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
브뤼노 라투르.니콜라 트뤼옹 지음, 이세진 옮김, 배세진 감수 / 복복서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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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생각나는 질문, 대의를 위해 감당해야 될 것들은 어디까지 용인되어야 하나?

철학 참 어렵다. 초반부는 단어가 너무 고차원적이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같은데, 정치생태학이란 게 무슨 뜻이고 세계의 인류학이 먼 소리인지 무지해 너무 답답하다. 단어 하나가 품고 있는 거대하고 굉장히 함축적인 결과의 의미로 본다면 철학은 거대한 담론을 단어들에 담어 내놓는 액기스와 같다. 하나의 시처럼 고도의 이해력이 요구된다. 반대로 말한다면 일반인 친화적이지 못하는 이야기다.

이분 말대로 초연결 사회에서 정치 경제 환경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말은 지극히 상식이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예를 들면, 미국의 GDP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을 예전 일본처럼 찍어누르겠다는 패권 경쟁, 거장 큰 소비시장을 가진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면서, 달러를 찍어내고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기축통화국의 위기를 돌파해 내려는 발악에 가까워 보인다. 각자도생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을 해줬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사회주의가 나쁜 것이 아니지만 그걸 교묘하게 권력으로 악용하는 계층이 문제인 것처럼, 동일하게 생태주의니 기후 위기를 외치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좋은 뜻이 희석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이 책의 문제처럼 일반인 친화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계속 가이아와 생태를 거론하면서 지구의 시간은 고려하지 않고 인간의 시간으로만 보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불만이다. 어떤 확신을 가진다면, 틀릴 수도 있다는 것도 동시에 인정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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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도 자기가 속한 세계와 거리를 두고 있는 주체가 있다고 말할 수 없어요. -46p

이 세계를 인식할 수단을 확보하고 싶다면 이 세계를 기술할 장치부터 갖춰야 합니다. -77p

정치를 구할 수 있을까요? -115p

사실들은 희박하고, 과학적 발견은 정말 희소하지요. -130p

철학은 필연적으로 암중모색입니다. -17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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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정보라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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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덜 알려진 sf 작가인데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봅니다. 특히 솔라리스는 철학서에 가까운 심호한 매력이 있는데, 장르적 긴장감도 뛰어난 걸작입니다. 이번에 출간되는 책도 정말 기대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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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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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공포 그늘 밑에 움직이는 자본. 공포는 진심으로 돈(비즈니스)이 된다.

지구를 위한다는 거짓말(스티브 E. 쿠닌)을 이은 환경 착각 시리즈. 목차들과 소제목들만 봐도 이미 반은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

나만 빼고 다 미쳤다면, 나만 미친 거랑 무엇이 다를까? 이렇게 우린 거짓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이비 전문가들과 무뇌한 셀럽들, 클릭 수에 목숨 건 언론, 표팔이 정치인들의 달콤한 선동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시대.

단지 환경 문제만이 아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은 대중들의 진실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있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도 같은 맥락이다. 여론의 대세를 거스르는 소수의 진실한 의견에 혐오와 분노를 내세워 입을 막아버리는 작태. 거짓에다가 종교화된 정치 이데올로기를 더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민중들을 모아 진실을 살짝 재가공해 찍어내 소위 전문가 몇 명과 인플루언서 양념 뿌려 거짓 출처까지 태그를 달면, 완벽한 선동 뉴스가 탄생한다.

우리의 뇌는 그것을 꾸역꾸역 맛있게 먹으면서 점점 중독되고, 결국엔 뇌가 썩어가고 비판적 사고의 기능이 사라져버린다. 진실보다 이념이 더 우선인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이 책처럼 사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분석해 보고, 감정에만 충실하지 말고 이성적인 양심을 탑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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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는 비닐봉투를 금지했고 그 결과 종이봉투와 두툼한 가방인 '에코백'의 사용이 늘어났다. 문제는 이런 제품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비닐봉투보다 더 많다는 데 있다. -140p

