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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우울, 불안, 공황 이야기
제시카 버크하트 외 지음, 임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글을 쓰는 이유가 자신의 슬픔 때문이라는 작가들을 많이 봐왔다. 자신 안의 슬픔과 어두움, 아픔 때문에 글을 쓰고, 자신의 인생이 그렇지 않았더라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을 읽었다.
이 책에는 우울, 불안, 공황에 시달리면서도
그 어려움을 이기고 작가가 되어 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자신이 직접 그 병을
앓거나 자신의 아이, 또는 동생이 앓는 것을 보면서 괴로워하거나 또는 자신과 가족 모두 병을 앓으면서
힘들었던 경험, 그러나 그 역경을 극복하려고 해왔던 노력들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작가들도
어디서도 한 적이 없는 이야기를 했다는 고백을 한다. 아직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자신들에게 낙인이
찍힐 수도 있는데, 함께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극복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하기 위해서 이 글을 썼다는 작가가 많았다.
그들의 고통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공황 발작 때문에 일을 하다가도, 수업을 받다가도 당장 뛰쳐나가야만 하고, 불안 때문에 오랫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해 음식도 전부 배달시켜 먹고, 진통제에 중독되어 금단증상으로 구토와 환상을 보는 등
이들의 삶을 크게 제약하는 질병의 어두음은 정말 깊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들을 거부하고 밀어내기 보다는 자신의 인생 안에서 껴안고 관리하고 동행하면서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적절한 투약과 상담, 재활 프로그램. 그 외에도 운동, 대화, 명상
등을 시도하면서 그들은 다시 일어섰고 자신의 위대한 업적을 일구어냈다.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버텨 살아낼까. 불안이 다시 나를 덮치고 무너뜨려도 괜찮다. 나는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날 것이다.
(p. 146)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에는 ‘아직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끔찍한 불안 때문에 삶을 놓고 싶어도 자신 안에 있던 어떤 힘으로 인해 이들이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나는 아직 여기에 이렇게 살아있다.
…
그거 아는가? 당신도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
…
구렁텅이 속으로 추락하는 것 같아도 별일 없이 멀쩡하게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걱정 마라.
(p. 128)
‘당신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는 메시지 역시 많은 작가들이 전한다. 우울증은 상당히 많은 사람이 겪고 있으며, 공황 또한 유명인들도
많이 앓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글을 쓴 작가도 여럿이 된다.
이들의 고통이 삶을 산산조각 내는 것이었다고 해도 많은 작가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등 뒤에서 일어났던 두 번이나 되는 습격
때문에 PTSD를 앓는 작가는 모든 새로운 환경에 처할 때마다 등 뒤를 가려 안전을 확보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눈으로 익혀 위험이 될 만한 상황을 판단한다. 그것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삶의 큰 번거로움이 될 텐데도 그런 습관이 소설을 쓰면서 인물을 묘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들을 그렇기에 작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픔을 소설로 풀어내고,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그것을 소설을 쓰기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한
작가는 라틴계 사람들이 우울증을 많이 앓으나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잘 치료를 받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자,
우울증이 있는 라틴계 사람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라틴계더라도 우울증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소설 속에서 암시한다. 이들은 이렇게 세상을 만들어간다.
이들이 지나간 터널은 너무나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 작가는 바닥을 친다는 표현도
싫어한다. 이 고통에 끝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고통에는 끝이 없다. 생이 끝나지 않는 한 계속된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안고도 일어선다. 자신의 어둠을 들여다보며 어렵지만 한 발 한 발 떼는 이들의 삶은 성공적인
작가의 길이 되었다. 그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