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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벗고 주무시죠 - 위장 질환이 당신 지갑을 발가벗기기 전에
박창선 지음 / 웨일북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긴 하루를 보내고 나서 피곤함과 노곤함, 약간의
우울함을 안고 자리에 쓰러지듯 자던 날들이 있었다.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고 날 방해하는 사람들까지
많고,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 날이 바로 기분을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잤어야 하는 날이었다.
저자는 호가든 한 캔이든, 아니면 좋아하는 다른 무엇이든,
가벼운 기분으로 잠들 수 있게 하는 것을 즐기고 자라고 한다. 안 좋은 기분 안에 갇히면, 점점 깊이 빠져들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으로 기분을 상쾌하게 씻고 자야 한다는 것이다.
기분을 씻는다는 건 중요합니다. 기분은 결과거든요. 뭣도 아닌 일로 욕을 먹어서 화가 났고,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서러웠고, 오늘 월급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고, 친구와 싸워서 슬펐고.
(p. 25)
이러한 의미가 담긴, 참으로 인상적인 표제와 표지의 책이다. 표지의 일러스트도 파김치가 된 기분을 벗고, 상쾌하게 잠옷을 입고
자는 그림이어서 시선을 끈다.
이렇게,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글이 대부분이지만, 생각해 봄직한 부분도 있다. 누구나 힘든 일은 견디고, 이겨내라고 충고하지만, 저자는 도망치는 건 때로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단지 패배자가 되는 것 같고 비겁한
것 같아서 견디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곤조곤 말한다.
모든 역경과 시련을 다 이겨내고 상대할
필요는 없어요. 실패에도 퀄리티란 게 있는 법이거든요. 만약
몸이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거부하고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그냥 도망치세요.
(p. 43)
몸과 마음을 다 망가뜨리면서 단지 버텨내기 위해 버텨내는 것은 아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망치더라도
더 좋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단지 퇴근만 했다고 워라밸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한다. 워라밸을 갖더라도, 일은 프로로 확실히 마쳐야 한다. 라이프로 도망가는 건 워라밸이
아니다.
또 힘든 하루를 보내고 퇴근해서 뭔가를 해 볼 여유가 없어 누워만 있는 것도 워라밸이 아니다. 일을
사랑한다면서 주변을 내팽개치고 일에만 몰두하는 것도 삶을 버리는 일이다.
라이프는 ‘일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채우는 시간’이더라고요. 맛난 음식으로 몸을 채우거나, 명상으로 마음을 다독이거나, 취미로 활기를 더하거나, 공부로 역량을 높이는 식으로 말이죠.
(p. 97)
음식과 내 몸에 대한 글, 일과 회사에 대한 글, 사람과 관계에 대한 글, 일상과 태도에 대한 글이모두 가볍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텍스트였다.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도 가벼운 문체로 쓰여 있어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지친 하루에 힘을 얻고 싶은 사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에세이를 읽으며 쉬고 싶은 사람들은
일독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