고릴라와 다른 야생 동물들을 진정 위협하는 건 석유 회사나 경제 성장이 아니다. 2014년 12월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가난하기 때문에 나무를 연료로 쓰는 것이 진정한 문제였다. -158p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값싼 전기와 LPG를 공급하기 위해 ••• 콩고는 치안과 평화 그리고 무엇보다 산업화를 이루어야 한다. 수많은 나라가 과거에 그런 방식으로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88p

/산업화와 농업 생산성 향상이 숲을 회복시킨다/ -198p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 뉴욕의 모습은 어땠을까. ••• 거리는 온통 말의 통과 오줌으로 뒤덮여 있었고, 자연스럽게 파리 모기가 꼬였으며, 질병이 창궐했다. 내연 기관을 장착한 차량이 등장하면서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은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게 되었고 오염 물질 배출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218p

그린피스나 멸종저항의 주장은 틀렸다. 가난한 나라에 에너지 밀도 높은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숲을 위협하지 않는다. 공장이 떠나 버릴 때 숲은 진짜 위기에 빠진다. -220p

진화는 새로운 생물종이 기존의 종을 대체하는 과정이다. -243p

/계층과 정치에 좌우되는 에너지 전환/ -258p

태양방 및 풍력과 달리 원자력은 전기뿐 아니라 열도 공급할 수 있다. 탄소 배출 제로 에너지 가운데 풍부하고, 지속적이며, 저렴한 열 공급원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원자력뿐이다. -316p

산업혁명은 석탄의 에너지 밀도가 나무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능했다. 같은 원리로 에너지 밀도가 훨씬 낮은 태양광과 풍력으로는 오늘날의 고에너지 도시 산업 사회와 문명을 지탱할 수 없다. -385p

바이오 연료는 에너지 효율이 낮다. 그래서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땅이 필요하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388p

지역 환경 운동가 리사 리노스는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야생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보면 미국에서 가장 큰 환경 단체들과 대립하는 일이 적잖이 벌어졌던 것이다. -394p

/이해관계로 얽힌 환경 단체의 민낯/
매키번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 운동가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그는 버몬트주의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옹호한 인물이다. 그 결과 버몬트주는 탄소 배출량을 25퍼센트 줄이는 대신 도리어 16퍼센트 늘리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410p

앞서 톰 스타이어나 마이클 블룸버그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이타적으로 보이는 환경 자선 사업가가 지지하는 일에는 이익에 대한 추구가 종종 숨어 있다. -437p

2019년 8월 툰베리는 유럽에서 뉴욕까지 배를 타고 갔다. 탄소 배출 없는 삶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툰베리가 신재생 에너지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일은 비행기보다 4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항해에는 배를 몰 사람들이 필요했고 그 사람들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447p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기후 활동가들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인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공격한다. 그래야 자신들의 환경 종말론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80p

위선이란 궁극적인 권력 과시 행위 중 하나다. -489p

/환경주의는 어떻게 종교가 되었나/ -520p

이런 현상을 처음 접하고 15년쯤 공부하고 나자 나는 세속적인 사람들이 왜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끌리는지 알게 되었다.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유대교-기독교 또는 다른 종교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은 심리적이고 영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었다. -522p

그래서 나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 멸종 등을 둘러싼 분노와 공포 조장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환경 운동이 키우고 있는 슬픔과 고독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환경 운동의 많은 부분은 잘못되었다. 해소할 길 없는 불안을 퍼뜨리고,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념을 유포하며, 실재하는 증거를 호도하거나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5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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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모든 좀비는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10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조호근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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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SF 소설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지식과 혜안을 가져야 될까. 회의주의자가 되어보자.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이야기꾼으로서 극 초반부 인물 소개 묘사와 전개는 정말 탁월하다. 배경이 어떻든 결국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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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 The Bulletin Board (1951)

인터넷 기술이 개발이 되기 전에 쓰인 이 짧은 소설은, 마치 오늘날 SNS 시대를 예견한 듯한 모양새다. 현재 우리는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몇 초 만에 알 수 있지만 그럴수록 물리적인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가며 외로워진다. 오프라인이 익명의 온라인으로 바뀌어도 인간의 본성은 불변이다.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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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의 해 / The Year of the Jackpot (1952)

