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이해 위주의 영어 어순 원리!!

영어의 정석
장시영 지음 / 비얀드 나리지 / 2019년 2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거나,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어야 하거나, 영어로 의사소통 해야 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항상 영어를 공부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영어회화도 연습해보고, 토익 공부도 자주 했지만, 문법을 공부할 때는 늘 고등학생 때 배운 기계적인 암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독특한 영어론을 주장하는 강의를 들었다. 영어는 그림 언어이기 때문에 모든 영어 문장을 그림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끔 영어라는 언어가 형성되는 과정도 설명해주고, 상당히 재미있고 신선하며 들을 만 했다.
이 책 역시 신개념의 영어 어순 원리, 이해 위주의 영어 학습을 주장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장인 영어 어순 원리는 “영어는 주어로부터 심리적/물리적으로 가까운 순서대로 단어를 나열한다”이다. 그래서 주어 + 주어의 마음 상태(조동사) + 주어의 행위(동사) + 주어의 행위가 영향을 미치는 대상(목적어) 라는 어순을 취한다. 영어가 그림 언어라는 주장과도 상통한다. 조동사까지 그림으로 그릴 수는 없겠지만 주어로부터 가까운 순서부터 멀어지는 순서라면, 한 문장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
전치사의 사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어로부터 가까운 순서대로 단어가 배열된다.

I met a son of my friend.

이 문장에서 주어의 행위가 영향을 미치는 대상, 즉 만난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아들이다. 그리고 그 아들과 관련 있는 사람이 친구라는 것을 of를 통해 연결해주고 있다.
주어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배열되는 것과 비슷하게 오감으로 먼저 인식한 순서대로 단어가 배열된다.

a bag of groceries

가방에 다가가다 보면 그 안에 든 것이 식료품인지는 더 가까이 다가가야 보인다. 일단 한 개(a)의 무엇이 인지되다가, 그것이 가방(bag)이라는 것이 인지되고 더 가까이 가 보면 그 안에 든 것은 식료품(groceries)이다. 기계적으로 외웠던 표현들을 영어의 어순 원리에 따라 설명해주니 명쾌하다.
이 책에서도 전치사들의 의미를 그림으로 설명한다. to는 화살표라는 그림으로 설명한다. A to B 라면 A가 나아가서 도달하는 대상은 B이다. 그렇기 때문에 to 부정사의 경우에는 미래 의미를 내포한다.
of는 하이퍼링크 이미지로 설명한다. A of B라면 A와 관련 있는 것은 B라는 뜻이다.

I gave up any hope of seeing her again.

나는 희망을 포기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희망인가 하면 그녀를 다시 보는 희망이다.
이 책에서는 원문의 해석을 번역하듯 표기하고 있지 않다. 윗 문장을 예로 들면 “나는 그녀를 다시 보겠다는 어떤 희망도 포기했다”가 아닌 “나 포기했다 모든 희망 (그 희망과) 관련 있는 것은 보는 것 (뭘?) 그녀 다시”로 표기한다. 영어를 인지하고 그것을 우리말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영어를 어순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이렇게 해석을 표기하고 있다.
영어를 어느 정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공부했던 영어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영어 학습론을 접하고 명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영어를 처음 접하는 학생이라면 우리가 어렸을 적 배웠던 무조건 암기식의 영어가 아니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기초가 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첫 시작을 할 수 있다.
영어가 그림 언어라는 새로운 영어 학습법에 이어 영어 어순 원리를 제시하며 이해 위주의 영어를 제안하는 이 책을 보니, 10년을 영어를 배워도 한 마디도 못한다는, 답보 상태였던 우리 나라 영어 교육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