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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정원 2
이리리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역시나 이리리작가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마녀의 정원>.
<마녀의 정원>이라는 제목처럼 마녀의 마법에 홀린 듯 글 속에 빠져들어 같이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소설이었다. 무게 있는 역사물을 다뤘던 전작들과는 달리, 현대를 배경으로 했던 이번 소설은 마냥 행복에 젖어 읽을 수 있었던 유쾌한 소설이었다. 로맨스소설에서는 다소 생소한 마법이라는 소재와 더불어 홍차의 매력를 다뤘던 이번 소설은 나를 아주 흥미진진한 세계로 인도했다. 어릴 적 읽었던 순정만화 <홍차왕자>의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 사랑이라는 감정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쇠로 일관하며 쉬이 지나쳤던 삶에 대한 단상을 느끼게 했다고나 할까! 세리와 수현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 속에 불어 넣은 이리리작가의 마법을 통해 한장 한장 음미하면 읽었던 것이 어느 새 두번째 책장을 덮었을 때는 '벌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얼굴 가득 미소를 안고 편안히 읽었던 이 소설은 나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사해준 책이었다.
책 제목과 같은 '마녀의 정원'이라는 홍차 전문점을 운영하는 세리. 그녀의 정체는 마녀이다. 21세기 현대에 웬 마녀?라고 하겠지만, 이 <마녀의 정원>에서만은 '세리'라는 마녀가 존재한다. 평범한 인간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이용당하고 상처받은, 그럼에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인간들을 사랑하며 인간들과 동화되어 살아가고자 하는...그런 마녀의 사랑을 받고, 그런 마녀를 사랑하게 되는 남자 수현.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 온 미래가 창창한 바른 남자. 집안의 유일한 골칫덩이인 막내 여동생의 뒷치닥거리를 하다가 어느 새 닿은 두 사람의 인연은 보고만 있어도 따스한 미소처럼 스며들어 사랑이 되었다.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사랑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따스함과 행복을 선사한 명화였고, 두 사람이 들려준 사랑과 인간, 삶에 대한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진실함과 희망과 사랑을 심어주는 명곡이었다. 사랑, 누군가에는 가장 행복하고 가슴 따뜻한 말, 누군가에는 가슴 시림 혹은 아련함를 떠올리게 하는 말일지라도 그 심연에 자리한 그 뜻은 누구에게난 가치있는 단어. 우리에게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이야기에서도 절대 빠질 수 없는 말인만큼, 여러 많은 소설들 속에서 다양한 사랑을 만났다. <마녀의 정원>을 통해 느낀 사랑은 글쎄, 한마디로 무지개색이었다고나 할까! 밝은면서도 가볍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와 색깔을 담은 소설이었기에 글 속 곳곳에서 여러 색들을 접하고 느낄 수 있었다.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환상 속의 인물인 마녀의 일상과 고뇌를 엿볼 수도 있었고, 나에게 로망을 심어준 홍차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J여사의 마법 비망록을 통해서는 비록 우리는 그 존재를 모르지만 진정으로 어느 곳엔가 마녀가 존재할 것 같다는 믿음 내지 상상력을 불어 넣어 줬고, S양의 비밀홍차 블로그는 홍차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하며 소설의 묘미로 다가왔다. 이 모든 것이 글을 읽는 데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독자에 대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혹자들은 오히려 글의 흐름을 흐트렸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글에 더 흥미를 느끼며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암기력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처럼 혹은 신기에 가까운 암산실력을 가진 이들처럼 그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 아니 재능 혹은 개성을 가졌을 뿐인데 인간들에게 소외 당하고 자신들을 숨기며 지냈을 마녀들의 삶과 아픔을 엿보면서 마녀라는 하나의 존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믿기 싫어서 혹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상처를 주었던 적은 없는지를 되돌아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고 살아 가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와 상충하기도 하고 꺼려하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친밀한 사람들끼리는 하나의 공통점 아래 울타리를 만들고 타인을 배척하기도 하고...나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지 말고 포용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종종 그것을 잊고 한다. 이 소설은 그런 면에 있어서 나에게 자극제가 되었다. 보지 않았다고 해서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말기, 허황되어 보인다고 해서 없다고 확신하지 말기, 나와 다르다고 해서 평행선으로 달리지 않기, 나와 달라도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기!
로맨스소설의 새로운 이면을 본 기분이다. 솔직히 역사물만을 다뤘던 이리리작가였기에 현대물은 역사물과 다르게 깊이가 없지는 않을까, 괜히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우를 하기도 하고, 워낙 필력이 있는 작가이기에 분명 좋은 글일거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책을 덮으면서도 느꼈던 감상은 역시 괜한 기우, 당연한 기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었던 만족스런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