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일했던 것이 오히려 불행한 결과를 낳고 그렇게 지연을 떠나 보낸 후, 그에게 있어 사랑은 겁이 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또 다시 지연처럼 상처 줄까봐 두려워 하며 부담없는 인연만을 맺던 그가 처음으로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재희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을 생각하노라면 그에게 있어 재희 또한 아주 절대적인 존재였던 것 같다. 비록 준우는 깨닫지 못했지만. 선을 긋고 또 긋는 그를 보면서 재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준우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더 이상은 안돼. 지연처럼 재희에게도 상처를 줄 순 없어."라고 하듯이. 오히려 그것이 재희에게 상처가 되는 지는 모르고 말이다. 재희를 잃고 나서 뒤늦게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 보곤 재희없이 살 순 없다는 것을 깨닫는 준우를 보면서 이기적이었던 준우가 괘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돌고 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이 결국은 이루어져서. 재희가 그렇게 바라고 바랐던 가족을 갖게 되어서, 사랑을 두려워 했던 준우가 더이상은 두려워 하지 않을 것 같아서...어느 새 두 사람이 가지고 있던 상처가 아물고, 행복할 일만 남은 것이 눈에 선했기에.

 참 힘들었던 여행이, 수없이 달리다 쉬기를 반복하며 숨을 고르던 달리기가 어느 새 피니시 라인에 도달하면서 느끼는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힘겹게 이루어진 것인만큼 그 행복감도 성취감도 몇 배나 되는 것 같았다. 힘든 항해였지만 결코 힘들었다 할 수 없는 것은 재희와 준우가 남긴 따뜻함때문이다.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아 있을 이 따뜻함을 생각하노라면, 오랜만에 값진 사랑이야기 하나를 기억 속에 덧 새긴 것을 생각하노라면 전혀 아깝지 않고 힘들지도 않다.

 정말 또 하나의 행운을, 걸작을 찾아낸 기분이다. 아마도, 내가 이렇게 몰입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감정선 하나 하나를 아주 세심하게 표현한 작가의 필력 덕분이지 않나 싶다. 그저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그들이 느꼈을 감정들을 오롯이 전해준 작가 덕분에 그 감동이 배가 되었던 것 같다. 임신 중이었음에도 힘든 원고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서는 훌륭한 결과물을 창조해 낸 김언희 작가. 아마도 이 분의 이름과 작품들은 언제까지나 내 기억속에 남을 듯 싶다. 그와 더불어 그녀가 앞으로 들려 줄 이야기들 또한 아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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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8 0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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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8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8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왕세종을 만든 사람들
박영희.이소형.정은혜 지음, 김부일 그림 / 웅진씽크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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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학식과 어진 성품을 지닌 임금 세종과 각 분양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그의 신하들!
동방의 작은 나라 조선을 강한 나라로 만든 그들의 이야기.


조선의 역대 왕들 중 가장 칭송 받고 인정 받았던 왕은 뭐니뭐니해도 세종대왕일 것이다.
백성과 신하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왕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지혜로운 지도자!
백성 위에 군림하는 왕이 아닌,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던 왕이었던 세종대왕, 오늘 날 그가 이룬 업적과 성과들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을 더욱 값지고 편리하게 하고 있음을 모두가 잘 알고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발명이라고 할 수 있을, 백성들이 보다 쉽게 글을 쓰고 읽을 수 있을, 우리 고유의 언어 ’한글’ 훈민정음 창제를 비롯해, 측우기, 해시계, 혼천의 등 백성들의 편리를 목적으로 한 그의 업적 뒤에는 세종대왕을 보다 잘 보필하며, 그의 뜻을 펼쳤던 뛰어난 신하들이 있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도왔던 집현전 학자들, 나라의 국방을 위해 애썼던 무관들, 백성들의 보다 편리한 삶을 위해 과학과 문화분야에서 기량을 빛냈던 인재들을 비롯해 넓은 식견과 견문은 물론, ’청백리’라고 불리며 검소한 생활을 했던 정치분야의 인재들!