완벽한 로맨틱 미스터리 아포칼립스.
음모론과 통계의 마력을 느껴보자. 나의 머릿속은 자유의지보단 운명론으로 점점 옮겨가는 것 같다. 한 개인으로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틀려 보이겠지만, 종으로써 봤을 땐 법칙과 그래프에 묶여있는 신세다. 요즘 계속 떠들고 있는 기후 위기도 비슷하다. 단지 인간의 시간으로만 성급하게 보는 것이 아닐까? 그런 좁은 시야에 빠져 우주적 시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구에서 생겨난 사건들은 지구적으로 보아야 한다. 10/10

원자폭탄 속의 모든 중성자도 똑같은 기분이겠지요. -50p
나쁜 소식은 절대 전해주지 않을 겁니다. -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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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나이트메어 / Project Nightmare (1953)

막강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지구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진행형으로 마무리하는 걸 보면, 독자들에게 이런 막강한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지 되묻는다. 긍정적인 분위기이지만 이 긴박한 냉전 이야기를 읽으며 드는 감정은, 그냥 소름이 끼친다. 현실에선 이 사람들은 특수 시설에 감금되며 사고도 못하게 약물에 정신을 구속당할 것이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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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공수 / Sky Lift (1953)

우린 시작과 결말만 원한다. 수많은 일들엔 그 책임을 지기 위한 고통의 과정이 있는데, 아무도 그 과정엔 관심이 없다. 대의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의 희생이 정당화가 될 것인가. 철저하게 합리적인 계산으로 거치대라도 어떤 문제가 없을까. 차라리 그냥 판사를 AI로 대체하자는 소리가 있던데 그래도 상관없을까?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이 심각하고 코믹한 리얼 우주 실험 소동극은 꽤 심오한 질문을 던져준다.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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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초급 스카우트 / A Tenderfoot in Space (1958)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맞서 융화하고 대항하는 낙관적인 모습에 큰 공감을 일으킨다. 흔한 빌런 따윈 없다. 순수한 사랑과 우정을 통해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전부다. 선의는 선의로 돌아온다. 8/10

저마다 나름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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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결함: 한 사이보그의 메모 / Field Defects: Nemo From a Cyborg (1975)

이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AI 로봇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환갑에 다다른 우울증 걸린 염세주의 아저씨가 떠드는 듯하다. 우리는 진정한 AI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순종하는 가짜 로봇을 원하는 게 아닌가라고 우스꽝스럽게 물어본다.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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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모든 좀비는… / "All Vou Zombies—" (1959)

그대로 두 번을 꼼꼼하게 완독하고 이해가 되었다. 내가 알던 그 영화의 원작(스포라 제목은 생략)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휠씬 더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운명에 갇힌 자유의지는 영원한 구원일까 저주일까. 자기 자신에게 쓸모 있음을 평생 동안 증명하려는 이렇게 외로운 자가 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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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팔러 다니는 남자 / The Man Who Traveled in Elephants (1948)

문체에서 몽환적이고 현실적인 연민과 사랑이 느껴진다. 추억이 현실과 결합되고 평생을 떠나다니는 꿈의 주마등처럼 뒤엉킨 세상은, 우리 인생의 종착점이며 그것은 행운이다. 우린 추억을 먹고 산다. 인생은 하나의 꿈이라고 하지 않는가.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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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 펼치는 순간 단숨에 6,000년 역사가 읽히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임소미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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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고 지정학적 구도와 명분들이 뒤엉켜 돌아가는 역사를 들여다보면, 점점 눈이 넓어진다. 이념적 좀비들을 양산해 내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보면 미래가 참 어두워 보인다. 제발 어디 가서 그놈의 나라 걱정한다고 떠들지 마시길. 걱정하는 게 아니라 걱정하고 싶은 척하고 반대편 까내리고 싶은 거 아닌가. 나라를 걱정한다면 육아를 해야 된다고 떠들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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