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김영주 글, 이우정 그림 / 파란하늘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파란하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광복 70주년 기념작, 아이들이 외치는 대한독립만세”


 

 

이번 광복 70주년 기념작이니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한번 읽어볼 수 있는 기회 주면 좋을 듯 합니다.

재미나게 책을 읽으면서  역사 공부까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네요.

 

이번 책은 우리 민족의 자랑인 3*1 만세 운동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들려줄

방법을 생각하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책을 재미나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3*1 만세 운동의 의미를 알아갈 수 있을 듯 합니다.

매 년, 3월이 되면 삼일절 행사를 접하면서 한 번쯤 다시 돌아보게 되지만, 

3.1 만세운동과 그 정신에 대해서는  일상적으로 스쳐지나가게 되는것이 사실입니다.

처음에 이 책을 만났을 때에는 어린이들에게3.1 운동 정신을 알려주기 위해서 어린이 주인공을 등장시켜 공감할 수 있도록 한 동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말에서 실제로 여러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스스로 만세운동을 했다는 게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열한 살이 된 주인공 새순이의 눈으로 만세운동, 그 날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일본의 침략으로 평화롭기만 했던 마을에는 토지조사사업 등 갑작스럽고도 억울한 일들이 이어지게되죠.

3.1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새순이 아버지와 마을의 어른들,

어른들의 걱정 때문에 비밀리에 모임을 진행해가는 학생들의 참여는 자부심을 갖게 합니다.

독립선언문은 그 당시의 언어로 실려있고 다시 한번 해석을 해주는데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뭉클함을 느끼게 되었다니다.

비폭력 평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참히 총격을 가했던 침략자들.

하지만 그 후에도 사람들은 앞산으로 피신해 밤마다 횃불을 들고  산 위에서 만세를 불렀으며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만세운동을 진행했다니 새롭게 배운 사실이지요.

부드럽고 따스하지 못했던 어머니, 쓰러져간 사람들을 보며 울먹이는 새순이에게

 '뚝그쳐!'라고 투박하게 말하고 마는 어머니의 모습.

그러나 "뚝 그쳐. 민들레는 안 죽어. 뿌리가 살았으니 내년에 다시 필 거야(138쪽)."

라는 말 속에서 강인한 믿음과 자존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을의 풍경과 사람들의 복장, 인물의 표정이 살아있는 삽화도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도록 도와주고 있네요

긴장감 넘치며 사실적인 대화체 문구들은 읽으면서 내내 시대의 아픔과 애타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느께게합니다. 

이야기를 쓰면서 많이 울었다고 하는 저자의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많이 읽어보고 그 날의 정신을 꼭 기억하고 간직했으면 합니다.

우리 역사가 강조되는 요즘에 읽어야 할 교과서 속의 내용, 문제집 속의 풀이가 아니라 내면으로 다가서는 역사의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들도 아이와 함께 읽고 마음을 나눈다면  더욱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힙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홉 살 대머리 바우솔 작은 어린이 22
서석영 지음, 박현주 그림 / 바우솔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우솔​

아홉살 대머리




제목이 참 재미있어요 ~

왜 아홉 살인데 대머리라고 하지?? 무슨 병에 걸렸나?

하며 호기심 보이며 아이랑 같이 읽어본 책이네요~



9살이라면 2학년!! 이제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즐겨야 할 시기겠지요~

하지만 이 책 주인공 경수는 아홉 살인데 그렇지 못해요~

왜 책 제목이 "아홉 살 대머리"인지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을까요??



교과연계된 내용이네요.

초등저학년에 내용이 딱 맞네요.


서석영 선생님에 머리글이 정말 와 닿아요.


 


이렇게 차례로 나누어져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경수의 엄마는 학원 광고지를 보고 갑자기 충격을 받습니다.

2학년이 된 경수에게 이제부터라도 미리미리 선행학습을 시키려고 해요.

영어학원 상담을 다니며 경수의 스케쥴을 꽉꽉 채우네요!

하지만 아빠는 생각이 다른가봐요.

우리 아빠들과 비슷하죠. "나 어릴 때 학원 한 번 안 다녔지만, 공부만 잘했어."

하지만 교육은 엄마가. 아빠는 아빠일만 열심히 .​

 


엄마 선행이 뭐예요?