 
이 책은 그 동안 리더인 세종대왕아래 간과했던, 오늘날의 세종대왕을 있게 한, 스무명의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세종대왕의 신하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의 아버지를 비롯해 스승과 형 등 여러 방면에서 세종대왕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그를 도왔던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선조들 중에 뛰어난 사람들이 아주 많았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며 존경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한 사람이 성장, 성숙하는 면에 있어서도 그리고 그 인물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주위 사람들 중 특히, 가족일 것이다. 세종대왕 또한 그의 아버지인 태종과 형인 양녕대군, 그리고 세종대왕의 정실, 소헌왕후, 그의 스승 이수의 이야기는 세종의 인품이 태생적인 것도 있지만, 후천적인 영향 또한 지대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권력을 위해 형제도 무참히 죽인 냉혹한 임금이었지만, 강력한 개혁정치로 조선의 기틀을 마련, 세종이 보다 조선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었던, 겉으로는 자식들 또한 엄히 다스리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아버지 태종, 공부보다는 사냥을 좋아하는 등 풍류를 즐기길 좋아했던, 궁이라는 곳에 가둬두기에는 너무나 자유로웠던 왕자,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아주 깊었던 양녕대군, 역시 내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랑과 헌신으로 세종을 내조한 어질고 따뜻한 만인의 어머니 소헌왕후,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백성을 긍휼히 하는 마음을 키워줬던 깐깐한 스승 이수 등 이런 훌륭한 주위 사람들이 있었기에, 세종대왕이 곧은 심성과 인품으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쳤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처음에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봤지만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통했던,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아 한 명재상 황희를 비롯해, 부드러운 정치로 세종을 도왔던 맹사성, 대마도를 정벌해 남쪽 바다를 지킨 이종무, 두만강의 여진족을 몰아낸 호랑이 장군 김종서, 4군을 설치해 북쪽 국경을 지킨 최윤덕 등 세종대왕을 나라 안팎에서 지킨 이들의 삶 또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되돌아 볼 수 있었고, 다시 한번 그들의 훌륭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변계량과 훈민정음을 완성한 정인지, 태평 시대를 이끈 외교 천재 신숙주 등 집현전 인재들도 만나 볼 수 있었고,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 준 만물박사 정초, 조선의 하늘을 바꾼 천문학자 이순지, 최고의 발명품을 만든 조선의 에디슨 장영실, 조선의 음악 수준을 끌어 올린 음악가 박연 등 문화과 과학 등 다방면의 분야해서 각자의 다재다능한 재주를 발휘하며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문화의 꽃을 피웠던 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세종과 가장 닮았지만 허약했던 문종, 집현전 문에 대못을 박아 버린 세조, 조선 중기의 태평 왕국을 건설한 성종, 조선 후기에 태어난 또 다른 대왕세종 정조 등 세종대왕의 뒤를 이은 왕들을 엿보면서 지금까지 세종대왕의 뜻이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이 단지 세종대왕의 힘만은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종대왕과 뜻을 같이 했던 사람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그와 반대되는 길을 걸었지만, 백성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어느 누구 못지 않았던 몇 몇 인물을 다뤘다는 점이, 그들의 있었기에 세종대왕이 더 발전하고 훌륭한 성군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방영되고 있는 사극 <대왕세종>의 내용과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 또한 정말 쏠쏠했다. 역시나, 드라마라는 극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재미를 위해 사실이 아닌, 다양한 픽션이 첨가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고, 사극을 맹목적으로 믿는 다기 보다는 그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올바른 배경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치미의 유래부터 시작해, 세종 시대의 다양한 지식과 업적을 엿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고, 짧았지만 알기 쉽게 간추려진 이야기들과 그림들을 통해 세종대왕과 그의 인재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참된 리더란 무엇인지를 보여줬던 세종대왕! 뛰어난 인재들을 발굴,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 기량을 더 이끌어냈던 왕! 그는 진정으로 인재를 찾고 키울 줄 아는 리더였다. 그와 함께 했던 훌륭하고 뛰어난 인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칭송받는, 수 많은 업적을 이룬 그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역시 왕이란, 리더란 혼자만의 능력과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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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모션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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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멍하니 카메라를 쳐다보는 한 소녀와 그녀를 카메라로 응시하는 한 소년의 그림이 그려진 수채화빛 표지처럼 사토 다카코의 <슬로모션>은 그녀 특유의 섬세함과 글을 이끌어 가는 세 인물의 독특한 캐릭터가 어우러져 물빛 머금은 수채화 한 폭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반전도 격정도 없이 잔잔히 흐르는 이야기를 따라 한 장 한 장 술술 넘기며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고 나서는 그 책을 손에 쥔 채, 오이카와가 그랬던 것처럼 한 동안 멍하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손에 쥐어진 책을 놓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깊은 사색에 빠졌다고나 할까? 15살 사춘기 소녀 가키모토 치사가 툭툭 내뱉듯 전해주는 이야기 속에서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여러 감정들이 전해져 와, 아이러니하게도 잔잔했던 책의 분위기와는 다른 격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낀 이 감정들을, 이 생각들을 어떻게 말로 풀어 나가야 할까? 나조차 내가 느낀 것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겠는데, 과연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나와 같이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그림이든 간에, 작가가 어떤 의도로 그렸던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보는 이의 마음이라고 생각된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미녀로 보이기도 하고 마녀로 보이기도 하는 그림처럼, 이 <슬로모션>이라는 수채화 또한 읽는 이마다 저마다의 감동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난 어떤 감상에 젖어들었을까?


