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짱 시리즈'로 유명하다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 세계에 드디어 입성하다.
얼핏 마스다 미리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은데, 초등학생 같은 그림을 보고는 그냥 패스해 버렸던 책.
여자로 태어난게 상당히 억울해지는 추석 연휴의 끝자락에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책을 고르니 이 책에 손이 간다.
근데 이거 은근히 재미있네...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던 마스다 미리의 네 권을 한꺼번에 다 빌려온다.
7살 여자애와 마흔이 되는게 슬픈 전업주부 엄마 그리고 가끔 조카를 돌봐주러 오는 35세 노처녀 고모.
"너에게 좋은 걸 가르쳐 줄게.
사람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잃어버린단다. 자기 자신을" (p.43)
"나는 원하는 것이 없다.
원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행복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한 사람은 나인데 이 허전한 느낌은 뭘까?" (p.57)
압권은 태양을 가전 제품의 하나로 여기는구나 하는 독백...
햇빛이 좋은 날이면 이불 널면 좋겠네, 빨래 잘 마르겠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전업주부의 이 말에 100% 공감 ㅡ.ㅡ;;
드디어 수짱이 나온다. 저 표지의 여인네가 카페에서 일하는 30대 중반 수짱.
수짱과 수짱의 친구인 사와코가 주된 인물.
독신 여성의 마음을 잘 그리고 있다.
또 수짱 이야기...이번엔 친구 마이코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더 나은 내가 되려는 수짱은 이렇게 결론내리게 된다.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간다.
합체해서 강해져 가는 나 (p.112)
숲 근처로 이사간 하야카와와 주말에 친구 집에 들리는 여행사 직원 세스코, 출판사 경리 마유미의 이야기.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초딩 같은 그림에 수필 같은 나레이션인데 이 책이 가장 수필스럽다.
정말 3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미혼 여성이든 전업주부이든 여성이라면 대폭 공감할 만화로 최고다.
그래서인가 요렇게 여성공감 시리즈로도 묶여 나온다.
잔잔하니 읽기 좋은 마스다 미리의 책. 일러스트레이터에 수필가이기도 하다니 다음엔 수필을 찾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