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인도차이나 - 여행, 힐링 그리고 아메리카노 - 베트남.라오스
조희섭 지음 / 몽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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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를 참 좋아한다. 내가 방에만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이런 저런 글을 긁적이거나, 노트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등 집에서 취미 활동을 하는 정적인 성격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에세이를 읽으며 가보지 못한 곳을 가고, 그 곳에 다녀온 사람이 느낀 것을 느껴보고, 그가 먹은 것의 사진을 보며 맛을 상상하고 하는 일들이 대리만족인지도 모르지만, 책으로 하는 여행은 그 나름대로 맛이 있었다..
<
굿모닝 인도차이나>역시 나를 앉은 자리에서 베트남으로, 라오스로 그 골목 골목으로, 멋진 유적지로 데리고 다녔지만, 그 뿐이 아니었다.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사유적인 글로 인도차이나를 인문/사회/역사적으로 접근했다. 미국이 축소하려는 베트남 전쟁이 사실은 인도차이나 전쟁이라는 사실과 20세기 미국을 이긴 나라가 베트남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사진으로 접하는 빈목터널의 모습은 결이 다르게 다가왔다
.

누가 감히 이 터널 속에 산 사람들이 전쟁을 위해 땅굴을 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은 단지 살기 위해 이 지옥 같은 곳에 숨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암흑 속에서 17명의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도 베트남민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과연 미국을 용서할 수 있을까?
(p. 78)

당신이 미안할 것은 없다. 당신들 나라가 어쩔 수 없이 참전했다는 것도 안다. 우리는 용서했다. 하지만 잊지는 않는다
,”
(p. 68)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은 수의 인도차이나 이주 노동자가 일하고 있고, 농촌에 많은 수의 인도차이나 부녀자가 결혼해서 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 책에서 알게 된 다양한 정보와 지식으로 새로운 관점으로 그들을 대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베트남, 라오스를 장기 여행했다. 그래서 그 와중에 알게 된 사람도 많아 이 책에는 베트남과 라오스뿐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그가 만났던 사람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라던가, 이동수단 기사라던가. 친해진 사람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삶 역시 들어 있다
.

라오를 여행하다 보면 여행자들이 알게 모르게 몽 족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있다. 그들이 호전적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어를 바꾸어 보면 용감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p. 226)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매일 매일 열심히 관광지에 들르는 것은 아니다. 하루쯤은 현지인처럼 생활해보기도 한다. 그 뜨거운 인도차이나에 사우나가 있다면 믿을 것 인가. 그러나 저자는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향기로운 수증기를 쐬고 나서, 밖에 나와 바가지로 물 한 번 끼얹는 경험 사이에 현지인들과 친밀해지는 밀도 높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잘 알려진 여행지 외에도 그저 에메랄드 빛 냇가와 다이빙할 수 있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을 뿐이지만 다른 에너지를 뿜어 내는 여행지도 소개한다.

주저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파이팅을 외쳤다. 주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구경하는 이들은 유쾌하게 웃었다. 비웃음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블루라군이 주는 소박한 즐거움을 즐기며, 타인을 아무 경계 없이 바라보는 시선들뿐이었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젊고 건강한 웃음이 블루라군을 가득 채웠다.
(p. 222)


사실 베트남, 라오스 인근을 흔히 동남아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럽 사람들이 붙인 식민주의 시대의 이름일 뿐이다. 인도차이나라는 공식적인 이름이 있는 그 곳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좀 더 가까이 다가오고 다르게 보일 것이다. 우리 안에 살고 있는 그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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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고영 지음, 허안나 그림 / 카시오페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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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는 운동을 무척 싫어했다. 활동적인 성격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고 수다를 떠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데 둔하고 운동이 그렇게 귀찮고 피곤했다. 당연히 모든 운동을 못했고 심지어 철봉 등은 고소공포증으로 겁도 내는 바람에 체육 시간이 제일 고역이었다. 그러다 운동을 조금씩 하게 된 건 나이가 들면서 건강을 위해, 또 다이어트를 위해서였다. 스트레스를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풀면 도움이 된다는 걸 발견하고, 조금씩이라도 매일 스트레칭을 했으며, 나이가 들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근 손실을 막기 위해 근력 운동도 조금씩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처럼 운동 덕후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고영 작가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 고질적인 허리와 등 통증에 한의원에 가니 척추가 휘었다면서 수 백 만원의 비용이 드는 치료를 권했다. 그 때 고영 작가가 한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

