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
윤보영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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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소설이나 산문보다 어렵다. 어렸을 적 문학을 참으로 좋아했으면서도 시를 읽어보고자 하면 꼭 난해한 시를 앞에 두고 끙끙대며 그 뜻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고자 노력하다 지치기 일쑤였다. 그 시들은 복잡하고 어두운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한 구절 한 구절 아무리 곱씹어 읽어도 도저히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를 읽고 즐긴다는 것은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윤보영 시인의 시집은 그렇지 않았다. 쉬우면서 아름다운 시어들 사이에서 촌철살인의 유머와 통찰이 엿보였다. 술술 읽히는 가운데서도 생각이 반짝이며 멈추었다. 책장이 훌훌 넘어가는 사이 내 안에 그의 시어가 소복소복 쌓였다
.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
- <
커피>


동시로 등단하여 중학교 국어 교과서와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시와 동요 가사를 수록한 시인인 만큼, 윤보영 시인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썼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것은 밝고 맑은 마음이었다. 그는 많은 시에서 향긋한 커피와 그리운 너를 등장시켜서 아름다운 사랑의 힘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노래했다. 그는 스스로 커피시인이라고 불리고자 한다.

지우개로
글씨를 지우면
종이가 남지만,

그리움으로

내 일상을 지우면
그대 얼굴이 남는다.
- <
지우개
>

이 책을 읽는 것은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시들 사이에서 주옥 같은 시구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거칠거나 어둡지 않아도, 큰 생각을 담은 것처럼 심각하거나 진지하지 않아도, 대부분 짧은 이 시들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아프고, 마음 다치고, 힘들어하는 우리를 따스하게 보듬어 주기에 충분했다.

사랑을 하고 싶다
눈이 맑은 사람을 만나
결 고운 사랑을 하고 싶다.

가슴 가득 아름다운 사연을 담고 사는

달빛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은사시 나뭇가지 끝에 부는

산들바람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 <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은 중에서


지친 하루의 끝에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힘든 일 끝에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윤보영 시인의 시가 다가와 마음을 다독여주고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줄 것이다. 팍팍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이 시집은, 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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