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 도와줄거나?""그것도 사양하겠습니다.""감정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닐세.""비룡당에도 솜씨 좋은 장궤가 있습니다."
"일에는 순서가 있음을 몰랐더냐?""알고 있었습니다.""한데 어찌하여 그랬느냐?""첫 번째는 한시가 급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모든 게 추측에 불과했던 터라 혹여라도 혼선을 줄까 봐 함부로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보여 드리겠습니다.""아니, 왜?"
"지금 여기서요?""무슨 문제라도 있나?""사람들이 너무 많잖습니까.""그러니까 하는 말일세. 이 많은 사람이 설마 자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려고 식전 댓바람부터 이렇게 나와 기다렸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소자가 잘못했습니다."이종산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이나 뚫어지게 나를 노려보았다.그러다 이내 가슴 속에서부터 길어 올린 것이 분명한 한 마디를 툭 꺼내 놓았다."잘했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