가격에 기함하고 터덜터덜 집에 오면서 문득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 돈이면 차라리 PT를 받고 말지…’ 한의원에서 돌아오던 당시 마음으론 회원님, 돈 내면 저희가 킴 카다시안 엉덩이 만들어줄게요라고만 안 하면 어느 트레이너나 용납 가능할 것 같았다.
(p. 39)


그리고 고영 작가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찾아오던 지독한 허리와 등 통증을 운동에 의한 기분 좋은 근육통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서서히 운동 덕후가 되어 갔다. 운동하면서 안 그래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머리 감는 시간이 오래 걸려 거추장스러운 머리를 단발로, 다시 커트로 자르고, 그마저도 앞머리가 거슬린다. 운동하면서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부상에서도 몸 걱정보다는 운동을 못 하는 게 제일 걱정이다. 소심함으로 무장하여 기자 생활 중에도 질문을 못하고 마지막으로 질문하실 분 있나요?” 에서나 간신히 손을 들던 저자가 커다란 바벨을 드는 건장한 남자들로 득실거리는 웨이트존에서 자신만의 운동을 이어간다.

일상에선 여전히 소심함 만렙을 자랑하고 있지만 헬스장에선 어느덧 개썅마이웨이가 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눈치를 봐도 좋다. 초보라면 눈치를 보는 게 되레 당연하다. ‘개썅마이웨이는 타고난 배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배워가고 숙달돼 갈수록 실력에 따른 자신감이 붙고, 그게 곧 배짱이 된다. 그것을 위해선 일단 한 발, 밖으로 나와야 한다.
(p. 194)


선천적으로 마른 체격에, 글 밥을 먹고 살아온 저자가, 꼭 운동을 잘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큰 목표를 이루지는 못해도 그저 몸 밥을 먹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무언가에 빠진다는 것은 힘겨운 현실에도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것이고, 생각만하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일이 있다는 것이며, 아무 것도 안 되는 날이더라도 이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심어주는 일이다.

억울해. 억울해. 답답해. 슬퍼. 울고 싶어. 화나. 난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지?’
머리가 온통 까매진 와중에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한 마디
.
할 수 있어! 이건 할 수 있다고
!’
눈 앞에 번쩍, 불꽃이 튄다. 얼어 있던 근육 심지에 나직하게 붙어 있던 불꽃이 화르륵 타오른다. 손잡이를 잡고 팔꿈치를 뒤쪽으로 잡아 빼서 광배근을 접었다 폈다. 좁은 근육에 무게를 싣는 단순한 일. 이 일만큼은 내가 이를 악무는 대로 반응이 온다. 울리지 않는 저화를 붙잡고 가슴을 졸일 필요도,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자료 때문에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내 몸에 집중하는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
 (p. 199)


체육에 소질이 없던 사람이 안녕하심까하며 씩씩하게 인사하고 들어가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까지 따는 훈훈한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헬스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팁을 전수함으로 끝나는 이 책은, 신년을 맞아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의욕을 주고 좋은 자극을 주는 책이 될 것이다. 나도 한 살 나이를 먹은 만큼 체육관에는 가지 못하더라도 홈트나마 조금씩 늘려보고 저녁의 스트레칭과 요가를 좀 더 꼼꼼하게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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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 - 삶의 불만족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에 이르는 길
조셉 골드스타인 지음, 이재석 옮김 / 마음친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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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명상 또는 마인드풀니스, 위파사나 명상이라고도 하는 통찰명상에 관심이 생긴 건, <최고의 휴식>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린 후의 일이었다. 그 책에는 소설 형식으로 마인드풀니스를 살짝 소개하며 뇌가 진정으로 휴식하려면 마인드풀니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부터는 실제적인 명상법을 찾곤 했다. 명상이 좋은 것 같긴 한데,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코끼리마보같은 명상 앱을 이용해보기도 하고, <마인드풀니스>라는 두꺼운 책을 사기도 했다
.
이 책에서도 일정 부분 명상법을 소개했다. 그러나 그것이 한 단계 한 단계 명상 방법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 이론을 가져와 명상의 목적부터 소개한다
.