글의 주된 화자는 열다섯 소녀 치사, 글의 주된 화제는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다리 한쪽을 절며 세상과 단절되다시피 살아가는 이복 오빠 잇페이와, 상처를 안은 채 뭐든 것을 슬로모션으로 하는 치사의 같은 반 친구 오이카와 슈코, 두 사람이다. 1인칭 관찰자 시점처럼 치사의 눈에 의해, 입에 의해 전해지는 스물두살과 열여섯살, 남과 여, 껑충이와 반토막, 균형이 전혀 안 맞는 콤비가 기적처럼 보조를 맞추며 슬로모션으로 걸어가는, 잇페이와 오이카와의 이야기는 그들의 상흔을, 그들의 외침을, 그리고 사회의 이질적인 모순을 느낄 수 있게 있게 하는 시간이었다.

치사는 불량스러웠던 오빠가 오토바이 사고 이후 세상과 단절된 채, 남의 시선은 아랑곳않고 생각없이 제 멋대로 살아가는 것만 같아 불만스럽고 한심스럽다. 거기다 그 여파가 자신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피해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오빠의 사고 이후, 수녀같은 삶을 강요하며, 구속하는 아버지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치사는 이런 삶 속에서 또래친구들과 어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수영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푼다. 겉으로는 소위 노는 무리들에 끼여 같이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레이코의 말처럼 의외로 열심이고 성실하다. 수영클럽도 부지런히 나가고 이른 통금시간도 잘 지키고! 레이코 무리와 어울리며 겉으로는 불량스러워보이려고 하지만, 성실한 그녀의 모습을 보노라면, 남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치사만의 허세는 아닐까? 치사는 인정하지 않을련지도 모르겠지만...! 오빠가 싫다, 사라지면 속 시원할 것 같다고 말하는 치사지만, 결코 그녀는 오빠를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것 같다. 오빠의 불량스러움이 싫다면서, 비슷한 스타일을 좋아하고, 은근히 오빠의 동태를 신경쓰는 것을 보면 레이코의 말처럼 브라더컴플렉스일지도...이것 또한 치사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말로는 오빠를 비난하기도 한심스러워도 하지만, 치사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빠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오빠만큼이나 신경을 쓰이게 하는 존재, 모든 행동을 느리게 하는 슬로모션 소녀 오이카와!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으며 자신만의 시계로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오이카와는 반 전체에서 은근히 소외당하는 비웃음거리이자 아웃사이더이다. 알게 모르게 신경쓰이면서도 그런 오이카와를 무시하려고 노력하던 치사는 아버지와의 트러블로 집 나간 오빠가 오이카와와 동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던 두 사람과,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중간한 자신을 느끼는 치사가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그들의 상처!


