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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책을 사 모은 지 십 년 정도 되다 보니, 커다란 책장 몇 개에 책이 가득가득 찼다. 가끔은 가족들에게 집에 있는 책 중에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재미있는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속도감 있게 읽히는 <꿀벌과
천둥>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다양한 음악인과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 편애>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내가 추천해 준 책이 정확히 원하는 책이었던 경우,
별 일이 아님에도 은근히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서점 빌리지뱅가드의 점장인 하나다 나나코는 남편과 별거 중인 데다가, 직장에서의
고민과 갈등이 많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어렸을 적 가장 좋아했던 서점인 빌리지뱅가드에서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었으나, 더 이상 책이 잘 팔리지 않아 회사에서 책보다는 잡화를 파는 데 열중해야 했다. 결국 직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회의감만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자 ‘X’라는 미팅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30분 간의 주제가 정해진 토크를 안면이 없는 사람과 할
수 있었다. 나나코는 책을 추천하기 위한 토크를 열기 시작했다. 만난
사람과 인생 얘기를 하며 그 사람에 대해 탐색한 후에,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추천했다.
섹스에만 관심이 있는 중년의 남자와 만나는 곤욕스러운 경험을 한다거나, 토크 후 나나코가
등장하는 외설스런 소설을 보내는 사람을 만나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엔도라는 영상작가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T라는 마피아게임을 하는 모임에 초대받아 IT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어딘가로 향해
가는 도중의 사람들이다. 자기 일에 만족하고 가정생활이나 연애도 원만하게 유지하는 사람, 지금 이대로 변하고 싶지 않거나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 창업이나 이직같이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 사람, 자기 상황이 불안해서 막연히 변하고 싶은 사람 등. 모두가 자신의
불안정한 상황을 무방비하게 내보이며 서로 의지하게 되는 모임이었다.
(p. 131)
그 중에서도 최고의 경험은 가장 좋아하는 서점인 가케쇼보의 점장을 만나고, 헤소마가리라는
공간에 15명의 손님들을 초대해서 각각의 손님에게 3명의
서점원이 힘을 합쳐 책을 추천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좌절하고 상처 입은 상황에서 나나코는 책을 추천하는 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한 소신 있는 서점원이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사람이거나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일독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