마음챙김 수행의 목적은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에 이르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에서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괴로운 감정을 정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깨끗해질 때 괴로움을 끝낼 수 있습니다.
(p. 85)


그리고 명상법으로 알아차림을 소개한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인다든지, 명상 중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명칭을 붙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알아차림을 할 수 있다. 통증을 알아차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통증을 혐오한 나머지, 마음의 평화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통증과 관계를 맺곤 한다. 그러나 깨어있는 마음으로 통증에 주의를 기울이면 통증에 달라붙어 있는 혐오감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견딜 수 없는 것은 통증이라기 보다는 통증과 함께 하기 싫은, 저항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몸이 자주 아픈 내게 유용한 명상법으로 보인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 업 등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판단 등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자아개념을 키운다. 그러나 생각이나 감정은 그저 그것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일 뿐, 자신의 것이 아니다
.
업의 법칙이란, 우리의 모든 행동에 일정한 결과가 따른다는 법칙이다. 그것이 선한 행동이든, 불선한 행동이든, 모두 일정한 결과를 가져온다. 일전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글도 떠올랐다
.

상상력이란 일찍이 자신이 겪은 기억의 그림자일 것이며, 아직 실현되지 않은 희망사항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좋은 상상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어둡고 불쾌한 상상력은 우리들을 음울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생각이나 상상력도 하나의 업을 이루기 때문이다. - 법정


붓다의 정의에 따르면 업은 의도를 지닌 모든 행위이다. 이것은 하나의 씨앗과 같다. 씨앗이 자라 언젠가 열매를 맺듯, 우리의 행동이나 생각, 마음가짐 등도 모두 일정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 책이 소개하는 것이 불교 지식뿐인 것만은 아니다. 현대 심리학과도 연계되어 있다. 명상 중에 자신의 상처나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분석하는 것은 심리치료이고, 명상에서는 지금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단지 집중해서 알아차려야 한다
.
마지막으로 수행처에서 수행을 한 후 세속에서 어떻게 수행을 이어 나가야 하는지도 소개한다. 세상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자애와 모든 존재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연민심을 소개한다. 베스트셀러를 여럿 출간한 혜민 스님이 항상 말하는 문구가 있다
.

어디를 가시든 항상 보호 받으시길
어디를 가시든 항상 인정 받으시길
어디를 가시든 항상 사랑 받으시길 혜민


생활하면서 만나는 모든 이를 보며 이렇게 자애 명상을 하며 충만감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명상이란 꼭 필요하고 좋은 것임을 알면서도 어렵기만 했다. 자기 전에 잠깐 바디스캔을 하면서 단잠에 드는 정도였는데, 제대로 된 불교 지식을 얻고, 짧지만 명상에 대한 식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요새 인기가 있는 마인드풀니스나 불교 등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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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버리기 기술 -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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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간다. 지금 입시 공부만 열심히 해두면 곧 편한 날이 올 거야. 지금 취업 준비만 열심히 해 두면 곧 부자가 되겠지. 큰 집을 살 때까지만 참고 돈을 모으면 곧 행복해질 거야. 그러나 그 모든 희생의 끝은 없고 우리는 항상 불행한 채로 살아간다. 욜로니 휘게니 힐링이니 하는 것에 솔깃해서 한 번씩 따라해보는 것도 다 오늘이 고통스러워서가 아닐까.
마크 맨슨은 우리가 줄곧 붙집고 있었던 희망을 버리라고 한다. 절망했기 때문에 희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희망하기 위해서는 무언가에 절망해야 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해야만 희망이 생기고,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엉망진창인 상태가 필요하다. 우리의 통념을 엎어버리는 일견 파격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마크 맨슨의 해결책을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내 공식은 아모르파티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것이다. 미래에도 과거에도 영원토록 말이다. 필연적인 것을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고, 은폐는 더더욱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바라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바라라. 왜냐하면 희망은 궁극적으로 공허하기 때문이다
.
(p. 181 ~ 182)


