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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고영 지음, 허안나 그림 / 카시오페아 / 2019년 12월
평점 :
어렸을 적 나는 운동을 무척 싫어했다. 활동적인 성격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고
수다를 떠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데 둔하고 운동이 그렇게 귀찮고 피곤했다. 당연히 모든
운동을 못했고 심지어 철봉 등은 고소공포증으로 겁도 내는 바람에 체육 시간이 제일 고역이었다. 그러다
운동을 조금씩 하게 된 건 나이가 들면서 건강을 위해, 또 다이어트를 위해서였다. 스트레스를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풀면 도움이 된다는 걸 발견하고, 조금씩이라도
매일 스트레칭을 했으며, 나이가 들면 필연적으로 따르는 근 손실을 막기 위해 근력 운동도 조금씩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처럼 운동 덕후가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고영 작가는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 고질적인 허리와 등 통증에 한의원에 가니
척추가 휘었다면서 수 백 만원의 비용이 드는 치료를 권했다. 그 때 고영 작가가 한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가격에 기함하고 터덜터덜 집에 오면서 문득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 돈이면 차라리 PT를 받고
말지…’ 한의원에서 돌아오던 당시 마음으론 ‘회원님, 돈 내면 저희가 킴 카다시안 엉덩이 만들어줄게요’ 라고만 안 하면
어느 트레이너나 용납 가능할 것 같았다.
(p. 39)
그리고 고영 작가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찾아오던 지독한 허리와 등 통증을 운동에 의한 기분 좋은 근육통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서서히 운동 덕후가 되어 갔다. 운동하면서 안 그래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머리 감는 시간이 오래 걸려 거추장스러운 머리를 단발로, 다시 커트로 자르고, 그마저도 앞머리가 거슬린다. 운동하면서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부상에서도 몸 걱정보다는 운동을 못 하는 게 제일 걱정이다. 소심함으로 무장하여 기자 생활 중에도
질문을 못하고 “마지막으로 질문하실 분 있나요?” 에서나
간신히 손을 들던 저자가 커다란 바벨을 드는 건장한 남자들로 득실거리는 웨이트존에서 자신만의 운동을 이어간다.
일상에선 여전히 소심함 만렙을 자랑하고
있지만 헬스장에선 어느덧 ‘개썅마이웨이’가 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눈치를 봐도 좋다. 초보라면 눈치를 보는 게 되레
당연하다. ‘개썅마이웨이’는 타고난 배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배워가고 숙달돼 갈수록 실력에 따른 자신감이 붙고, 그게 곧 배짱이
된다. 그것을 위해선 일단 한 발, 밖으로 나와야 한다.
(p. 194)
선천적으로 마른 체격에, 글 밥을 먹고 살아온 저자가, 꼭
운동을 잘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큰 목표를 이루지는 못해도 그저 몸 밥을 먹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무언가에 빠진다는 것은 힘겨운 현실에도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것이고, 생각만하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일이 있다는 것이며, 아무 것도 안
되는 날이더라도 이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심어주는 일이다.
‘억울해. 억울해. 답답해. 슬퍼. 울고
싶어. 화나. 난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지?’
머리가 온통 까매진 와중에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한 마디.
‘할 수 있어! 이건 할 수 있다고!’
눈 앞에 번쩍, 불꽃이 튄다. 얼어 있던 근육
심지에 나직하게 붙어 있던 불꽃이 화르륵 타오른다. 손잡이를 잡고 팔꿈치를 뒤쪽으로 잡아 빼서 광배근을
접었다 폈다. 좁은 근육에 무게를 싣는 단순한 일. 이 일만큼은
내가 이를 악무는 대로 반응이 온다. 울리지 않는 저화를 붙잡고 가슴을 졸일 필요도,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자료 때문에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내 몸에 집중하는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p. 199)
체육에 소질이 없던 사람이 ‘안녕하심까’ 하며
씩씩하게 인사하고 들어가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까지 따는 훈훈한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헬스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팁을 전수함으로 끝나는 이 책은, 신년을 맞아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의욕을
주고 좋은 자극을 주는 책이 될 것이다. 나도 한 살 나이를 먹은 만큼 체육관에는 가지 못하더라도 홈트나마
조금씩 늘려보고 저녁의 스트레칭과 요가를 좀 더 꼼꼼하게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