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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속는 사람의 심리코드
김영헌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크거나 작거나 한번쯤은 속은 경험 있을 것이다. 나는 길을 걷다가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거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을 때, 지금은 속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그런 낯선 상대에게는 경계심을 갖기 때문이다.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차비를 빌려달라고, 집에 가서 돈을 넣어주겠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다. 속은 적은 없지만 처음엔 속을 뻔 했다. 요즘은 번호를 검색해주는 어플도 있어서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어디서 걸려온 전화인지 보고 차단하거나 아예 받지 않는다. 너무 사람을 경계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속이려는 의도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 동창, 선후배 같이 기존에 아는 사람들에게는 경계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이미 아는 사람이니까, 신뢰하고 있으니까. 설마 나를 속이겠나, 나를 이용하겠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 아니겠는가? 뉴스 보면 오랜 친구에게 사기 당하거나 절친한 친구가 소개시켜 준 사람을 무작정 믿었다가 사기를 당하거나, 아는 사람 따라 갔다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등 아는 사람에게 사기 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이 나온다. 아는 사람에게 속지 않는 방법도 궁금했고, 잘 속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인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속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너무 기상천외한 방법이 많아서 당황했다.
이 책은 20년 베테랑 검찰수사관이 그동안 사기꾼을 수사하고 사건 기록을 분석하면서 사기꾼들이 어떻게 사기를 치는지, 그런 사기와 사기꾼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도움 되는 내용들이 꽤 많다. 그리고 읽으면서 진짜 사기꾼들의 기발한 발상에 혀를 내둘렀다. 작정하고 속이려는 사람들을 당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생각지도 못했던 수법들이 꽤 많이 나와서 한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사기꾼이 속임수를 쓸 때 인간의 3가지 심리코드를 이용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것은 바로 욕망(당신의 골수까지 빼먹을 속임수 심리코드), 신뢰(당신을 철저하게 배신할 속임수 심리코드), 불안(당신의 영혼까지 추락시킬 속임수 심리코드)이다. 각 파트에서 욕망과 신뢰와 불안을 이용해서 사기꾼들이 우리를 어떻게 속임수에 빠뜨리는지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세상의 속임수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도 알려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람잡이 효과. 이 부분에 소개되는 수법들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람잡이는 생판 모르는 타인도 믿게 만드는 속임수의 강력한 무기였다. 바람잡이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잘 속게 되는데, 바람잡이 효과에 당하지 않으려면 바람잡이와 소개해주는 사람 사이에 이해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 만약 같은 편일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바람잡이와 소개해주는 사람 간에 이해관계가 없어 보인다면, 바람잡이가 이 사람을 소개시켜줄 능력이나 자격이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제대로 알고 소개시켜주는 것인지 들은 대로 읊는 것인지. 어떻게 만났는지, 같이 일은 해 봤는지.
우리나라가 전체 범죄율로 보면 안전 국가이지만 남을 속이고 돈을 빼앗는 사기 범죄로는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속임수의 본질을 알아야 속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속임수 심리코드를 제대로 알고 숙지해서 사기꾼의 먹이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