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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는 감정중심 심리치료
힐러리 제이콥스 헨델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깊이가 보이지 않는 우울의 시작은 할머니 손에 크던 어린 시절, 방에 남겨져 무료하게
보냈던 날들이 아닌가 싶다. 정말 할 일이란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놀아
주는 사람도 없고, 선물 받은 장난감들은 방을 어지른다며 주지 않았다.
TV가 켜져 있으면 하염없이 TV를 보기도 했고, 할
일이 없으면 멍하니 쓸데 없는 생각과 공상에 잠기곤 했다.
이 책에서는 우울, 불안, 수치심, 트라우마, 죄책감 등의 괴로운 감정은 자신의 핵심 감정을 억제하다가
생겨난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새러라는 내담자는 어린 시절 사소한 일에도 빈번히 일어나는 엄마의 고성
등 언어 폭력에 시달리며 자랐다. 그 때 마다 분노 감정이 들었지만,
엄마의 화를 멈추게 할 방법을 찾는 데 집착해 엄마의 감정을 거울처럼 비추어 엄마를 기쁘게 하기만 했다. 그렇게 핵심 감정을 차단한 새러가 정작 느낀 것은 분노가 아니라 억제 감정인 불안과 수치심, 죄책감 등이었다. 또한 이런 억제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방어로
완벽주의, 강박관념 등을 가지게 되었다.
뇌에서 이전에 환영 받지 못했다고 학습한
핵심감정을 감지하면 억제감정이 일어나 핵심감정의 에너지 흐름을 막아서 근육이 긴장되고 호흡이 억제된다. 핵심감정은
표출되려 하고 억제감정은 억누르려 하니 자동차에서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격이다 그 결과 몸에서는 스트레스(때로는 트라우마 성 스트레스)가 생긴다.
(p. 32)
저자는 이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가속경험적 역동치료(AEDP)를 제안한다. 핵심 감정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처리해서 평온한 열린 마음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서는 변화의 삼각형이라고 부르는 모델을 사용한다.
역삼각형의 아래쪽에는 핵심감정(두려움, 분노, 슬픔, 혐오감, 기쁨, 흥분, 성적 흥분)이
있고 삼각형 오른쪽 위에는 억제감정(불안, 수치심, 죄책감)이 있다. 왼쪽
위에는 억제 감정이나 핵심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모든 행위인 방어가 있다.
핵심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나면 진정한 자기의 열린 마음 상태를 느낄 수 있다. 바로 평온하고, 호기심 있고, 연결되고, 연민을
느끼고, 자신 있고, 용기 있고, 명료한 상태다.
방어를 한 편으로 치우고 억제 감정이 차단한 핵심감정을 느껴서 열린 마음 상태에 도달한다면 불안 및 우울 등을 해결할 수 있다.
감정 에너지가 방어로 흐르면 심리적 건강을
해치는 여러 가지 대가가 따른다. 방어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우리는 인간관계와 일과 외부의 다른 관심사에 써야 할 소중한 에너지를 방어하느라 소진한다. 또 방어가
심하면 경직되어 생각과 행동이 융통성을 잃는다. 무엇보다 방어는 우리의 진정한 자기를 숨기고 누그러뜨린다. 그리고 진정한 자기를 숨긴 채 오래 살다 보면 대부분 우울해진다.
(p. 35)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 생활을 하다가 특정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방어하려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방어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피하고자 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만약 그것이 불안이나 수치심, 죄책감 같은 억제 감정이라면 심호흡
등을 하면서 그 감정이 지나가도록 기다린다. 자신이 정말로 잘못된 일을 한 것인지, 아니면 존재나 행운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내면에 원래 느꼈어야 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어본다. 일곱 가지 핵심 감정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그 중에 자신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그 감정을
느낄 때의 신체 감각을 느껴본다. 감정에 따른 충동이 인다면 상상으로 그 충동을 만족시키고 그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감각의 파도를 타며 느껴본다. 이렇게 핵심 감정을 느끼고 나면 그 핵심 감정이 두려움이나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더라도 기분이 좋아져 열린 마음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열린 마음 상태 역시 깊게 느껴보면서 가능한 이 상태에 오래 머무르려 노력한다. 가속경험적 역동치료(AEDP)는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의 치유
효과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감정을 건설적으로 다루는 데 마음의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변화의 삼각형을 이용하자. 자기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 그 경험이 무슨 말을 전하려 하는지 알아차리자. 감정대로
행동할 필요도 없고 대개는 그렇게 하지도 않지만 감정의 충동이 보내는 정보는 중요하다. 어쨌든 감정이
있어야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p. 342)
이 책을 읽고 나의 우울 밑에 자리한 슬픔을 느껴보았다. 주저앉아 마구 울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상상으로 그 욕구를 충족하자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우리는 어리고 약한 아이가 아니다. 내면의 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손을 내밀어 주고
위로해주면서 고통스런 감정을 처리할 수 있다. 누구나 크던 작던 어린 시절에는 트라우마가 생기기 마련이다. 뇌가 발달하지 않은 감정적으로 취약한 어린 아이는 공공 장소에서 목놓아 울지 못하게만 해도 작은 트라우마가
생긴다. 우리의 상처를 가속경험적 역동치료(AEDP)로 치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이 안내서를 읽고 나를 치유하고, 더불어 모두가 치유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