선행은 1학년때 2학년 공부하고, 2학년에는 3학년 공부하는 거야


같은반 민영이처럼 뭐든 빨리 빨리 진도를 빼주고,

미리미리 앞서서 배우게 해야만

좋은대학에도 가고, 좋은 직장도 갈 수 있다고 믿어요~


경수는 어쩔 수 없이 엄마의 학원스케쥴에 따라 움직이고,

또 엄마는 경수를 차에 태워 이 학원 저 학원 배웅하며 학원숙제를

했는지 체크하며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깐깐한 엄마로 변해요~

경수는 처음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 뺑뺑이로 더 좋은 환경에서 실력을 키우며

똑똑해 질 수있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너무 힘든 숙제와 너무빠른 진도로 점점 지쳐가고

힘들어지며, 스스로 빨리 늙는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경수는 너무 앞선 선행학습을 하고 있지만

현재 2학년 과정의 학습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시험에서 75점을 맞아 충격을 받아요!

 


경수는 어느날 갑자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노인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학원마다 내준 숙제가 있어 숙제하다 엎드려 잠들 때가 많았지요.

학원을 너무나 열심히 다니다 지쳐 샤워를 하고 나온 경수는

 거울앞에  노인을 보고 화들짝 놀라 욕실을 나와버렸는데..

 


너무 빠른걸 쫒다보니 죽음도 빨리 맞이해

어린 경수는 꿈에서는 염라대왕까지 만나고 왔지요~


온갖 학업스트레스로 의욕이 사라지고, 몸까지 아픈 경수는

드디어 병원에서 '원형탈모' 라는 진단을 받게되며 충격을 받네요!


이제 왜 경수가 아홉 살 대머리라는 상상를 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실거예요!


 

어느날 학교에서 아이들은 이제부터 선행 학습하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이러다 학원들이 다 문 닫으면.

아이들은 정말  신이난 얼굴로 기대감이 가득했다.


친구들이 우연히 본 경수의 머리.

동전 크기만큼 머리가 빠졌다.

엄마에게 병원가야 할 것을 말했지만 엄마는 학원을 빠지면 안되니깐

주말에 가야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경수는화가나 고함치다 울어버리기 까지 한다.

병원에 온 경수는 스트레스가 심하면 원형 탈모가 온다는 말을 듣고. 


 


결국 경수는 자신의 의지를 엄마에게 밝히고,

지금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싶다는

결정을 확고하게 말하며 2학년의 행복한 삶을 스스로 개척하기로

마음먹는 답니다. 멋진 결말에 박수가 절로 나와요!!​


책의 내용은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요! 삽화 또한 코믹하구요!

대머리가 된 경수의 모습이 그려진 페이지에서는 아이도 빵~ 터졌거든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엄마들의 잘못된 인식,

지금 현재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업실태를 꼬집은 이야기가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된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높은 교육열이 나쁜건 아니지만 이렇게 아이들을 힘든 상황까지

내몰면서 과한 학습을 시키는건 아이들에게도 부작용을 많이 안겨준다는

메세지를 담은 것 같아요~




 


우리 엄마들 역시 아이들에게 너무 무리한 선행학습, 학원 스트레스는

줄여주는게 아이를 위해 더 옳은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을 위한 창작동화지만

엄마도 읽고 뭔가 느끼는 점이 생길것 같네요!

공부에 지친 어린이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황새가 뱁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딱

맞는 내용이 이 책에 담겨있으니 참고하면 좋을것 같아요~


아이가 ​아직 1학년이라 학원도 다니지 않고, 무리한 학습을

시키지는 않지만 엄마로서 분명 답답하고, 걱정되는 부분은 있어요~

뭔가 열심히 적극적으로 배우고, 익혀 실력을 쌓아주면 하는

바램은 크지만 아이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진행하는건

서로에게 역효과만 날뿐이예요~

아이와 소통하고, 교감하고, 서로가 공감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아이의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지혜를 발휘하는 엄마가

되어야 겠고, 아이 역시 자신이 소화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실력키우기를 하는 주체성을

키워야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딱지만 한 거짓말이 어떻게 될까? - 정직 어린이를 위한 가치관 동화 16
유순희 지음, 박정섭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암나무 ▶ 코딱지만 한 거짓말이 어떻게 될까?>
★ 어린이를 위한 가치관 동화 16




