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2
임다솔 지음, 정은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외할머니와 분홍원피스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했어요.  
꽤나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누구의 가슴속에는 5. 18 민주화 운동이 우리 민주주의 여정에 큰 획이였다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누군가에겐 아직도 피를 토하는 아픈 기억이고 끝나지 않은 싸움일겁니다.   
철저히 외면당하고 봉쇄되었던 광주에서의 시민학살과 군인들의 천인무도한 총구와 군홧발에 짓밟힌 애닮픈 목숨들의 사연은 아직도 완전히 규명되지 못한채 역사의 시간속에 봉인되어 세상에 알려지기만을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드러났던 일만으로도, 사진으로도, 영상으로도 소름끼치게 두려운 이야기들. 
그 뼈아픈 이야기속에서 그 사건의 원흉이 버젓이 행세하며 편안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것 같아 더 가슴아픈 이야기 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있었다는걸 말하는것조차 부끄럽게 하는 이야기. 
그래서 다시는 이땅에서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불어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세상에 빛을 보면서 그때의 일로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이제 조금은 짐을 벗어서 가벼워지기를 바랍니다. 

주인공 나빛은 6학년.
입시지옥의 초입인 중학교 생활을 앞두고 마지막 겨울방학을 화려하게 보내기 위한 부푼 꿈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캠프에 가는것이지요. 가난한 살림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 엄마에겐 당치도 않은 이야기인줄 알지만 꼭 가리라 다짐합니다. 너무 큰걸 바라는 것도 아닌데 나빛에겐 너무 큰 꿈이였을까요? 모든건 물거품이 되고 엄마와 함께 이름조차도 희미한 외할머니댁으로 갑니다. 

엄마도 한동안 걸음을 안하던 외할머니. 치매가 심해서 더이상 혼자 두는건 무리랍니다. 
마음도 심란한데 가는길도 녹녹치 않네요. 먹기싫은 점심식당, 시장에서 뻥튀기 소리에 놀라 뒹구는 이상한 아저씨.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것 같은 허름한 외갓댁.


처량한 나빛의 마음처럼 비까지 내리네요.



외할머니는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방안에는 구린내부터 시작해서 집안은 엉망입니다.
한시도 더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내일은 기필코 서울로 갈거라 다짐합니다. 



그런데 잠결에 외할머니가 낡은 곳간으로 가시길래 무슨일인가 따라나선 발걸음은 이상한 시간으로 연결됩니다. 그건 할머니가 끈질기게 기억해내는 기억속입니다. 그 기억속에서 할머닌 딸을 잃고 평생을 찾아 헤매던  딸에게 전해주지 못한 분홍원피스가 담긴 녹색가방을 찾아 해맵니다. 

그게 어디일까 기억해내려 애씁니다. 그 기억속에서 나빛은 할머니의 아픔과 자신에게도 자랑스러워 할 만한 가족사를 찾아내고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와 외할머니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픈과거를 가진 장본인 이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할머니 기억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날의 두려움과 공포 안타까움을 경험합니다. 



늘 무뚝뚝하고 차갑기만하고 신경질적이던 엄마에게도 웃는 모습이 예쁜 어린시절이 있다는걸 처음 알게 됩니다. 엄마는 왜 외할머니를 남보듯하고 발길을 끊었는지도 이젠 이해합니다. 
엄마에게 언니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언니의 죽음으로 관심을 받지 못해 벼랑끝으로 내몰린것처럼 살아온 엄마의 아픔을 알게 됩니다. 

할머니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녹색가방을 돌려주기 위해 떠돌이 장사아저씬 31년만에 마음속 무거운 짐을 내려놓습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가방도 찾고 엄마와의 묵은 감정도 씻어내고, 자신의 핏속에 흐르는 정의감도 찾아내고 할머니의 기억도 다시 되돌려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보다 더 편한 곳으로 가십니다. 아마도 이 모든 숙제를 풀지 못해 가시지 못하고 계셧던 것처럼 홀가분하게 가셨습니다. 

명령에 의해 무참히 시민을 학살한 군인도, 그들 손에 스러져간 무고한 시민도, 가족을 잃은 슬픔에 눈물이 강이 되어 속으로 울음을 삼킨 그 모든사람이 피해자였습니다. 

그 아픈 역사를 기억해주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역사앞에 단죄를 받고자 무릎을 꿇는 그날의 장본인이 진정으로 용서를 비는 날이 꼭 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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