무언가 좋은 것을 갖고 나면 우리는 곧 그것에 익숙해지고, 곧이어 또 다른 좋은 것, 또는 더 좋은 것을 바라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가져도 만족할 수 없다.
승진을 하는 좋은 일이 있든 아이가 팔 한 쪽을 잃는 불행한 일이 생기든, 우리의 행복도는 일시적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갔다가 다시 7점 근방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살짝 모자란 상태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나머지 3점은 어떻게 해도 채울 수 없다. 그걸 채우려고 기를 쓰느니, 마크 맨슨의 해결책이 현명하지 않은가
.
삶에서 고통은 보편상수다. 우리에게 아무런 나쁜 일이 없더라도 우리는 꼭 무언가 불만인 것을 찾아내고야 만다. 이것은 인간 본성이다. 살인이나 방화, 범죄가 사라지고, 세상이 평등해지고 공정해져도 우리는 맥모닝의 계란이 탔다는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낼 것이다
.
안티프래질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스트레스에 약한 것들이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강해지는 시스템도 있다. 꽃병은 충격을 받으면 깨지고 은행은 정치, 경제 상황에 따라 도산하지만 건전한 연애 관계는 불행에 더 단단해지고 전투의 혼란은 전우애를 더 키운다

인간의 몸도 안티프래질하다.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면 근육이 생기고 골밀도가 높아지지만, 누워서만 지내면 곧 쇠약해진다.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

당신의 삶 속에서 이것 중 하나라도 프래질하다면, 그 이유는 당신이 고통 회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쾌락과 욕구,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어린애 같은 가치관을 택했기 때문이다.
(p. 261)


과학의 발전이 가난과 질병을 해결해주고 수많은 부와 오락거리를 제공했지만 세상은 더욱 엉망진창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부유한 세상에서 단순히 오락거리나 물질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가치관에 따라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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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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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 모은 지 십 년 정도 되다 보니, 커다란 책장 몇 개에 책이 가득가득 찼다. 가끔은 가족들에게 집에 있는 책 중에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재미있는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속도감 있게 읽히는 <꿀벌과 천둥>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다양한 음악인과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 편애>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내가 추천해 준 책이 정확히 원하는 책이었던 경우, 별 일이 아님에도 은근히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서점 빌리지뱅가드의 점장인 하나다 나나코는 남편과 별거 중인 데다가, 직장에서의 고민과 갈등이 많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어렸을 적 가장 좋아했던 서점인 빌리지뱅가드에서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었으나, 더 이상 책이 잘 팔리지 않아 회사에서 책보다는 잡화를 파는 데 열중해야 했다. 결국 직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회의감만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자 ‘X’라는 미팅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30분 간의 주제가 정해진 토크를 안면이 없는 사람과 할 수 있었다. 나나코는 책을 추천하기 위한 토크를 열기 시작했다. 만난 사람과 인생 얘기를 하며 그 사람에 대해 탐색한 후에,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추천했다
.
섹스에만 관심이 있는 중년의 남자와 만나는 곤욕스러운 경험을 한다거나, 토크 후 나나코가 등장하는 외설스런 소설을 보내는 사람을 만나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엔도라는 영상작가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T라는 마피아게임을 하는 모임에 초대받아 IT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어딘가로 향해 가는 도중의 사람들이다. 자기 일에 만족하고 가정생활이나 연애도 원만하게 유지하는 사람, 지금 이대로 변하고 싶지 않거나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 창업이나 이직같이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 사람, 자기 상황이 불안해서 막연히 변하고 싶은 사람 등. 모두가 자신의 불안정한 상황을 무방비하게 내보이며 서로 의지하게 되는 모임이었다.
(p. 131)


그 중에서도 최고의 경험은 가장 좋아하는 서점인 가케쇼보의 점장을 만나고, 헤소마가리라는 공간에 15명의 손님들을 초대해서 각각의 손님에게 3명의 서점원이 힘을 합쳐 책을 추천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좌절하고 상처 입은 상황에서 나나코는 책을 추천하는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한 소신 있는 서점원이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사람이거나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일독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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