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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 ㅣ 첫 읽기책 6
천효정 지음, 조미자 그림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창비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누구나 한번쯤 품는 탄생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꿰뚫는 이야기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어 하는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동화
P.9-10
그래.
이제 너도 그런 걸 물어볼 만한 나이가 됐지. 넌 말이야, 엄마 아빠가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왔단다.
응? 동물 보호소에 사람 아기도 있냐고?
물론 아니지.
그때 넌 사람이 아니라 너구리였거든.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까.
귀여운 강아지나 똑똑한 앵무새를 키우고 싶던 엄마와 아빠. 우연히 찾은 신기한 동물 보호소에서
“이왕 키울 거라면 너구리가 낫죠.”라는 말을 듣고
아기 동물 입양
"마음에 들어 하는 아기 동물을 그냥 데려가세요."
덜컥 아기 너구리를 집에 데려온다.

아기 너구리는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크고 작은 말썽으로 엄마 아빠를 지치게 하지만,
갖은 우여곡절 속에 너구리를 향한 엄마 아빠의 사랑은 깊어만 간다.

메롱반사
아기 동물 앞에서 혀를 내밀어 보이면 아기 동물도 따라서 혀르 내미는데 이것을 메롱반사라고 한다.
메롱 반사는 보통 4개월 무렵 생겨나며 늦어질 경우 동물 병원을 방문하여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엄마는 6개월이 지나도 메롱반사가 없어 병원을 찾는데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오소리와 너구리가 메롱 반사를 한다.

엄마 아빠가 맞는 몇 가지 고비들은 아기 너구리에 대한 애정을 새삼 확인하고
너구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이야기들이 늘 그렇듯, 그러한 고비 끝에 맞는 결말은 더 깊은 여운과 만족감을 남긴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국에 살인 벼룩이 퍼지면서 털 있는 동물을 집에서 키울 수 없게 되는데…….
과연 엄마 아빠는 아기 너구리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분리수거장에 갔는데 알림판에 못 보던 안내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알림. 털 달린 동물 절대 금지
(아파트 내에서 동물 발견 시, 관리 사무소로 신고 바람.)
관리 사무소에서 경비 아저씨가 집을 돌아보러 온거다.
아기 너구리가 자고 있는 안방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바로 아기너구리가 아니라
예쁜 아기가 손가락 하나를 쪽쪽 빠는거야!
P.97
“응? 진짜냐고?
그러엄. 엄마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단다."
너무나 맘에 드는 문장이다.

곳곳에서 아기자기한 묘사로 읽는 맛을 더한 조미자의 삽화 역시 마지막 장에 이르러
선물처럼 감동적인 순간을 준 것 같다.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답은 황새가 물어다 줬다는 이야기처럼 따분하지도,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이야기처럼 짓궂지도 않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은 제목에 걸맞게 장마다 아기 너구리의 성장 과정이 나온다.
낮과 밤이 바뀌어 엄마 아빠를 애태우고, 처음으로 말을 떼 감동을 안기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육아와 일상에 지친 부모들에게
아이를 키우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동화가 놀라운 지점은 그다음부터다.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은 아이의 성장을 그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모의 성장을 담는다.
시작부터 완벽한 것이 아니라 실수를 겪으면서 성장해 나가는 작품 속 엄마 아빠의 모습을,
아이는 부모에 대한 친밀감을, 부모 독자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전해주는 것 같다.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기 너구리가 사람 아기로 변했다는 깜찍한 거짓말.
아들이 책을 보고도 깜박 솔깃할 만큼 참신하고 재미있어한다.

최근 육아를 시작한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이 녹아든 초보 부모의 좌충우돌은 아이뿐 아니라 함께 읽는 부모까지 웃음 짓게 한다.
육아나 모성을 과장되게 신성시하지 않으면서,
부모와 아이가 맺어 가는 유대를 포근하고 재치 있게 그린 점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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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를 일방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이도 마찬가지로 부모를 선택한다는 것
그렇기에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은 유머와 통찰을 두루 갖춘 새로운 시대의 탄생담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읽혀 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