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 소년범들의 아버지 천종호 판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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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서였나 아니면 어느 방송에서였나 TV 속에서 스치듯 천종호 판사님을 처음 보았다. 가해 학생과 그 부모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어서 그 뒤로 따로 기사를 검색해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호통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판사님의 두 번째 책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를 읽었다. 비행청소년들의 슬픔을 어루만지며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는 판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찡했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요즘 TV뉴스와 신문기사를 보기가 겁날 정도로 여러 사건 사고가 생기고 있고, 특히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며칠 전 또래 10대들에게 길거리에서 집단폭행을 당해 뇌사상태에 빠졌던 한 여고생이 결국 사망했다는 뉴스를 봤다. 갈수록 청소년들의 범죄가 더 잔인해지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청소년이라고 달리 처벌할 필요가 있을까, 왜 더 강한 처벌을 하지 못하는 걸까 생각하곤 했다.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날이 갈수록 잔인해지는 게 아닐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따뜻함이 흘러나오는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혀 모른 채 그들을 하나로 묶어 비난만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이 책은 아버지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천종호 판사님은 자신이 재판한 결손가정 소년범 3명 중 2명이 3년 안에 재범했는데 그 이유가 그 아이들을 사회로 돌려보내도 보호해 줄 부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모 없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건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는데 이 사회의 어른들이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아버지가 없다고 해서 모두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 안 계셔도 훌륭히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안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나쁜 일을 했으니 그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전부 하나로 묶어 이 사회의 골칫거리인 것처럼 판단하는 것도 큰 문제라는 걸 생각해보게 됐다. 그 아이들 중에는 정말 보호받지 못하고 상처받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사회로 돌아간 아이들이 건전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지 못하는 그 이유에 대해 그 아이들 개인의 문제를 탓하기 전에 이 사회의 어른들이 다 같이 고민해봐야 한다.

소년범죄자들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으니 이 책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 다를 것이다. 나는 내가 그동안 가졌던 생각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 소년범죄자들에게 문제가정이 있었던 건 틀림없는 것 같다. 부모의 역할은 얼마나 중요한가. 주변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 소년 범죄 예방이 필요하고, 이미 범죄를 저질렀고 갱생의 기회가 주어져 사회로 돌아간 아이들에게는 적절한 제도와 관심으로 이 사회의 어른들이 부모가 되어 주어야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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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다는 거짓말 - 내 마음을 위한 응급처치
가이 윈치 지음, 임지원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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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부분만 살짝 읽었는데도 크게 공감이 가서 본격적인 내용이 너무 기대됐던 책이었다. 우리는 보통 이가 아프거나, 감기에 걸리거나, 넘어져서 다치면 바로 병원으로 간다. 아니면 밴드를 붙인다든가 연고를 바른다든가 곧바로 신경 써서 그에 맞는 처치를 한다.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빨리 낫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어린 아이도 안다. 그런데 마음이 아플 때, 마음에 상처가 생겼을 때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을 다독이며 애써 괜찮은 척 꾹꾹 누르고 살아간다. 책 제목처럼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그것들이 쌓여서 점점 감당할 수가 없어지면 무서운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겉으로 난 상처는 그렇게 신경 쓰고 예방하면서 왜 안으로 난 상처는 병원도 가지 않고 치료도 하지 않고 외면하기만 하는 걸까. 몸을 다칠 때보다 마음을 다칠 때가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 한마디에도 상처 입을 때가 있으니까. 그런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매번 심리상담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몸을 다쳤을 때처럼 혼자 소독약과 연고를 바르고 밴드는 붙여줄 수 있지 않은가. 또 꼭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주저하지 말고 가야 하지 않을까. 병원을 못 갈 이유는 무엇인가. 너무 아파서 가야 하면 가면 되는 것이지.