오토바이 사고 이후, 자신의 사고를 찍은 사진과 비슷한 사진들을 찍다가 어느 새 이상적인 인물을 찾아 피사체를 인물로 바꾼 잇페이. 큰 부상이 아니었음에도 재활을 게을리 해 다리 한쪽을 저는 그는 보는 것과 달리 의외로 마음이 여린 사람인 것 같다. 겉으로는 세상과 단절된 척, 자신은 아무 상관없는 척 하지만, 엄마의 정이 그리운, 간혹 갖는 생모와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픈 오이카와를 병간호할 줄 아는 자상한 사람이다. 어쩌면, 그는 다리를 전다는 것을 핑계로 세상과 단절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저는 다리로 달리다 넘어지면서 웃어댔지만, 그것은 세상을 향한, 그리고 나약한 자신을 향한 냉소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생모에게 작별을 고하고 좋아했던 오이카와를 떠나고서 성장한다. 나약했던 자신을 버리고 세상과 맞서려고 한다. 자신의 저는 다리를 고치기 위한 병원비를 모으는 것을 시작으로 세상을 향해 한 발을 내 딛는다.


'오이카와 슈코의 세계, 회전이 느린 행성, 완결된 하나의 별'
"나는 '오이카와 행성'에 불시착한 채 현지의 법칙에 따르고 있다. 모든 것이 느리고 힘을 조금밖에 쓰지 않는다."
"'오이카와 행성'은 고체의 별이 아니라 이미 뒤틀리고 찌부러진 블랙홀일지도 모른다. 갈 수는 있어도 돌아올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오이카와와 보조를 맞추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세상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았던, 치사에게는 너무나 평화롭게 느껴졌던 오이카와 슈코의 세계. 하지만 정작 슬로모션의 주인공인 오이카와에게는...

 "그래서, 그래서, 절대로 화를 내지 않기로 했어. 모든 걸 다 천천히 하기로 했어.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테크노 로봇처럼 되면 안전할거라고 생각했어."

살인죄로 수감중인 아버지의 폭력성을 닮기 싫어 모든 것을 슬로모션으로 하는 오이카와.
오이카와에게 슬로모션은 폭력적인 아버지같이 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자기 방어, 자기 억제의 방법이었다.
그런 그녀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비웃었던 친구들과 학교와, 세상과는 달리 그런 오이카와를 온전히 이해해줬던 잇페이,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오이카와뿐만 아니라 잇페이까지 이해할 수 있었던 치사.
세 사람이 그려가는 그들의 상흔, 사랑 그리고 치유...그들의 투명하고 수채화같은 청준의 한자락을 엿보면서 나 또한 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에 상처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쉬이 지나치고 잊었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게 되는 시간이었다.


'엄마는 절대로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아빠와 나를 두고 떠나지 않는다. 이혼하지 않는다. 미국에 가지 않는다.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만약 중학생인 내가 연상의 남자를 선택한다면 엄마는 나한테 매달려서라도, 반쯤 죽여서라도 붙잡아둔다. 세상에 흔한 엄마.'
'나는 엄마가 만들어준 오믈렛과 시금치 소테를 먹는다. 당연한 것처럼 먹는다. 흔해빠진 행운을 묵묵히 먹는다. 나
는 꿈속의 꿈속에서도 엄마한테 머림받는 일이 없다. 그리고 그런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빠가 있어도. 오빠는 나를 싫어한 적은 없을까? 흔해빠진 행운을 너무나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여동생을.'

 

치사는 잇페이와 오이카와와 소통하면서 자신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누렸던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엄마의 사랑, 미처 엿보지 못했던 오빠의 아픔, 오이카와의 상처...

잇페이와 오이카와의 이별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슬퍼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들을 다시 세상속으로 나오게 했고, 일어서도록 했으니깐...전학간 이후의 오이카와의 소식은 알 수 없지만, 잇페이가 재활을 시작으로 다시 일어서기를 마음먹은 것처럼 오이카와도 이겨내리라 믿는다. 치사가 예전과 같은 평범한 생활을 해가면서도 오이카와를 잊지 않는 것 처럼 오이카와도 잇페이, 치사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통해서 용기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향해 한발을 내 딛기 위해서...

치사, 잇페이, 오이카와 세 사람 모두 세상에 한발 정도를 빼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각기 다른 세 사람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서로를 상처를 어루만져줌으로써 더 이상은 세상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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