어린이를 위한 가치관 동화 시리즈 중에서 '16. 정직' 편.
아이와 '2. 차이' 편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일러스트도 재미있고 내용도 인상적이었는데 가치관 시리즈였다니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는 내용들로 아이들에게 옳과 바른 가치관을 세울수 있게 도와주는 책들인 것 같아요.
우선 제목에 '코딱지'가 들어가 아이가 흥미를 보이더라구요.
하지 말아야되는 것을 알면서도 슬쩍슬쩍 코를 파는 아이들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단지 몸속의 이물질을 파서 버리는 일인데 왜 하지 말라는 것인지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죠.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잘못된 일이라면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책이예요.
주인공 동구는 사소한 거짓말도 겁내지 않고 잘하는 친구예요.
 숙제를 해오지 않아도 선생님 눈치를 봐가며 수업시간에 몰래 숙제하기,

 


 

 농구시합도 우기기로 점수 올리기,

아래층으로 물폭탄을 던지고 모르는척 하기 등등...​




거짓말을 했다고 죄책감을 느끼거나 미안하다고 생각하기 보다 혼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
하는 간 큰 학생이예요.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화도 나고 불공평하다고 느낄 것 같아요.

 

이런 동구에게 핫도그 가게를 홍보해주면 상품권을 주겠다는 핫도그 가게 아저씨. 동구는 소시지 알레르기 때문에 핫도그를 먹지 못하지만 상품권 욕심에 친구들에게 맛있다고 자랑을 합니다.


알록달록 이쁜 색의 핫도그가 맛있다는 동구의 말에 친구들은 너도 나도 핫도그를 사먹고 동구는 그 댓가로 상품권을 받게 됩니다.
 
홍보를 도와달라는 아저씨의 부탁으로 핫도그 가게 홍보를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동구. 어느 날 핫도그 가게 지하에서 핫도그 만드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이까짓 것 좀 먹어도 아무 문제 없어'라며 바퀴벌레, 모기, 파리, 코딱지를 넣는 핫도그 가게 아저씨... '이까짓 것 가지고 뭘 그래'라며 거짓말을 일삼던 동구 눈에도 아저씨의 모습은 잘못되
보였나봐요.
친구들이 하나 뚤씩 아파하고 있네요. 

 

친구들을 위해 핫도그 가게의 비밀을 밝히기로 용기내는 동구.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동구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핫도그를 먹고 아팠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색을 잃어버린 동구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친구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동구는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까짓 것..'이라며 거짓말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쉽게 풀어내어 아이가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감옥에 들어가 매일매일 무지개 핫도그만을 먹어야하는 주인아저씨의 모습
그 무지개 핫도그는 무엇으로 만들어 졌을까요?

작은 거짓말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배운 것 같아요.
다른 가치관 동화 시리즈도 기대가 되는걸요!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였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정한 편견 

 

나는 편견을 사랑한다

아름답고 올바른 편견이 절실한 시절이다


 


 

이 책은 소설가 손홍규가 지난 2008년부터 3년 반 동안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 〈손홍규의 로그인〉을 묶은 산문집

이라고 한다.   당시에 썼던 180여 편의 글 중에서 138편을 가려 엮었다.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우직하고 따뜻한 애정,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진실한 주장을 담았다.

 개성 있는 문체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손 작가 특유의 필치가 돋보이며, 짧지만 매 꼭지마다 강한 울림과 긴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편견이란 절대로 다정할 수 없는데 제목을 보면서 어쩌면 역설적 표현을 한 것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래' 다정한 편견도 있을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비록 짧은 글 한 편의 이야기지만 책 전반적인 내용 역시 다정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충분히 가슴 따스하다.

 

 

 

저자와 같은 나이지만 왠지 저자가 나보다 한참이나 인생의 선배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생각 때문이리라. 하지만 도시에서 자라 시골을 잘 모르는 탓에 더욱 그런 것도 있겠지만 글 하나 하나가 어머니께서 끓여 주시던 된장국 같은 느낌이다.

 

 얼마전 응답하라 1994가 유행했을 때 사실 오래전 추억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X세대로 명칭되는 신세대의 출현이었다.