이 책은 살면서 불가피하게 만나게 되는 심리적 상처들을 스스로 평가하고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러이러한 상황은 꼭 전문가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명히 알려준다. 이 점도 정말 좋았던 게 보통 사람들이 상처를 받으면 아예 자신이 상처를 받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참고 살아온 거니까. 그런데 또 하나 그 상처가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정도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내 상처가 아프긴 아픈데 병원까지 가야 할 정도인가 아닌가. 그런데 저자가 이런 상황은 꼭 전문가를 찾으라고 이야기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이 참 좋았다.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심리적 상처들에 대해 하나씩 다룬다. 거부당한 느낌, 고독, 상실감, 죄책감, 반추 사고, 실패, 낮은 자존감이 그 일곱 가지이다. 각 장이 독립되어 있어 자신에게 관련 있을 부분만 읽어도 좋고 관심 있다면 모두 읽는 것도 좋겠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게 상처인 줄도 몰랐던, 흔히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처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세세하게 신경 써서 이야기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방법들이 구체적이어서 독자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사람들이 치아는 보물단지처럼 관리하면서 마음이나 정신 건강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상황에 대해 분개해왔다. 어떻게 양치질을 하고 치실을 사용하는지는 알면서 왜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서는 그토록 아는 것이 없느냐고. 이 말을 듣고 정말 뜨끔했다. 나 역시도 작은 상처들을 외면하고 괜찮다고 버티고 있었던 게 생각나서. 당신도 혹시 일상 속에서 마음이 베이고 쓸렸는데 참고 버티고만 있지는 않은지?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로 더욱 더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방법이 없으면 모를까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일이 아닐까? 혹시 당신도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로 버티고만 있다면 이 책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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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 -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너, 나, 우리의 16가지 고민
송가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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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할아버지 두 분이 말씀하시는 걸 듣게 됐다. 나는 버스 뒤쪽 좌석에 앉아있었고 할아버지 두 분은 네 줄 정도 앞에 앉아 계셨는데 이야기의 요점은 뭐,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고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본 20대는 이기적인 존재인가 보다. 눈은 높고 주어진 상황에 감사할 줄 모르는, 자기만 아는 존재들. 한참 열변을 토하셨는데 나와 옆자리의 내 또래쯤 되는 여자는 잠깐 눈이 마주치고는 멋쩍어서 서둘러 이어폰을 각자의 귀에 집어넣었다. 그날 버스에서 서울로 가는 내내 나는 우리 20대가 그렇게 이기적인가 한참 생각을 했었다.

이 책 <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 제목을 보자마자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 한참 생각했다고 해도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한 시간 안쪽의 시간이었을 뿐이고 결론이라고 해봤자 옛날과 지금은 상황자체가 다르다는 것일 뿐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목숨이 위태롭던 시기의 삶을 살아온 어른들의 눈엔 지금 20대의 고민이 하찮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각종 사회문제에는 관심을 갖기보다 자신의 학점, 토익점수, 취업에 관심 갖는 모습이 이기적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20대의 그런 모습들이 정말 이기적이기만 한 걸까? 우리의 고민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책상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종이 뭉치를 보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삶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일들에 대한 고민들을 적은 종이.. 저자는 거기에 전공인 인문학을 적용했다. 책 앞날개를 보니 저자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일까 찾느라 방황했고 지금도 방황 중인 것 같다. 조경학부에 입학했다가 다시 심리학과에 입학하고 또 철학과 대학원을 나왔다고 한다. 읽기 전부터 책 내용이 쉽지만은 않겠구나, 생각은 했다. 타인의 잣대를 무시하고 살아가기 힘든 대한민국에서 떠밀리듯 살아가는 너와 나, 우리를 위한 삶에 대한 16가지 고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늦었다는 것은 과연 문제일까, 대학에서의 우리의 모습들, 우리의 이기심, 학력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어른이 된다는 것, 자기 찾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등등. 딱 봐도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20대이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읽고 싶었고 오랜 시간 더 붙잡고 있었다. 그래서 더 잘 읽히는 부분이 있는가하면 도무지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다. 그 고민에 대한 정답은 이거야.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고민이란 걸 다들 왜 하고 살겠는가. 그렇지만 한번쯤 읽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20대들이 공감하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도록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꼭 20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읽고 우리 20대들이 무슨 고민을 하며 사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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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각산 엮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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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에서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아잔 브라흐마 스님이 이번에는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라는 책에서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복잡하고 번잡한 마음을 시끄러운 원숭이라고 표현한 것이 참 재밌다. 마음속이 시끄럽고 번잡할 때는 조용한 곳에서 생각에 잠기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런 책 한 권 함께 읽으면 생각이 많이 정돈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잔 브라흐마 스님의 명상 에세이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원숭이 마음, 즉 분주한 마음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108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쉽게 읽히는 재밌고 감동적인 108가지의 이야기. 그런데 이게 하나하나 읽고 나면 생각할 거리가 참 많아진다.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의 생각과 목표는 나를 나아가게 하지만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 이 모든 걸 잡고 있으려 하는 건가 지칠 때가 있다. 이걸 놓으면 편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그런 상황이랄까. 한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그 원숭이 마음을 나도 갖고 있는 것이다. 원숭이 마음 없이 산다는 게 가능하긴 할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 것이었을까. 그동안 핵심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 마음 하나 제대로 모르고도 살 수는 있구나. 이런 여러 가지 생각.

