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시카고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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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시카고

 

책을 읽으면서 여느때와 달리 저자의 사진과 이력을 몇번이나 들춰봤다. 정말

앳되보이는 모습, 곱게 자란 것 같은 단아한 저자가 이 이야기를 썻다고?

못믿겠네....!

혼자 고개 가로저으며 읽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동두천 기지촌. 

해목은 배경은 아직도 그곳이 존재할까 하는 괴리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

사실 몰입이 쉽지 않았다.

모르지만 너무 익숙한 그곳이야기는 뻔한 이야기라는 착각 때문에 식상함을 던져주었고 그 때문에 빠르게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읽게 한 큰 원동력은 솔직히 작가때문이였다.

생전 겪어 보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신기해서 그 사람을 쳐다보는 것 같은 마음이였다.   

 

 리틀시카고는 동두촌 기지촌에서 실제로 불리는 이름이라고 한다. 그녀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 실제 늘 가던 레스토랑에서 관찰도 하고 직접 일도 했다고 한다.

 

'리틀시카고'는 미군들이 지었는데 마피아와 갱단이 활약하던 범죄의 도시 시카고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선희는 17살. 아버지는 미군들을 상대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을 한다. 엄마는 선희를 낳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희에게는 미군에서 제대하고 클럽에서 디제이로 일하는 토니아저씨의 아들 미카라는 친구가 있다.

버려진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존 목사님이 있고 이 골목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텃밭을 일구고 장미를 키우며 선희에게 엄마같은 따뜻함을 주고 선희 아버지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다. 알로하클럽 아줌마와 정신이 온전치 못한 그녀의 딸 세라, 늘 아웅다웅 다투지만 미운정을 담뿍 나누는 양복점 할아버지와, 살아았는 혼혈아인 악기점 잭슨 할아버지. 우리딸들을 대신하는 수많은 외국여성들이 나오고 선희에게 엄마의 진실을 알려주는 줄리아줌마가 등장한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 모두들 아픔이 있고 사연을 갖고 있다. 해가 뜨면 일을 하고 해가지면 잠을 자듯 미군 해바라기를 하는 그들은 미군부대 이주로 불꺼진 조용한 도시가 되어버린다. 떠나는 자들은 새삶을 꿈꾸며 떠나지만 남은 사람들은 옛날을 추억하며 어두운 그림자를 잡고 산다.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지만 표지가 주는 느낌처럼 밝고 가볍게 느껴진다. 그것은 선희의 시선으로 모든것이 투과되면서 한층 밝아지고 순수하게 여과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기적이 없으니까 쓸데없는 짓처럼 보이던 선희의 장미 심기 작전은 반전의 반전이였다.

선희에게는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어리지만 솔직하고 너무 예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선희를 보면서 나의 10대를 떠올려보고 내 딸의 10대를 상상해본다.

 

책이야기보다 저자의 이야기가 더 강하게 남아있는 책으로 기억될 거 같다.

내게 정한아라는 작가를 각인시켜주는 책이였다.

 

다음에 그녀의 책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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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떠난 골목을 기둥처럼 지키고 있는 선희네.

얼마 전 어릴적 내가 살던 고향을 갔는데 모든게 사라지고 없는 가운데 딱하나 작은 골목이 있었다. 그곳이 사라지고 나면 내겐 그저 낯선 도시가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구절은 내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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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가 떠난 뒤 그곳을 지키고 있는 선희.

선희를 대할 때마다 나보다 더 큰 어른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던져주는 선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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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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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짝이는 빛, 어둠을 비춰주는 빛... 나도 글을 써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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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이 듣던 표현이다. 그러면서도 새삼스럽게 진하게 다가오는 표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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