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것들. 진심으로 그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일까요? 이젠 우리 조금만 더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합시다. 불편한 진실이란 이 익숙한 단어 속에 진실이란,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것만이 아니라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포장하는 것’도 같이 들어가 있음을.우리는 증오하기 위해 증오를 한다. 그놈의 감정에 눈이 멀어 이성적인 사고방식은 정의로워 ‘보이는’ 최악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자기비판과 자기 의심은 어디로 가고 자신이 진리인 양 소속감에 도취되어 내편 네 편으로 나누어 비아냥거리기만 바쁘다. 마녀사냥은 이름만 바뀌었지, 없어질 수가 없다.우린 세상이 망하길 기다리고 있다. 온갖 사건 사고 뉴스들에 무슨 인생을 건 것처럼 우린 안줏거리가 필요하고 희생양을 찾아다닌다. 타인의 고통은 우리에게 위안과 안도감을 선사한다. 이어 자신의 비리는 선하고 작고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를 보고 있자니 토악질이 이어지고 분노만 차오른다. 속은 속물인데 끝까지 숨겨야 한다. 근데 숨겨질까? 자신도 모르게 속물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인정하고 조금은 당당하게 솔직하게 스탠스를 잡아보아라. 이건 나한테도 하는 소리다. 허무주의에 허우적거리지 않길 나한테 바란다.다름을 인정하고 좀 더 실용적인 입장에서 회의를 품고 살자. 어용 지식인들 싸다구 날려버리자. 수긍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더라도 이렇게 진솔하게 다가오는 책은 오래간만이다.——진실로 인간은 자유가 아니라 지배와 속박을 그리워한다. -53p그들이 외쳤던 아름다운 권리나 진보라는 것도 그 속내는 권력의 문제였다. -194p비판 없이 무조건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이 지식의 주체인 듯 착각하는 것이다(그렇게 지식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195p
나는 극 방어형인 것 같은데, 왜 공격형의 단점도 가지고 있나? 이것도 방어형의 특징인가. 공격형이 좋다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조금 실망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되나. 인정 욕구에 매몰되어 가지 말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된다는데,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건가. 고통과 절망에 대항하는 이야기들은 많지만 트라우마에 대항할 용기는 어디서 얻어야 되는지 알려주는 책은 아주 드물다. 그게 불만이다. 결국 실행의 문제다.——불확실성에 특별히 끌리는 사람은 없다. -54p
—은색과 철색은색과 철색은 달라. 느낌과 질감이 달라. 철은 딱딱한데, 은색은 깨끗하고 철색은 조금 더러운 거야. 그러니깐 느낌이 다르지. 금색이랑 노란색이랑 다른 거랑 비슷해. 그리고 살구색이랑도 연한 핑크색이랑도 완전히 달라. 핑크색은 물렁하고 살구색은 조금 부드러워.—거짓말 같은 이야기방치는 나쁜 거야. 학센은 아빠가 좋아하는 독일 족발이야. 그리고 안경에 눈이 달려서 안경이 폭발해서 아빠 족발이 됐데요.—곱슬머리 펴는 법나도 머리가 철 수세미 같은 곳이 있어. 머리가 짧은 쪽에 있어. 친구를 나쁜 별명으로 놀리는 건 나빠. 다들 모습이 다 다른 거야.—같은데 다른 것.할머니가 독일 사람인데, 독일에 디즈니 성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 우리는 홍콩 디즈니랜드 갔었잖아. 놀이 기구 완전 재미있었잖아. 배 탔을 때 가짜 용암은 조금 무서웠어. 가짜 화산도 있었어. 또 가고 싶어. 무서운 것도 좋아하는데 매운 것도 좋아.—수상한 모자들엥 모자가 수상하다고? 모자 썼는데 이쁘다. 곱슬곱슬해도 이뻐. 괴물 중에 메두사가 제일 좋아. 왜냐하면 엄청 무서워서. 머리가 뱀이라서 좋고, 눈이 다 빨개. 업그레이드되면 눈에서 피가 나와. 입에서도 레이저가 나와.—엉킴털 증후군모낭에 문제가 조금 있으면 머리털이 빠질 수도 있어. 핼러윈에 나는 뱀파이어 복장이 있지만, 초롱 귀신 분장을 하고 싶어. 초롱 귀신을 순간이동하면서 가까이 와서 물어. 카봇에서 본 거야. 손톱이 길어. 그래서 초롱 귀신 복장을 입고 싶어.—모윤서 매직철 수세미로 자기를 꾸민 용기가 멋져. 나는 행동이 느려서 빨리 뛰어가야 돼. 그래서 나는 치타.
컬러가 무엇이냐고? 이 황당한 질문에 조금 당황스럽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답이 없어서 그렇다. 파장인 건 알겠는데 아직까지 그게 어떤 방식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지 몰랐다. 우린 이렇게 뻔뻔하게 당연한 이야기의 속사정을 모르고 살아간다.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머리가 찌릿하고, 색을 어떻게 볼까에서 나의 무지를 다시 깨닫는다. 이 후 색깔 별로 문화 예술 과학 이야기 에피소드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뇌 속의 지식으로 자리 잡는다. 성인 학생 어린이 할 것 없이, 유니버셜 디자인된 유익한 책이다.
하루하루 사선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야생 동물들에게서 배울 것이 없다면, 참 우울한 세상일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들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직접 그 생존의 현장을 누비면서 몸소 느끼는 지혜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살면서 느낀 점 중 가장 중요한 진리는, 당연한 소리도 본인이 진짜 와닿아야 내 것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서는 그 덩어리를 대리 체험하게 도와주는 가장 저렴하고 유익한 매체이다.——간절함이 있어야 포기하고 싶은 온갖 유혹을 물리칠 수 있다. -8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