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좁은 아빠 푸른숲 어린이 문학 23
김남중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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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좁은 아빠? 읽기 시작하면서 왜 무엇 때문에 속 좁은 아빠라는 제목이 됬을까 궁금해하며 읽었는데 그 비밀은 후반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책받고 오늘에서야 다 읽었다.
그동안 우리딸이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서 차례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걸렸다.
다 읽고 나서 9살짜기 우리딸이 제대로 무엇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해진다.
너무 재밌다고 읽고 또 읽던 녀석이 새삼 대견하다.

읽어보니 글쓴이는 독자의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이끌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술많이 먹은 아빠가 암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가족들이 슬퍼하고 치료해 가는 이야기로 썻다면 너무 뻔한 스토리라서 지루하고 조금 슬픈 이야기쯤이 아니엿을까 싶다.
이야기는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술주정뱅이 아빠. 술마시면 아파트 슈퍼에서 행패. 그럴때마다 능숙한 솜씨(?)로 모자를 눌러쓰고 엄마와 딸은 아빠를 연행하러 간다. 집에 와서도 한참을 실랑이.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듯 아빠는 전혀 기억을 못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따로없다. 우연히 100% 성공률 금연프로그램 소개를 받고 결심을 한다.
엄마와 딸이 드디어 술버릇 고치기 위한 비밀작전 돌입. 
먼저 건강검진을 받게하고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사실은 거짓말. 남편은 진짜 암인줄 아는거다. 그렇게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는데 그건 지방제거수술. 수술을 받고 재발 방지를 위해 다시는 술, 담배를 하지 않게 마음까지 재무장 시킨다.
이것이 각본.
하지만 각본대로 된다면 너무 시시했겠지?
가짜가 아닌 진짜 암으로 판명된다. 그때까지 엄마와 딸은 계획대로 되는 거라 철썩같이 믿고 웃음이 나오려는걸 억지로 참으며 한번 제대로 당해봐라 하는 마음이다.
그동안 가족들을 힘들게 한 댓가니까 보고 있는 독자까지 속이 후련해지고 시원해지고 통쾌하다.
그렇게 시작된 통쾌함이 갑자기 완전 리얼, 연극도 비밀작전도 아닌 진짜 암이라는 진단에 주인공들도 독자도 어안이 벙벙해진다.
아빠도 한번 당해봐라 고소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래서 없는 형편에 거금 2천만원을 들여 개과천선시키려했는데 진짜 암이라니.
암 선고를 받고 아빠는 자신이 서있을수있었던 것은 아이들과 아내라는 큰 뿌리 덕분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동안 정신 못차리고 산 세월을 한번에 다 보상이라도 해줄 듯 새롭게 변모한다.
아빠가 암진단을 받으면서 같은 병원에서 최연소 암환자 선우라는 아이를 만난다. 선우는 현주를 만나면서 환자답지 않게 당당하고 유머있고 강단있는 모습이다.  암환자 선배로서 현주아빠에게 조언도 해주고 가족들의 상처까지 닦아주는 고마운 아이다. 허락도없이 현주를 여자친구로 만드는 추진력(?)도  있는 녀석이다. 적극적이던 선우가 더이상 암재발없이 완치된 멋진 모습으로 현주 앞에 나설기로 약속하고 5년뒤의 만남을 제안한다. 그런 선우의 번호가 얼마뒤 결번으로 나온다.
현주 아빠는 정기검진에서 깨끗해진 상태로 진단을 받아 안심을 시키지만 선우의 결번은 선우의 굳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불길함을 던져준다.
누구보다 밝은 선우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은 어쩔 수 없다. 그건 암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거대한 그림자가 주는 무게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는 그림자이고 피하고 싶은 무게이기에 더욱더 5년뒤의 선우와의 재회는 간절해진다.

채널마다 돌리면 나오는 암보험 광고.
점점 종류도 다양하고 걸릴 확률도 높아지는 암.
암을 이긴 사례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 과정은 녹녹치 않다. 가지 않아도 될 길 그길이 바로 암 완치의 길이 아닐까 싶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그 고통이 너무커서 덜덜떨리는 가슴. 그 충격이 오래가면 좋으련만 떨리는 가슴을 진동에서 멜로디모드로 쉽게 바꾸듯 우린 금방 잊어버린다.
그 진동이 더 큰 진동이 되기위해 암이라는 이름으로 우릴 두렵게 하는게 아닐까 하는 싶어 너무 쉽게 변하는 우리들이 야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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