그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새로운 신인류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X세대도 어느새 지금의 N세대에 비하면 어른이 되었지만 새로운 문화의 출현에서 여전히 X세대가 회자될 정도로 당시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이런 X세대 이면서 동시에 주변에 머문 아웃사이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치 나이 지긋한 노년의 작가가 짧은 수필을 쓴 것 같은 느낌이다.

사유도 깊어 어떤 사물이나 공간을 가지고 다양한 책과 사상가의 이야기를 덧붙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려간다.

이제 막 사십대가 된 작가가 쓴 것이라고 하기엔 소위 글빨이 예사롭지 않다.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내용도 많았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작가란 아무나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개인이 옳다고 믿는 것들이 떄로는 사회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기도 하며 개인이 그르다고 믿는 것들이 또한 반대로 판명되기도 한다.

누군가 공권력은 더렵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은 편견인가 편견이 아닌가 여섯명이 비명에 죽어 갔는데도 진압 당사자인 경찰에게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이건 편견인가 편견이 아닌가 나는 이런 물음 앞에서 갈등하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지니고 있다 라고 한다면 이건 편견인가 편견이 아닌가" 이 글을 읽으면서 심노숭의 눈물이란 무엇인가란 글이 생각났지만

어쩌면 나 역시 이 글을 읽으면서 편견을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편견도 보기 나름이다.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금 새기게 되는 지난날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시간이 지날수록 초라해지는 목록’은 작가의 따뜻한 심성이 엿보이는 가족과 고향 이야기들이다.

 가장 일찍 일어나고 가장 늦게 잠드는 어머니의 바지런함을 무심히 넘겼다가 나이가 들어 돌아보는 그 시절의 어머니 이야기,

탈곡을 끝내고 돌아온 지친 아버지에게 건넨 어머니의 설탕물맛, 돌아가신 고모가 고봉밥을 내놓으며 ‘싸목싸목’ 먹으라고 했을 때의 그 어감,

그리고 고향에서 소를 판 돈으로 자신의 등록금을 마련했다는 걸 알고 교수에게 F학점을 요구하고 교학과를 찾아가 등록금을 돌려달라고 떼쓴 이야기 등등,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고백을 들을 수 있다.

글의 곳곳에서 이제는 추억 속에서나 찾을 법한 풍경들, 언젠가 사라지고 말 존재들에 대한 소회가 묻어난다.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2부 ‘선량한 물음’ 역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삶이나 사회에 관한 성찰과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준다.

학교 다닐 때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무렵의 한 토막. 폭설이 내린 어느 날 배달을 나갔다가 그만 눈길에 미끄러져,

엎지른 음식값과 깨진 뚝배기값을 걱정하며 복잡한 심정으로 식당에 돌아왔는데, 식당 주인은 걱정스런 얼굴로 ‘괜찮니?’라고 묻는다.

그 선량한 말에서 작가는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를 배웠단다.

또 한 토막.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개울가에서 빨래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어차피 빨래할 옷,

함부로 한들 어떠냐 했던 어린 시절의 잘못된 생각을 타락에 빗대어 말한다.

우리는 ‘타락하지 않아서 인간다워지는 게 아니라, 타락의 속도를 늦출 용기를 지녀서 인간다워지는 존재’라고.

이렇듯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만드는 아포리즘을 가득 담고 있다.


 

 

 


 

 

 

책 앞에서 그대는 경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3부 ‘바느질 소리’는 습작시절까지 해서 20년 가까이 소설을 창작해온 작가가 왜 글을 쓰고,

 무엇을 쓸 것이며,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등, 문학을 대하는 태도와 책 읽는 자세에 관해 말한다.

‘좋은 비유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겪었던 것들에 비추어 스스로 상상하게 해준다’라거나,

 문장의 경우 도덕성이란 우리가 글로 옮기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철저한 관찰과 이해를 뜻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작가 스스로

‘시대의 증인’이 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글을 써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종종 글쓰기 강연을 다니는 저자는 문학이나 독서에 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는데,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방법은 모르지만 자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고 운을 뗀다.

즉 ‘경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대는 눈앞에 펼쳐진 경이로움을 수긍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것이다.

 

 

참다운 용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4부 ‘다정한 편견’에서는 부조리한 사회의 모순을 들춰내고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박한 생활상을 직설적인 문장으로 그려낸다.

노동자의 절규가 느껴지는 현장에서 자신의 노동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본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환경과 평화를 위해 모두들 행동에 나서자고 말한다.