한 남자가 분노와 상처 입은 자부심을 극복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방법을 알려준 그 선생님은 정말 현명하신 분 같다. 반 아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겨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던 상황에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모두 모아 책상에 앉히고 연습장 한 장을 찢으라고 지시했다. 반으로 나눠 왼쪽에는 자신이 싫어하는 아이의 어떤 점이 싫은지, 어떤 점이 미운지 적게 하고, 오른쪽에는 그 아이에 대해 칭찬하고 존중해주고 싶은 점을 적으라고 했다. 왼쪽은 가득 채울 수 있었지만 오른쪽은 적기 쉽지 않았다. 미워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선생님이 다그쳤기 때문에 아이들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적었다. 그 후 선생님은 이제 그 종이의 반을 찢으라고 지시했고, 자신이 지금부터 휴지통을 들고 다닐 테니 거기에 왼쪽부분을 버리고, 오른쪽 부분은 자신이 미워하는 그 친구, 당사자에게 전해주라고 했다. 한 남자도 종이를 받았다. 자신을 제일 미워하던 이가 그의 장점을 적어 전달해준 종이였다. 그는 죽을 때까지 그 종이를 지갑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누군가에게 화가 치밀 때마다 꺼내서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이게 만약 자신을 제일 미워하는 친구가 자신에게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라면 자신도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의 좋은 성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스님 말씀처럼 자신에게 대입해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자신이 싫어질 때 종이 한 장을 꺼내 왼쪽, 오른쪽에 적는 것이다. 그리고 단점을 적은 왼쪽은 버리고 장점을 적은 오른쪽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자주 꺼내보는 것이다. 그러면 나에게도 이런 장점이 있구나 깨닫고 무너져 내릴 것 같을 때마다 자신을 존중하며 일으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들,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좋은 책이었다. 만족할 줄 알고 느긋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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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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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 너무 좋다ㅠㅠ. 먼저 읽은 친구가 좋다고 그랬는데 읽어보니 진짜 좋다. 이 책 <딸에게 주는 레시피>는 공지영 작가가 딸 위녕과 독자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레시피를 담은 책이다. 총 27개의 간단한 요리법을 알려주면서 딸과 독자들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기를, 자신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기를 바라는 응원을 담은 책이다. ‘위로’를 이야기 하는 책이 정말 많은데 그 중에서 이 책이 눈길을 끌었던 건 위로와 함께 음식 레시피가 더해져 색다른 느낌을 주어서가 아닐까.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위로받는 방법이 다를 테지만 비슷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 받는다는 것! 나는 먹는 걸 좋아해서 여러 맛있는 음식들에 위로 받는 경우가 많다. 음식이 주는 위로의 힘을 잘 알아서인지 이 책 참 재밌게, 인상 깊게 읽었다.

이 책은 총 3부에 걸쳐 27개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날, 자존심이 깎이는 날, 속이 갑갑하고 느끼할 때, 아픈 날, 특별한 것이 먹고 싶을 때, 술 마신 다음 날 등등 각 상황에 어울리는 요리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야기를 해준다.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 같은 거.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들, 느낀 것들을... 딸과 독자에게 애정을 듬뿍 담아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먼저 간단해서 한번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느끼게 해준 레시피들이 좋았다. 맛있지만 몸에는 별로 좋지 않는 것들이 아니라 내 몸에 진짜 좋은 것들, 그것을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 맛있고 즐겁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레시피도 레시피지만 개인적으로는 같이 어우러진 그 따뜻한 이야기들이 너무 너무 좋았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해봤을 생각들, 아니면 지금도 여전히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을 문제들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 책을 읽고 나니 나 자신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됐다. 더 자기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몸에 좋은 것들을 먹고, 깔끔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말을 듣고, 좋은 향기를 맡고. 나를 사랑하는 것은 바로 내 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 정말 공감한다.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은 자기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 면도를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와 함께 빵을 먹었던 동료가 죽어나가는 그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인간으로 느끼지 못하도록 돼지라고 불리는 그 상황에서도 그는 자기 자신이 존엄한 인간임을 잊지 않기 위해 면도를 한 것이다. 나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아끼고 내 자신이 존엄한 인간임을 잊지 않으면서 열심히 충실하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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