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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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아는 사람 - 유진목의 작은 여행
유진목 지음 / 난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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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 시인의 소송과 관련해서는 내용을 알고 있었다. 소송이 사람을 어디까지 끌어내리는지 알고 있는만큼 이 에세이는 우울에 허덕이던 작가가 일상을 찾아가는 이야기. 개인의 우울을 끝없이 늘어놓아 초반부는 좀 힘들었으나 곧 작가와 함께 독자도 극복하게 된다.

다만, 3세계 여행자가 아무 곳에서나 카메라를 들이댄 이야기를 자성 없이 하는 건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힘들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허겁지겁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이 렌즈를 볼 때까지 기다려 셔터를 누르고 ‘독서에 방해가 될까봐 다른 걸 찍는 척 하며‘ 몰래 촬영하고. 세상은 이런 걸 도촬이라 하고 무례하다 한다. 그들에게 웃어주었다는 말로 포장하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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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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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청소년 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나는 선한 사람이 강인하게 무언가를 이뤄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두 친구 중 현재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니지만 그때엔 알 수 없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늘 바라보게 되는 미래와는 달리 묵묵히 옆에 존재하던 현재는 언젠가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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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존재하게 한다.

이건 아이인 적 없다는 듯이 구는 어른들이, 단 한 번도 동화를 믿어 본 적 없다고 착각하는 어른들이, 환상을 꿈꿔 본 적 없다고 믿는 우매한 어른들이 만든 끔찍한 이야기다.

권도현은 점이 지대에서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나 죄책감이 있는 세계로, 괴로움이 가득한 현실로, 거대한 슬픔과잔인한 현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악마가 되지 않았고. 불행하게도 인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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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비밀의 한 꺼풀을 먹지 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의 시스템은 그걸 먹어야만 다음 단계로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 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시기가 너무 이르면 소화하지 못해 탈이 나거나 목이 막혀 죽기도 하고, 너무 늦으면 비밀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시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텅 빈 몸이 된다.

우리는 그냥 딱 보면 알아. 아, 쟤도 바깥에서 왔구나. 신호등이 깜빡일 때 걷지 않는 사람들 있잖아.버스를 탈 때 노인이나 아이를 위해 한발 양보하거나 지하철에서 사람이 다 내려야만 타는 사람, 이상하리만치 느긋하게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외계인이야.
왜?
인간들이 정해 둔 규칙을 지키는 거지. 외부인이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있으면 서로 언어가 다른 종족이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대화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집에는 그렇게 버려진 말이많았다. 먼지처럼 뭉쳐 있다가 어느 순간 정말 먼지가 되어 버렸다. 닦아 내면 사라지고 마는 한때 미래는 그 말을 닦는 데에 하루를 썼다. 걸레로 집구석구석을 닦다 바닥에 엎드려 울었다. 말을 주워 담아 서로에게 전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미래에게는 버려진 말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울며 바닥을 닦았다. 그게 미래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세상 모든 일은 엮이면 피곤해진다. 사람들은 승택 같은 사람을 현명하다고 표현한다. 신중하다거나 생각이 깊다고 할 수도 있고, 가만 내버려 두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을 굳이 들춰내 소란스럽고 골치 아프게 만드는 사람을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수선하게 들쑤시고 다닌 당사자를 원망스럽고 귀찮은 눈초리로바라보겠지. ‘가만히 좀 있지.‘라거나 ‘본인만 정의롭지‘라는식의 말을 덧붙이면서.

지모는 대응하기보다 묵묵히 싸워 가는 쪽을 택했다.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안건에 굽히지 않고 표를 던져 매해 안건이 다시 올라오게 만드는 식으로, 그렇게 해야 결국 이긴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겹고,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게 구는것이라고. 그게 지모가 살아오며 깨달은 중요한 이치 중 하나였다. 지모도 피곤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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