결코 관념에 그치는 주장이 아닌,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저자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진솔하다

 

 

그의 청춘을 제대로 견주고 싶으니 차라리 별책부록을 쓰게 해달라. 이것이 처음 마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결정적인 그를 모르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사랑에는 도취가 없고 희망에는 미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 첫 읽기책 6
천효정 지음, 조미자 그림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비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누구나 한번쯤 품는 탄생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꿰뚫는 이야기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어 하는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동화



 P.9-10

그래.

이제 너도 그런 걸 물어볼 만한 나이가 됐지. 넌 말이야, 엄마 아빠가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왔단다.

응? 동물 보호소에 사람 아기도 있냐고?

물론 아니지.

그때 넌 사람이 아니라 너구리였거든.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까.

 

귀여운 강아지나 똑똑한 앵무새를 키우고 싶던 엄마와 아빠. 우연히 찾은 신기한 동물 보호소에서

“이왕 키울 거라면 너구리가 낫죠.”라는 말을 듣고

아기 동물 입양

"마음에 들어 하는 아기 동물을 그냥 데려가세요."

덜컥 아기 너구리를 집에 데려온다.


아기 너구리는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크고 작은 말썽으로 엄마 아빠를 지치게 하지만,

갖은 우여곡절 속에 너구리를 향한 엄마 아빠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메롱반사

아기 동물 앞에서 혀를 내밀어 보이면 아기 동물도 따라서 혀르 내미는데 이것을 메롱반사라고 한다.

메롱 반사는 보통 4개월 무렵 생겨나며 늦어질 경우 동물 병원을 방문하여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엄마는 6개월이 지나도 메롱반사가 없어 병원을 찾는데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오소리와 너구리가 메롱 반사를 한다.




엄마 아빠가 맞는 몇 가지 고비들은 아기 너구리에 대한 애정을 새삼 확인하고

너구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이야기들이 늘 그렇듯, 그러한 고비 끝에 맞는 결말은 더 깊은 여운과 만족감을 남긴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국에 살인 벼룩이 퍼지면서 털 있는 동물을 집에서 키울 수 없게 되는데…….

과연 엄마 아빠는 아기 너구리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분리수거장에 갔는데 알림판에 못 보던 안내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알림. 털 달린 동물 절대 금지

(아파트 내에서 동물 발견 시, 관리 사무소로 신고 바람.)

관리 사무소에서 경비 아저씨가 집을 돌아보러 온거다.

아기 너구리가 자고 있는 안방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바로 아기너구리가 아니라

예쁜 아기가 손가락 하나를 쪽쪽 빠는거야!

 

P.97

“응? 진짜냐고?

그러엄. 엄마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단다."

너무나  맘에 드는 문장이다.


 


곳곳에서 아기자기한 묘사로 읽는 맛을 더한 조미자의 삽화 역시 마지막 장에 이르러

선물처럼 감동적인 순간을 준 것 같다.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답은 황새가 물어다 줬다는 이야기처럼 따분하지도,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이야기처럼 짓궂지도 않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은 제목에 걸맞게 장마다 아기 너구리의 성장 과정이 나온다.

 낮과 밤이 바뀌어 엄마 아빠를 애태우고, 처음으로 말을 떼 감동을 안기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육아와 일상에 지친 부모들에게

 아이를 키우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동화가 놀라운 지점은 그다음부터다.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은 아이의 성장을 그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모의 성장을 담는다.

시작부터 완벽한 것이 아니라 실수를 겪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작품 속 엄마 아빠의 모습을,

아이는 부모에 대한 친밀감을, 부모 독자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전해주는 것 같다.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기 너구리가 사람 아기로 변했다는 깜찍한 거짓말.

아들이 책을 보고도  깜박 솔깃할 만큼 참신하고 재미있어한다.


최근 육아를 시작한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이 녹아든 초보 부모의 좌충우돌은 아이뿐 아니라 함께 읽는 부모까지 웃음 짓게 한다.

육아나 모성을 과장되게 신성시하지 않으면서,

부모와 아이가 맺어 가는 유대를 포근하고 재치 있게 그린 점도 새롭다.

.

부모가 아이를 일방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이도 마찬가지로 부모를 선택한다는 것

그렇기에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은 유머와 통찰을 두루 갖춘 새로운 시대의 탄생담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 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