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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평점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 THE BEST SHORT STORIES OF EDGAR ALLAN P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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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편지 / The Purloined Letter (1844)
처음 읽었을 땐, 번뜩이는 추리소설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언어유희 문제작, 유레카와 궤를 같이한다. 단어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은 그 이야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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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의 남자 / The Man of the Crowd (1840)
그 남자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관찰되어야 살아 있는 입자 같은 존재다. 제발 날 좀 봐주세요라는 관심 구걸 시대에 주목받길 원하는 모든 존재들은 타인이 정의하는 삶에 중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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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셔가의 몰락 / The Fall of the House of Usher (1839)
병적 지대 저주받은 피 중금속 중독. 온갖 그로테스크 재료들을 돌돌 말아 칼같이 썬 피로 쓰인 단말마. 이보다 더 음울한 맛을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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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 The Black Cat (1843)
사이코패스 분노조절장애를 그깟 술로 퉁치는 그 뻔뻔함도 오싹한 전개만큼 대단하다. 화자는 술에 기댄 게 아니라 연쇄살인마로 착실히 성장을 했었던 거다. 악의 화신에 대한 심리적 묘사가 가히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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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하는 심장 / The Tell-Tale Heart (1843)
그 당시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을 묘사하는 포의 정신분석학적 언어는 정말 독보적이다. 공포 소설이 아니라 심리 스릴러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지나쳐간다. 한 시간 동안 머리를 집어넣었다는 그 장면이 제일 소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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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게이아 / Ligeia (1838)
포의 일인칭 시점의 심리 묘사는 이성적으로 볼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극도의 불안을 표현하는 그의 방식은 한 남자 본인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쏙 빼버리고, 누구나 저지르는 합리화를 계속 시도한다. 표현되지 않은 내용들은 휠씬 끔찍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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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니스 / Berenice (1835)
질병은 고통이고 죽음이며 절망이다. 타이레놀을 비타민 먹듯이 즐겨대는 21세기 문명 시대에선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죽음보다 더한 질병에 대한 병적인 두려움에 대한 그 당시 시대상을 절묘하게 포착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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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한 상자 / The Oblong Box (1844)
기괴한 스토리에 나올 것 같은 에피소드. 전체를 다 추론하지 못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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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매장 / The Premature Burial (1844)
생매장을 (아주 약간) 대리 체험을 한다면, 처음 느낀 가위눌림과 수면 무호흡증을 동시에 자각하는 정도의 공포심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될까. 현대 의학에 이르기 전 아주 먼 옛날엔, 사망 확인이 제대로 안되어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 공포심을 글로 옮기는 이 양반도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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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티야도 술통 / The Cask of Amontillado (1846)
참 무서운 건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로 존재했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억울하게 묻혀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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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충 / The Gold-Bug (1843)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말이 되는 이야기로 만드는 추리소설. 여러 장르를 믹스하는 능력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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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바로 범인이다 / Thou Art the Man (1844)
선민사상에 가식적인 인간들 역겨운 건 역겹게 동감. 읽을 때마다 미스터리 소설의 선구자라는 별명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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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그가 살인 사건 / The Murders in the Rue Morgue (1841)
신비주의 포아로님보다 너무나 친절한 뒤팽씨가 묵직한 맛은 적지만, 그 특유의 스웟함으로 매끈하게 마무리한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끝까지 집중해서 봐야 되는 이런 추리 소설보단, 어차피 단어 하나하나 다 이해 못 하는 거 적당한 집중력만 요하는 작품들이 더 편한 게 사실이다. (해설까지 복잡하다)
실제로 책이 그의 유일한 사치품이었는데, 파리에서 책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28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